고독한보드게이머 님의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보드게임은 무엇입니까?'라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적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은 아니고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일도 별로 없지만, 보드게임긱 명예의 전당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1959년작 [디플로머시]입니다.
7인용 워게임이고 주사위 같은 운적 요소 없이 오로지 플레이어간 상호작용에 의해 진행되는 게임이죠. 돌아가면서 턴을 갖는 대신, 협상 후 명령서를 작성해 동시에 제출하면, 룰에 따라 그것을 처리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20여 년 전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룰북을 번역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가 몇 턴(며칠)만에 흐지부지된 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추억이 너무 강렬해서 나중에 멋들어진 금속 컴포넌트로 유명한 1999년 아발론힐판을 중고로 구해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플레이해 보진 못했지만요.
제대로 즐기려면 플레이어 7명을 모아야 하고 플레이 시간이 길어 (4시간이라 적혀 있지만 외교를 제대로 하면 하루 종일 걸릴 듯합니다) PBM (Play By e-Mail) 방식으로 몇 주, 몇 달에 걸쳐 플레이되기도 하는 게임이죠.
이 게임의 스탠드얼론 후속작 [디플로머시: 제국의 시대]가 올해 8월 출시 예정입니다. 원작이 20세기 초 유럽을 배경으로 7개 열강(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이탈리아, 러시아, 오스만)의 싸움을 그렸다면, 이번 작에서는 19세기 아시아를 배경으로 7개 열강(영국, 프랑스, 러시아, 오스만, 중국, 일본, 네덜란드) 중 하나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출시 기념으로 7명을 모아 원작이든 후속작이든 플레이를 해보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