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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완 논란에 한 스푼 얹기

3,083 조회
2024.11.08 23:21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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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갤에서 시작되어 보라까지 활활 태우고 있는 논란을

며칠 동안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이 드는데,

특히나 한글판 나오면 꼭 사봐야지 기대하던 제 자신이 실망스러울 지경입니다.

 

많은 분들이 특정업체의 그 게임 번역에서

'폐(閉)'가 아닌 '완(完)'을 사용한 데 대하여

남성 혐오로 악명 높은 특정 집단과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업체는 묵묵부답......

신중한 것도 좋지만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폭발력 있는 이 논란에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논란을 증폭시킬 생각도 없지만

몇 가지 생각을 끝내 떨궈내지 못하여 글을 씁니다.

 

1. 페미니즘 = 남성혐오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몇몇 공격적인 페미니스트들의 활동과 발언을 보며

테러리스트인지 여성우월주의자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그럼에도 현실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권 신장이나 존중의 필요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스트도 층차와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남성 혐오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빅마우스가 초래한 부정적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맹목적으로 페미니즘 = 남성 혐오 집단으로 일반화하여 퉁치는 건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게 명확하게 선을 긋고 분리하여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 없지 않겠지만,

페미니즘 그 전부를 싸잡아 공격하는 건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2. 폐경? 완경?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폐경은 월경의 끝난다는 걸 의미하고

월경이 끝난다는 건 여성의 생식 능력 상실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여기더군요.

그래서 여성이 2세 출산의 수단이라는 기능적 요소를 부각하고

출산이 불가능해진 여성을 온전하지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나온게 "완경"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월경의 완료, 달성, 인생의 또다른 단계로의 진입이라는 의미를 부여한겁니다.

(폐경을 여성으로서 종말이 아니라 여자의 일생에서 당연히 거쳐가게 되는 한 지점으로 바라보는)

이걸 순화한 또는 미화한 표현이라고 하는 게 맞는가?

'순화'라고 본다면 폐경을 부정적 의미로 강조하는 것이고

'미화'라고 본다면 여성의 우월성,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폐경이라는 어휘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부정적 의미로 해석하는 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목적지향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시각장애인에 대한 경칭이었던 "장님"을 비하하는 말로 인식하게 된 경우처럼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시대도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합니다.

누가 주장했든지 장차 더 많은 사람이 쓰고 그 의미에 동의한다면

언젠가 폐경이 완경으로 대체될 수도 있겠죠.

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번역학적 관점

많은 분들이,

의료용어라는 측면에서 폐경으로 번역하는 게 합당하고

게임의 몰입이나 테마 몰입의 관점에서

부적절을 넘어 불온한 의도를 떠올리게 만드는 불쾌감이 들게 만든다고 비판합니다.

 

과연 그러한가?

번역으로 입에 풀칠하는 입장에서 떠오른 건 번역학적 관점입니다.

20세기 번역학의 가장 큰 화두는 "등가성".

어떻게 하면 원전의 원천 언어를 형태와 의미 측면에서 완전히 같은 값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21세기 번역학의 새로운 화두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여러 주제들.

야만과 문명, 근대와 전근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고 젠더............

번역은 원전의 원천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고,

근대의 번역은 무지몽매한 이들에게 서구의 신문물을 전하는 계몽의 수단이자,

제국과 식민이라는 힘의 차이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동경할 수 있도록 작동했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주제를 다루는 많은 번역학 연구자들은 그 폭력성에 주목합니다.

번역이 은근하게 독자의 사고와 행위를 제약하고

힘 있는 자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의식을 개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베누티의 '이국화 전략'.

도착어에 없는 개념을 원천어를 그대로 옮겨와서 통째로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이건 역사적으로 수많은 번역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단계이지만,

종국에는 도착어를 쓰는 사람들의 사고까지 개조해버립니다.

그 과정에서 신문물이 주는 경험은 도착어의 개념을 더 발달된 것, 더 나은 것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지금 우리가 '아내'를 '와이프'라고 부르고

영어나 외국어를 끌어다 쓰는 게 더 국제적이고 시대상에 부합하는 세련된 행위로 보는 인식처럼 말입니다.  

대표적인게 화장품 설명서 번역인데, 

'안티에이징', '워터푸르프' 같은....

노화 방지나 주름 개선, 방수 같이 우리말에 대체할 어휘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십수년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말 표현이 더 많이 쓰였는데...

어느샌가 사용 빈도가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우리말 표현으로 하는 게 촌스럽고 뒤쳐진 사람처럼 비춰지기까지 하죠. 

강제적으로 사용하도록, 받아들이도록 하는 번역이

번역학적 관점에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매우 폭력적인 행위, 억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는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완경이라는 용어가 보드게임에 등장한게 우려스럽습니다.

일상에서 완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거야 개인의 자유이니 가타부타할 문제가 아니지만,

보드게임 플레이에서는 우리는 해당 어휘를 강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현실에서의 사용 빈도나 테마 측면에서도 '폐경'이라는 어휘가 일차적으로 떠오르기 마련인데도

굳이 완경이라는 용어로 번역한 건

원래 페미니즘적 이해를 염두에 두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이었거나

일부러 찾아보고 바꿔쓰지 않고는 나오기 힘든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죠.

그래서 "의도가 있는 번역"의 결과물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보드게이머에 줄 영향은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업체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불쾌하고 괘씸합니다.

이게 그렇게 화낼 문제인가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면

"네 단연코 이렇게 화낼 문제가 맞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자신의 주장에 온전히 지지하고 따라주지 않는다고

특정 집단과 결부하여

양립할 수 없는 이념과 사상을 지닌 불구대천의 원수를 바라보듯 비난하고

도를 지나쳐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동호인으로서,

언젠가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함께 게임을 즐겨야 할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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