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용 덱빌딩+푸쉬유어럭, [인트루드] 개발일지

디미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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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 오후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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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드게임 개발팀 디미디움의 게임 작가 이재웅입니다.

일본 도쿄게임마켓과 보드게임 페스타에 참가하면서, 2인용 푸쉬유어럭 덱빌딩 게임 ‘인트루드’의 재고가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인트루드’의 개발일지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다만, 최근 작업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트루드의 프로토타입 자료들이 많이 없어져 사진으로 전달해드려야할 내용을 글로 전달드리게 된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인트루드’ 개발의 시작 아이디어는 플레이어의 덱을 플레이어 행동의 ‘주체’에서 ‘객체’로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에서 카드는 플레이어의 행동 자체가 됩니다. 도미니언, 클랭크, 엘도라도,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탐험가들에서 그렇습니다. 카드를 사용하면 효과가 발생하여 보상을 얻는다는 구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덱 자체를 보상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프로토타입의 카드 구성입니다. 위쪽이 시작 덱 구성, 아래쪽을 상점카드로 아주 단순한 게임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동그라미가 돈, 마름모가 점수, 느낌표는 폭발!입니다. 덱을 객체로 만들면서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운’입니다. 많은 행동들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메꿀 새로운 재미요소가 필요했습니다. 행운과 불운의 조화가 덱에서 카드를 뽑는 재미를 극대화 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기덱에 2원짜리 행운 카드와 폭발하는 불운 카드를 추가해 주었습니다.

게임의 진행방식도 구성물만큼 단순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덱에서 카드를 1장씩 동시에 뽑다가 원할 때 멈추는 방식입니다. 제때 멈추었다면 뽑았던 카드를 모두 가져가고, 폭발 카드가 2개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못했다면 뽑았던 카드를 모두 가져갈 수 없습니다. 가져온 돈 카드로는 새로운 카드를 구매하여 덱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승리 조건은, 폭발하기 전에 점수 10점을 뽑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푸쉬유어럭 게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예측 가능한 불운과 예측이 어려운 행운’이 적절히 섞여있었죠. 덱을 파내려가서 금화를 가져오는 것이 광산을 채굴하는 느낌이 들어 광산이라는 테마도 이때쯤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게임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측면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약점은, 덱을 객체로 변경하며 사라진 덱빌딩 게임의 재미입니다. 예를 들어, 카드 추가 뽑기, 카드 폐기, 상점 카드 획득 등 특수한 기능들이 사라져 행동이 너무 단순했습니다. 즉,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선택들이 굉장히 줄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덱빌딩 게임을 단순화시키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긴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인터랙션의 부재였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상호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전무했고, 다만 타인의 불행을 관람하는 재미(?)정도만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운의 비중이 너무 강했습니다. ‘뽑느냐 마느냐’의 선택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어의 뽑기 운이 너무 크게 작용했습니다. 초반에 돈 뽑으면 이기는 게임, 후반에 점수 뽑으면 이기는 게임, 언제든지 폭발뽑으면 지는 게임이였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여러번의 플레이테스트를 거치며, 게임적 요소들을 추가해주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액션은 ‘장비’라는 개념으로 추가되었습니다.

삽은 드로우하는 카드 수, 곡괭이는 그중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수를 나타내는 능력이 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테마의 직관성으로 인해 규칙의 난이도도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의 차례에 해야하는 선택이 늘어나면서 동시진행은 포기하게 됩니다.

폭발은 칼로 변경되었습니다. 방패는 칼을 막는 기능인 카드로 추가되었습니다. 상점에서 칼을 구매하면 상대편 덱에 넣는 매커니즘이 꽤 유머러스한 인터랙션을 자아냈습니다. 이는 나중에 광산 테마에 덧입혀 ‘박쥐’와 ‘횃불’로 변경되었습니다.

폭발했을 때 1장의 카드는 가져갈 수 있는 규칙을 추가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불운으로 게임이 불리해지더라도 역전이 가능한 정도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점에서 보석 카드를 ‘폐기’하면 점수가 되는 것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기존 덱빌딩 게임에 있었던 ‘폐기’라는 문법을 가져와 플레이어의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다른 플레이어의 행운으로 게임이 터져버리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운을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가 생겼습니다.

상점에 ‘인플레이션’ 개념이 추가되었습니다.

같은 카드라도 더 늦게사면 비싸게 사야한다는 점이 다른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요소가 되어 인터랙션이 증가했습니다.

이쯤에서 게임의 시스템 개발은 마무리하고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게임의 구성물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아 생각보다는 적은 플레이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첫 번째로, 상점 카드들의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어떤 카드가 효과에 비해 너무 싸거나 너무 비싸지 않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로, 시작 카드들간의 밸런스를 조정했습니다. 초반에 금이 많은 것이 보석이 많은 것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후플레이어의 시작덱에 금이 더 많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로, 보석 몇 개를 세공했을 때 게임이 종료될 지 정했습니다. 5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6개의 세공을 게임 종료로 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인트루드’를 개발하면서 만족스러웠던 것은 테마와 메커니즘이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저는 게임을 개발할 때 메커니즘을 먼저 생각하는 편인데, 다행히 딱 어울리는 테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드 44장만으로 꽤 괜찮게 굴러가는 덱빌딩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최대 2인플레이까지 밖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2세트를 보유하면 3~4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추가 개발을 해보았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대입해도 결과가 아쉬웠습니다. 굴러는 가지만 크게 재미있지가 않아다고 느껴져 과감하게 포기하고 2인 전용으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이로 인해 구매를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부턴 2인 전용은 안하는걸로..)

여기까지가 ‘인트루드’의 게임 기획 개발일지였습니다.

이어서 짧게 아트 개발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디미디움의 프로듀서 박예린입니다. 당시 아트 두분이 다른 프로젝트 진행으로 바쁘신 관계로, 인트루드의 아트는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인트루드의 아트는 복셀기반의 3D모델링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