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 왓슨과 홈즈 리뷰 : "블러핑이 섞인 독특한 추리게임"
발매년도 : 2015년
게임 타입 : 추리, 경매, 블러핑
플레이 타임 : 45-75분
플레이 인원 : 2-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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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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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컨설팅 디덱티브(이하 컨설팅 디텍티브)는 추리 게임의 정점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쉬운 규칙에 비해 살인적인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다만 그 살인적인 난이도에 반한 보드게이머가 있는가 하면, 기가 빨린다며 기피하는 보드게이머도 많죠. 오늘은 컨설팅 디텍티브의 초중급자 버전(?)인 왓슨과 홈즈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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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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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탐정이 되어 경쟁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플레이를 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고른 뒤, 봉투에 담긴 카드를 테이블 중앙에 배치합니다. 이제 한 플레이어가 시나리오의 도입부를 읽고, 플레이어들이 맞춰야 하는 질문의 목록을 읽어줍니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자신의 마커를 원하는 장소에 배치합니다. 만약 누군가 이미 차지한 장소에 방문하고 싶다면 이미 방문한 사람보다 더 많은 이동력을 소비해야 합니다. 이렇게 쫓겨난 플레이어는 자신이 투자한 이동력 토큰 중 하나를 반납한 뒤 나머지를 모두 가져옵니다. 다음 차례가 오면 새로운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방금 전과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은 이동력을 소비하여 다른 사람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이 이동력 토큰은 게임 시작시 총 10개를 지급 받으며 필요에 따라 특정 장소에서 더 보충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며 모두 장소를 하나씩 고르면 이제 자신이 방문한 장소카드를 열어서 조용히 읽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개인 종이에 기록합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시 주어진 경찰 토큰을 방금 방문한 장소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이 장소에 접근하려는 사람은 Call off 토큰을 사용하여 경찰 토큰을 제거하거나, Lockpick 토큰을 이용하여 경찰토큰을 제거하지 않고 카드를 볼 수 있습니다.
장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동력을 4 소비하면 왓슨 카드를 구입할 수 있으며, 조사 단계 때(카드를 열어보는 단계 때)다른 사람이 방문한 카드를 강제로 모두에게 읽도록 지시할 수 있습니다.
정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한 플레이어는 221B 베이커 가에 자신의 기물을 배치합니다. 조사 단계 때 정답을 확인한 뒤 모든 질문에 제대로 대답했다면 해당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빠지며 정답을 아는 셜록홈즈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이동력 3을 소비하여 셜록홈즈(정답을 틀린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답을 보여주고 몇 개 가 맞았는지 물어보거나, 게임 당 한번 질문 하나에 대한 답을 보여준 뒤 오답 유무를 확인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시나리오 책에 있는 게임의 결말을 읽고 사건의 진상을 다 함께 확인합니다.
+ 시나리오에 따라 캐릭터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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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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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심히 몰입하고 있는 게임이 3가지 있습니다. 글룸헤이븐, 넷러너, 그리고 왓슨과 홈즈인데요. 영어가 빼곡하다는 특성상 좀처럼 돌아가기 어려운 게임이지만, 거주지 환경(밴쿠버)이 특이하다보니 언어 장벽이 없어서 아주 수월하게 돌아가는 편이네요. 자~ 이 이상의 잡설은 필요없습니다. 바로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1. 조각 맞추기
왓슨과 홈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컨설팅 디텍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죠. 지도, 신문, 시나리오 북, 디렉토리 북(주소록)이란 간단한 준비물로 추리의 정수를 뽑아낸 컨설팅 디텍티브는 왓슨과 홈즈는 ‘추리’라는 같은 테마를 다루되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디텍티브에선 관계자를 찾아다니며 탐문 수사를 하고, 그 날 발행된 신문을 들춰보며 뭔가 실마리는 없는지 찾아야 하고,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며 사건과 관련 있는 현장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지문에 스치듯 지나가는 단어 / 묘사 하나가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쉴새없이 메모를 해야 합니다. 이런 정보를 하나로 모아 간신히 진실을 밝혀낸다 해도, 셜록홈즈가 3~4번의 방문만에 모든걸 알아내는 과정을 보면 “나는 멍청이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죠.
왓슨과 홈즈를 플레이 하며 레고를 떠올렸습니다.
컨설팅 디텍티브는 커다락 통 안에 온갖 종류의 레고 블록을 섞어 둔 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알려주기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플레이어에게 맡깁니다. 어떻게 필요한 블록을 찾아내는가 & 조립하는가 모두 플레이어의 몫이죠. 무작정 다 블록을 꺼낸 뒤 하나씩 제거해 갈 지, 중요해보이는 블록 하나만 꺼내어 그것을 시작점으로 삼을지, 2인 1조가 되어 통을 뒤적일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습니다.
반면 왓슨과 홈즈는 필요한 레고 블럭을 불투명한 통에 나눠 담은 뒤 플레이어들에게 ‘자, 여기에 완성에 필요한 조각이 있어.’ 하고 대놓고 알려줍니다. 자신이 고른 불투명 통에서 얻은 조각을 보고 ‘어디에 쓰이는 조각일까’ 하고 고민하면 되니 아무래도 자유도가 적은 편이죠. 그러나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당연히 컨설팅 디텍티브에 비하면 플레이 타임, 난이도, 복잡성 등 진입장벽이 훨씬 낮습니다.
컨설팅 디텍티브는 끙끙대며 정보가 숨어있는 장소를 발견하고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채워가는 묵직한 재미를 준다면, 왓슨과 홈즈는 각 장소에서 발견한 정보가 서로 딱! 딱! 맞물리는 경쾌한 재미를 줍니다. 어딜가도 무언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추리를 좋아하는 초심자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습니다. 컨설팅 디텍티브처럼 “난 바보인가.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겠어” / “왜 어딜가도 꽝이지” 같은 고통이 없으니까요.
2. 비딩이 주는 재미
왓슨과 홈즈는 경쟁구도의 게임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려는 경우가 생깁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동력이라는 자원을 추가 소모하며 장소를 선점하게 해야 합니다. 이 점이 꽤 신선하고 재밌더군요.
중요도가 높은 지역을 먼저 접근하는건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쟁이 붙으며 많은 이동력을 소모해야 하는데, 이렇게 초반에 힘을 다 뺄 경우 차후에 벌어지는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턴을 낭비하며 이동력을 보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중요한 정보를 본 사람은 턴을 적게 가지고, 순위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가 적은 대신 남은 이동력으로 후반을 도모할 수 있으니 밸런스가 맞춰지는 셈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난투를 벌이는 이런 파티게임(?)에 밸런스를 논하긴 어렵지만요).
3. 블러핑의 재미
2번에서 언급한 비딩을 블러핑의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딱히 가보고 싶은 장소가 아니지만 일부러 상대방보다 이동력을 1~2개쯤 높게 부르며 상대방의 이동력 낭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상대방이 더 높은 이동력을 부르며 다시 들어오면 땡큐고, 만약 아니라면 열어본 뒤 경찰 토큰을 놓아 또 다른 블러핑을 시도 할 수 있어 어느쪽이든 기분이 좋았죠.
참고로 시나리오 마다 ‘꽝’에 가까운 장소가 1~2개 쯤 있습니다. 타 장소에 비하면 정말 아무 정보도 없어요. 이럴 경우 ‘윽!’ 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 모두가 그 장소의 내용을 눈치채기 때문에, 짐짓 흥미롭단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딱히 적을 내용이 없더라도 개인노트에 적어둔 내용을 보며 정리를 한다던가, 종이 구석에 낙서를 그리며 뭔가 필기하는 척 해야 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딱히 할 일이 없어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에 라쿤을 그리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 표정에 낚여서 줄줄히 따라오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단점으로 여기지만 저는 이것조차 게임의 특성이라 생각해서인지 꽤 인상 깊은 블러핑 요소로 받아들였습니다.
자, 그럼 생각보다 실망했던 점을 언급해보죠!
1. 가짜 실마리의 부재
1~2개의 장소 카드가 꽝인건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만, 게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헛소리가 1~2 줄로 찍 적혀있기보단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가짜 실마리가 담겨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는 “꽝 카드를 열어보면 할 일이 없다”는 문제점이 해결 됨과 동시에, 게임의 난이도를 살짝 더 올려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해주거든요. 실제로도 같은 걸 목격한 사람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한다던가, 착각을 한다던가, 거짓말을 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2. 왓슨 카드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인 카드였습니다. 이동력을 소모하여 왓슨을 구입하면, 조사 단계가 시작될 때 다른 사람이 방문한 카드를 강제적으로 ‘모두에게’ 읽게 해줄 수 있습니다. 전 그냥 한 사람을 괴롭히는 카드,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클루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카드 한장을 강제로 공개하게 만드는 느낌을 주었어요.
추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건 ‘정보’ 입니다. 왓슨 앤 홈즈에선 정보를 얻기 위해 중요한 이동력을 소모하는데요. 내가 일부러 높은 이동력을 소모하여 중요한 장소를 선점 했는데, 누군가가 왓슨 카드를 구입하여 제 카드를 지목하면 그 순간 두 가지 손해를 동시에 떠안게 됩니다. 이동력 낭비와 뒤쳐지는 정보력이죠. 구태여 이런 카드가 추리 게임에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 카드는 게임에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 빼더라도 게임의 골자가 흔들리진 않습니다. 추리에 몰입하고 싶다면 이 카드를 빼고 게임을 하라고 조언 해드리고 싶군요.
3. 4턴 킬
일부 시나리오는 정확한 수순을 밟아가면 질문에 해답을 모두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후기에서도 ‘OOO님이 몇 턴만에 정답을 맞췄다’ 하는 언급이 나오는걸 볼 수 있어요. 물론 비딩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쉽게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시작하자마자 게임이 끝나버리는 허망한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각 시나리오를 한번 풀어버리면 다시는 할 수 없어서 이 허망함은 더 증폭되죠.
저도 우연히 이렇게 한번 이겨봤는데…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노트에 적어둔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찝찝하더군요. 아무리 시나리오의 메인 문제만 맞추면 된다고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아내지 못한 채 필요한 것만 뽑아내어 이기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정답을 맞추더라도 셜록홈즈가 되어 다른 사람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허망함을 조금 메워주긴 했습니다.
스토리와 경쟁요소를 섞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거 같아요.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기려면 필요없는 곁가지는 다 쳐내고 핵심만 짚어야 하는데, 이렇게 핵심만 짚어내면 스토리의 작은 부분까지 구석구석 찾아읽는 재미가 사라지죠. 애매한 딜레마네요.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즐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컨설팅 디텍티브보다 진입 장벽도 낮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세팅도 간편하며, 룰도 비교적 깔끔합니다. 컨설팅 디텍티브에서 지적된 논리의 비약이 심한 편도 아니고요(그렇다고 왓슨과 홈즈 편에 있는 시나리오가 모두 납득이 간다는 것은 아닙니다). 확장이 나오면 당장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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