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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탈출 사원의 저주 : "도와줘... 제발..."

2,851 조회

2017.07.24 05:07

발매년도 : 2012년

게임 타입 : 실시간, 협력, 주사위

플레이 타임 : 10분

플레이 인원 : 1-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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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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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사위를 싫어하지만 예외인 게임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오늘 리뷰할 탈출: 사원의 저주는 그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이죠. 규칙을 살펴본 뒤 감상을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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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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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10분 내에 사원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지시에 따라 탈출 타일을 덱 안에 세팅한 뒤, 시작 타일을 중앙에 놓은 뒤 두 개의 타일을 옆에 이어 붙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난이도에 따라 보석을 별도로 준비합니다.

0:18 시작("Escape")

3:20 첫번째 징

4:00 두번째 징

9:39 세번째 징

10:20 종료

위에 첨부된 음악을 켠 뒤 ‘Escape’ 라는 소리가 들려오면 미친듯이 5개의 주사위를 굴리며 행동을 시작합니다.

주사위엔 다섯가지 모양이 있습니다. 이동하는 사람은 새로운 타일을 공개할 때 및 이동할 때 주로 사용되며, 열쇠와 횃불은 주로 보석제거 미션에 쓰입니다. 검은 가면은 나오는 즉시 해당 주사위를 봉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황금가면은 1개로 검은가면 2개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힘을 합쳐 보석제거 미션을 할 수 있으며, 황금가면을 같은 공간의 다른 플레이어게 사용하여 검은가면 제거를 도울 수 있습니다.

주사위는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보관할 수 있지만, 사용된 주사위는 반드시 모두 다시 굴려야 합니다.

게임 도중 징소리가 나면 모든 플레이어들은 해당 작업을 멈추고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주사위 하나를 영구적으로 잃습니다. 이러한 징소리는 총 3번이 나며, 3번째 징소리가 시작되고 문이 닫히기 전까지 탈출지점으로 이동하여 탈출을 시도해야 합니다. 단 한명이라도 탈출하지 못하면 전원 패배합니다.

탈출지점에선 남은 보석의 수만큼 열쇠를 굴려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원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최대한 보석을 제거하는게 유리하죠.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주사위 하나를 아무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탈출에 성공하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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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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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즐거운 실시간의 압박

탈출: 사원의 저주는 정확히 10분이 걸리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10분은 긴장감과 분주함으로 가득 차 있죠.

워낙 정신없이 주사위를 굴리다보니 서로가 어디쯤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청각을 기울일 뿐. 당장 눈 앞에 있는 사원을 탐험하고 보석 제거 작업에 착수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뎅~ 하고 울려퍼지는 귀환 신호에 퍼뜩 정신이 듭니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허둥지둥 시작지점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안심하죠. 잠시 한숨을 돌린 그제서야 다른 팀원들이 작업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쉬는 시간도 잠깐. 누가 함께 이동할지 누가 어떤 작업을 할 건지 짧은 회의를 거친 뒤 다시 뿔뿔히 흩어져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하죠. 게임이 종료에 임박할 수록 서로의 목소리는 커지고 손은 더 분주해집니다.

이렇게 탈출: 사원의 저주는 10분이란 짧은 시간이 스릴과 긴장으로 알차게 꾸려져 있습니다. ‘내 할일 하나만 잘하자’는 생각 때문에 몰입하여 주사위를 굴리게 되죠. 이런 긴장감 넘치는 게임은 하고나면 지치기 마련인데, 고작 10분짜리 게임이기 때문에 부담도 덜합니다. 게임이 끝나면 곧 바로 “한번만 더 하자. 이번엔 잘할 수 있어.” 하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올거예요.

2. 도와줘… 제발…

탈출: 사원의 저주엔 한가지 빵 터지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검은 가면이죠. 주사위를 굴렸을 때 검은 가면이 나오면 해당 주사위는 봉인 됩니다. 나머지 주사위로 황금 가면을 굴려야 검은 가면의 봉인을 풀 수 있는데, 만약 5개의 주사위 모두 검은 가면이 나오면 해당 플레이어는 발이 묶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도움 요청을 외치는 것 뿐이죠.

사원 구석에서 애처롭게 “도와줘… 누가 제발…” 하고 동료가 울부짖고 있으면, 가까운 위치의 플레이어가 “너 뭐하냐… 기다려 내가 갈게!” 하고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의 황금 가면으로 봉인을 풀어주고 떠납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동료. 잠시 후 ‘한 칸’ 이동한 위치에서 뭔가 고전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애처롭게 “도와줘… 제발…” 이러는 통곡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연히 방금 도와준 플레이어가 “또 갇혔어? 야 너 뭐하냐 진짜 ㅋㅋㅋ” 하고 다시 구조하러 출동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통곡의 소리는 2개가 되어 돌아오죠.

탈출: 사원의 저주는 ‘모든 플레이어의 무사 탈출’ 이 목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쟤는 버려.” 같은 냉정한 결단은 내릴 수 없습니다. 결국 똥을 싸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옆에서 기저귀를 채워주며 함께 끌어나가야 합니다. 트롤링을 한 플레이어들은 일단 구해준 뒤 조인트를 까도(…) 늦지 않습니다.

3. 자유로운 난이도 설정

대부분 협력게임에서 난이도를 조절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말로 풀어쓴다면 아주 쉬움 – 쉬움 – 보통 – 어려움 – 아주 어려움 정도죠. 그러나 탈출: 사원의 저주는 소비해야할 보석의 갯수를 1~2개 늘리고 줄이는 것만으로 난이도 조절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난이도의 조절 폭이 넓죠. 게다가 게임에 함께 오는 여러가지 특수 타일을 넣느냐 빼느냐에 따라 간단하게 체감 난이도를 추가적으로 상승/하락 시킬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듯 하지만 이것은 굉장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 날의 운 / 플레이어들의 실력 / 호흡 / 분위기에 따라 게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딱 알맞게 짜증날 정도(?)의 도전욕구를 불러넣을 수 있단 뜻이니까요. 게다가 성인, 청소년, 아동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즐길 때도 어려움 조절을 쉽게 할 수 있으니 모두가 즐기기 좋지요.

이제 탈출: 사원의 저주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 하나를 짚어봅시다.

1. 에러플 수정 불가능

보드게임의 첫 플레이는 보통 룰 마스터 + 나머지라는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룰을 아는 플레이어, 즉 룰 마스터가 전체적으로 게임을 아우르며, 플레이어들에게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해주고 올바른 것과 틀린 것을 확인해주죠. 다들 그렇게 경험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탈출: 사원의 저주는 10분 내에 모든 것이 벌어지는데다, 룰마스터 또한 1인분의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에 신경을 기울일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손은 멈추고 말죠.

게임에서 착오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분은 ‘사용한 주사위는 반드시 모두 굴려야 한다’ 입니다. 정신없이 하다보니 방금 쓴 주사위를 또 쓰거나, 안 굴려도 되는 주사위를 굴리거나, 굴려서는 안될 주사위를 굴리는 등 자잘한 실수가 벌어지죠. 물론 탈출 자체가 꽤 어렵다보니 이러한 착오가 게임의 결과를 가를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 그러나 에러플 없는 완벽한 게임을 하려면 플레이어 전원이 충분한 경험을 통해 룰을 숙지해야 합니다.

저는 게임 시작 전, 한명 한명에게 약 30초~1분을 주며 사전 연습을 시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사용하고, 보관하고, 다시 굴리는 등의 행동을 지켜보곤 하죠. 이렇게 하면 그나마 예방할 순 있지만,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실수는 나옵니다.

10분이라는 압박 속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게임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퓨즈(Fuse)와 탈출: 사원의 저주죠. 저는 이 두 게임을 모두 좋아합니다. 공교롭게도 두 게임 모두 주사위를 사용하고 있지만요. 어느 쪽을 좀 더 높게 치느냐?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전 탈출: 사원의 저주를 꼽겠습니다.

퓨즈도 재미난 게임이지만, 내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도 있는데다 처리하지 못한 주사위가 지속적으로 내가 모은 주사위를 파괴하는 규칙은 정말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에 비해 탈출: 사원의 저주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서로를 도와야하는 구간도 있고, 내가 이뤄낸 성과를 파괴하는 규칙 또한 없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탈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스트레스 하나만 존재하죠.

이러한 민첩성 게임을 좋아한다면 탈출: 사원의 저주를 꼭 해보세요. 그리고 게임을 구입하고 싶다면 빅박스를 선택하세요. 다양한 확장은 규칙을 지나치게 비틀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니까요.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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