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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노역자에게 쉽지 않던 시기인 20세기에...

1,810 조회

2014.01.26 14:17

※예전에 사적인 모임 카페에 올렸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이 곳에도 올려봅니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르아브르 한글판을 구입했습니다.

원래 한글날 이전에 도착하길 바라고 구입했는데 배송이 하루 늦어져서 어제야 물건을 받아봤네요.

다이브 다이스에서는 이번 르아브르 한글판을 출시하면서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경품 추첨 이벤트를 했었습니다.

내심 아그리콜라 크리스마스 보드판이 걸리길 바랬는데요

참여자 전원에게 주는 프로텍터와 포스트잇만 들어있었고....전 당첨되지 못했습니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배엔 Ms Rosenberg라고 쓰여 있네요. 작가의 아내 분을 뜻하는 걸까요?

항구노역자가 들고 있는 아그리콜라 박스도 눈에 띕니다

명작 아그리콜라의 작가 우베 로젠버그씨의 후속작이면서

긱 순위에서도 10위권 안에 꽤나 오랜기간 머물렀던 작품이라 어떤 작품일지 많이 설렜습니다.

설렘과 달리 박스를 열어보니 상당히 단촐한 느낌입니다.

아그리콜라 확장 박스 정도면 되겠다 싶은 구성물을

쓸데없이 깊은 상자에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펀칭을 하고 나면 꽤 부피가 늘어납니다.

타일 시트는 저렇게 종이 띠로 묶었더군요.

다른 게임들의 타일과 비교했을 때

르아브르 타일들은 정말 쉽고 부드럽게 떨어집니다.

잘 안떨어지는 부분을 급하게 떼다간 타일에 손상이 갈 수 있는데

이번에 펀칭하면서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콜이 그렇듯 여러 조각의 보드판을 완전히 분리시킨 것도 맘에 듭니다.

통상 접어서 보관해야 하는 보드판들은 연결 부위가 찢어지지 않을까 은근 신경 쓰이더라구요.

이번 한글판에는 메뉴얼과 보드판에 오타가 있습니다.

때문에 정정 스티커를 제공하고 있으며

게임엔 그다지 영향을 주진 않는 미미한 문제입니다.

그보다 정말 아쉬운 것은 최근 영문판엔 포함되어 있는 확장판 카드들이 없다는거죠.

왜 그랬는지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할테니 확장 한글판은 반드시... 출시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스타워즈 엑스윙 Wave3 이후 확장들의 한글판 제작을 포기한다는 선언에 충격을 받은 터라 ㅠㅠ

얼렁 돌려보고픈 마음에 펀칭과 플텍씌우기를 마치지마자 룰을 읽었습니다.

최근 수십페이지는 가뿐히 넘겨버리는 GMT게임들의 룰들만 읽다가

간만에 정통 유럽식 게임의 심플한 룰을 보니 술술 읽히더군요.

룰은 상당히 단순합니다. 브래스나 파워그리드 수준. 뭐 그렇다고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전형적인 일꾼 놓기 게임일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을 뒤엎었던 건

플레이어 당 일꾼이 1명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게임 도중에 늘어나는 일도 없어요!

르아브르 일꾼 시스템의 핵심은 행동량 관리가 아니라 오로지 행동 선점에만 있다는 건데...

일꾼을 언제 늘려야하나 하는 고민이 없어진 대신 다른 부분을 더 고민하게 만듭니다.

건물은 아그리콜라의 행동칸 역할을 합니다.

아콜의 행동칸이 라운드가 진행될 수록 늘어났던 것과 유사하게

르아브르에서는 플레이어가 건물을 건설하면서 행동 선택지를 늘려나가죠.

상대방의 건물이더라도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면 자기가 선점하여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행동 선점에서 한발 나아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집니다.

자원은 기본 8종이 존재하며 각각의 기본자원은 가공을 거쳐 더 높은 가치를 갖는 자원으로 변환됩니다.

기본자원 타일을 뒤집으면 가공된 자원면이 나오죠.

자원을 목재컴포가 아니라 타일로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있습니다.

자원 가공은 이 게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입니다.

아콜의 빵굽기를 모든 자원에 적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가공의 예입니다.

훈제장은 생선과 연료를 훈제생선과 0.5프랑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 플레이에선 훈제장에 일꾼을 놓고 나무를 지불한 후

생선 타일을 훈제생선면으로 뒤집으면 됩니다.

이때 뒤집은 생선이 두개라면 1프랑을 받게되죠.

브래스와는 조금 다르면서도 유사한 타일 뒤집는 맛이 있네요.

자원의 가공이 연속된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예입니다.

가축은 도축장에서 고기와 생가죽으로 분리되고 생가죽은 가죽공장에서 가죽과 돈으로 바뀝니다.

가공 프로세스에 맞춰나가는 것이 건설의 기본이 되겠지만

특정 속성의 건물들을 모으면 효율이 증가하기도 하므로

셋컬렉션을 맞추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주된 고민은 일꾼을 어디에 넣어야 하느냐...는 거죠.

당연히 단 한번의 행동으로 최대한의 자원을 전환시켜야 하겠으나 판단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일꾼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선택은 더욱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때문에 더더욱 장고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다른 플레이어의 개입으로 계획이 틀어지겠지만요 ㅋㅋ

진행은 각 플레이어가 한 차례씩 돌아가면서

하나의 일꾼 행동(건물이용)을 수행하거나 자원을 받아오는 행동을 택합니다.

총 7차례를 마치면 한라운드가 끝나며 라운드가 끝날때마다

일꾼 놓기 게임이라면 의례있는 "먹여살리기"를 해야합니다.

일꾼은 한명이지만, 인건비는 매 라운드마다 인상됩니다.

이번 라운드엔 전 라운드보다 정말 많이 발전했군-은 개뿔

먹여살리기 한번으로 한 라운드 동안 벌어놓은 자원을 거의 다 소비하게 되더군요 -ㅂ-;

전체 라운드 수는 인원에 따라 달라지며

라운드를 모두 마쳤을때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1인플 초기 배치를 마친 상태입니다.(마을공용 건물을 5개 배치한 것은 에러플입니다.)

개인적으로 1인플도 지원해주는 작가들의 배려를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자폐플을 즐길 수 있... 어서가 아니라 룰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가운데 파란 물결무늬 원형 타일이 한 차례를 나타내는 칸입니다.

아콜의 행동칸이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것 처럼

자원이 추가되는 순서에 랜덤성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 접할 때 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잘못?)알려져 있는 브래스도

저에겐 해야 할 행동이 너무 명확했던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만큼은 정말이지 말그대로 멘붕-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룰에선 드러나지 않은 정보들- 자원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는

카드를 보기 전까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한라운드 한라운드 돌리다보니 슬슬 감이 오고 재밌어집니다.

건물 사용에 약간의 에러플이 있던 가운데 최종 점수는 180여점.

꽤 높은 숫자라 생각했지만 1인플은 250점은 넘어야 보통 수준이라고... 긱에서 누군가 그렇게 말하더군요.-_-

첫 느낌은 역시 긱 순위값과 작가의 이름값을 하는 작품이란 느낌이었습니다.

푸코처럼 운적인 요소가 거의 없지만 촐킨/테라처럼 선택지의 다양성으로 수싸움의 퍽퍽함을 커버했고

단순한 룰에 테마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접근성과 몰입도도 높은 편입니다.

건물 테크나 조합을 고려하면서 다음엔 더 잘해봐야지 하는 승부욕도 생기구요.

단 건물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쓰루 디 에이지스처럼 익숙해지는 시점엔 조금 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요치는 않지만 유머가 넘치는 아콜의 카드들과 달리 르아브르의 카드들은 기능 설명에만 충실하다는 것도 살짝 아쉬운 점입니다.

(여담으로 새삼 아콜은 참 대단한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테마와 시스템 모든 면에서 단점을 찾기 힘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이젠 본격적으로 다인플을 즐기는 일만 남았는데...

일단 제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친구를 불러서 1:1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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