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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머금은 추상전략 - 바다동물장기 리뷰

1,981 조회

2017.03.27 18:19

(이미지출처: 보드게임 긱)

30년이 조금 넘도록 당첨운이라고는 없던 제가 어쩌다 보약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습니다!(짝짝짝)

그렇게 바다동물장기를 받고 집과 모임에서 몇 주간 플레이를 해 보았습니다. 리뷰를 써본적은 거의 없지만, 아직 접해보신 분들이 많이 없는 게임이니 최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리뷰를 써 보도록 할께요:) 몇 주간 게임에 대한 애착이 커져서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쓰게되어 다행입니다.

바다동물장기

바다동물로 하는 장기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근데 이름이 뭐랄까 조금 촌스럽지 않나요? 모임의 어떤 분은 바다동물의 내장이냐고(심지어 해물내장이라는 약어도)...~~ 아쿠아티카라고 원어 그대로 읽는게 더 멋진 것 같아요. 프랑스출신 제작자가 만든 게임이라고 알고있습니다.

(보드판이 잘 펴지지 않아요ㅠㅠ 세팅하고 보드판 누르다가 말들이 조금 흩어졌네요. 이거 개선해서 나올 수 있나요?!)

구성은 잘 펴지지 않는ㅜ 보드판과 나무재질의 바다동물말(3종류 회색, 노란색 3개씩) 18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네, 꽤 조촐한 구성이예요. ~~역시 비싼 게임은 선물로 안주는구나 했다니까요.~~ (농담입니다. 택배오고 엄청 신나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어요ㅋㅋㅋㅋㅋ)

구성이 단촐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규칙이 간결해지고, 설명이 쉬워지고, 꺼내들기 좋아집니다. 부피도 그리 크지 않아서 요새 보드게임 들고갈 일 있으면 항상 넣어다녔어요. 둘이 시간때울때도 좋고, 필러게임으로도 좋고 진지하게 머리 싸매고 해도 좋은 게임이라서요. 여담이지만 너무 리뷰때문에 게임 소개한다고 오해살까봐 아주 최근에는 일부러 좀 놓고다녔습니다. 진심은 알려지겠죠ㅎㅎㅎㅎ

일단 장단점을 살펴보기 전에 룰부터 알아볼께요. 이미 교활한양님께서 훌륭한 개봉기와 소개글을 올려주셨으니 참고하세요!

1. 게임 목적 및 세팅

보드판 양 쪽에 9칸씩 색깔이 조금 진하게 칠해진 공간 있죠? 해당 색의 플레이어는 자기 색깔 말을 모두 가져와서 해당 9칸 안에 자유롭게 배치하시면 됩니다. 어떤 배치가 최선의 배치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배치가 자유로우니 시작할 때 "이번엔 이렇게 놓고 해봐야지"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더 많이 플레이하면 좋아하는 배치가 몇 종류 생길 것 같긴 합니다(좌우 대칭, 비대칭 모두 전략성이 생겨요).

승리목적은 간단합니다. 상대방 진영 가장 안쪽 가운데에 내 색깔 칸이 한 칸 있을꺼예요. 거기에 자기 말을 아무거나 한 개 넣으면 이깁니다. 물론 상대 말을 전부 보드판에서 치워버려도 이겨요. 할 수 있다면요 ㅎㅎ

2. 기본 이동

말은 날치, 상어, 문어 3종류의 말이 각각 3개씩 주어집니다. 이 말들은 모두 뒤로 못가요. 전진, 좌우, 앞쪽 대각선 5방향으로 한 칸씩만 갈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대결 해보셨나요? 뒤가 뚫리면 지는거예요. 근데 이 게임은 승리조건이 동일해서 양쪽 모두 뒤가 뚫리려고한다? 그럼 그때부턴 턴싸움입니다. 달려!)

말들의 종류는 날치, 상어, 문어 3종류가 있다고했죠? 각각의 말들은 기본이동은 동일하지만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1. 날치: 어떤 말이든 자기 바로 앞에 놓여져 있으면 건너 뛸 수 있습니다. 뜀뛰기 하듯이요. 방향만 같다면 한 턴에 여러번 뛸 수도 있어요. 만약 상대편 상어가 잡아먹으러 온다? 한칸 뛰면 그만이예요. 상대편 상어는 뒤로 못오거든요 ㅋㅋㅋㅋ 바보

2. 상어: 이 게임은 장기와 다르게 상대편 말을 제거하는 말이 상어밖에 없어요. 상어가 이동할 수 있는 방향에 상대편 말이 있고 그 위치로 이동한다면 그 말을 보드판에서 제거합니다(꿀꺽).

3. 문어: 상어가 상대 말을 제거한다면 ~~크툴루~~ 문어는 상대편이든 자기말이든 문어가 아닌 모든 ~~조사자를~~ 말을 ~~집어 삼킵니다~~ 가둡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문어 말은 특히 크기가 크죠? 이 가운데가 비어있습니다. 이 공간에 다른 말을 삼키고 문어가 원할 때 까지 문어와 함께 다녀야 합니다. 상어가 만약 이 문어를 잡아먹는다면? 네, 같이 죽습니다. 상대편 말이 밑에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면 저렇게 쉽게 상어에게 다가가지 않겠죠. 그래서 강하지만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게 상어의 역할이 되겠습니다... 또 문어 밑에 있는 말은 문어 주인밖에 볼 수 없는데요, 적당히 기억하면 될 것 같지만 플레이가 계속되다보면 그게 헷갈리기 시작하고 상당한 재미요소가 됩니다. 저쪽이 상어였던가? 날치였나? 쟤는 빈문어였었나? 심각하게 기억하고 플레이하면 그런대로, 가볍게 플레이하면 또 거기서 주는 의외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룰 잘 이해 하셨나요? 쉬운 룰을 어렵게 써버린 것 같네요. 세가지만 기억하세요. 날치는 뛰어넘고, 상어는 잡아먹고, 문어는 가둔다. 그리고 전부 뒤로 못간다.

어떤 말이 특히 중요해보일 수 있지만, 세 특성이 아주 적절히 조화되어 상황에 따라 어떤 말도 그 게임의 히어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날치의 속도와 상어의 힘과 문어의 전략성 모두 골고루 활용해야 이길 수 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상황1: 문어와 상어가 중원에서 서로 째려보고 있습니다. 노란 플레이어의 차례.

상황2: 문어가 과감하게 앞으로 전진하는가 싶더니 삼켜놨던 날치를 두고왔네요.

이 상황에서 회색플레이어는 문어를 쉽사리 잡아먹지 못합니다. 잡아먹으면 날치가 상어를 건너 뛰어버려 손 댈 수 없는 뒤쪽으로 넘어갈테고, 그렇다고 그냥 두면 상어의 모든 이동방향은 문어의 사정권이 되어 다음 턴에 문어에게 잡히고말겠죠. 주변에 다른 말들이 없다면 회색 상어는 문어를 먹고 날치보다 앞으로 먼저 달려가면 이기겠지만 노란색이 수비병력을 마련하지 않고 저렇게 나가진 않았겠죠. 이럴 경우 보드판이 그리 넓지 않기 떄문에 회색 플레이어도 주변에 다른 말들이 있을 테고 전체적인 말들 위치를 보면 분명 좋은 수가 나올겁니다.

제가 해본 전략중에 인상적이었던 전략은 "상대편 문어에게 밥인듯 내주기" 였습니다. 문어는 가둘 수 있는 강려크한 힘이 있지만 한 번에 한 마리 밖에 못가두거든요. 상대방이 문어를 주력으로 수비하려고 하는 듯 해서 중반에 한 마리 던지고 문어가 삼키게끔 유도한 다음에, 몇 턴 수싸움을 하고 타이밍을 봐서 날치를 집어넣었습니다. 문어로 막으려고 보니 어? 하시더군요 ㅎㅎㅎㅎ 물론 게임에 익숙치 않아 당하신거지만 머리쓰는 플레이어들끼리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충분히 설계해 볼 수 있겠지요.

3. 장점:

그럼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 전에 제가 이 게임을 상당히 좋아하게 되어서요. 색안경이 좀 끼었을 수 있습니다:)

1)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게임상황: 이 게임 첫 인상에 비해 엄청 수싸움이 치열한 게임이예요. 그럼에도 게임이 진행되다 보면 상대 문어가 내 말을 뱉기도 하고, 2지선다를 주었을 때 의외의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고 상대 말과 내 말을 함께 희생하기도 하게되는데 이럴 때 괜히 미소가 지어져요. 특히나 상대 문어에 뭐가있는지 헷갈릴때? 혹은 내 문어에 뭐가 있는지 상대가 헷갈려 할 때? 씨익 웃으며 심리전을 걸어보기도 하고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상황을 변화시키는게 의외로 가벼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2) 직관적인 승리조건: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잘 감이 안오는 게임들이 있잖아요? 이 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어판 해보면 어떻게 하면 이기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와요. 승리 조건도 간단하고 말이죠. 항상 내맘대로 상황이 흘러가진 않지만 처음 세팅할 때 요렇게 해서 저렇게 해야지, 이 상황에는 얘를 밀어넣으면 고민좀 하겠군 하며 이기는 길을 찾고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습니다.

3) 간결한 룰과 적당한 플레이타임: 추상 전략이란게 장고하면 끝이 없겠죠. 그럼에도 룰이 간결하고 보드판 크기가 적절해서 게임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길이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개하기도 쉽구요.

4) 아이들과 하기 좋은 테마: 제게 두 딸이 있거든요. 아직 이 게임을 할 만큼 크진 않았지만, 빨리 잘 키워서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규칙도 쉽고 테마도 즐겁고, 머리도 좋아질 것 같구요.

4. 단점

1) 추상전략은 추상전략: 추상 전략 잘 하시나요? 이 게임 역시 운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수싸움이 강하고 잘 하는 플레이어는 절대 이길수가 없습니다. 실수를 노리지 않는다면요. 만약 함께 하실 분이 수싸움에 약하다면 가끔은 "어떻게 티안내고 멋지게 질까" 를 고민하셔야 할 지도 몰라요. 테마와 이미지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수싸움이 요구됩니다.

2) 아쉬운 컴포: 같이 하신 분중에 한 분은 이 게임을 극찬하시면서, 컴포가 너무 단순하고 가벼워보이게 나왔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나온다면 추상전략 팬들이 상당히 좋아할 만한 깊이가 있다구요. 물론 저는 딸들과도 즐기고 싶기 때문에, 아예 귀여운 피규어버전과 고급버전 두 개로 나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보드판이 잘 안펴져요!ㅠㅠㅠㅠ

3) 고민을 거듭할 수록 우러나오는 게임성: 끝까지 가면 이긴다는 말에 무작정 전진! 전진! 만 하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상대하긴 쉽지만 고민 없이 플레이하면 양쪽 모두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전략이 아니라 실수 유도정도의 의미밖에 없거든요. 그런 분과 하면서 혼자 장고하기도 눈치보이구요...ㅎㅎㅎ

~~그리고 네이밍이 구려요.~~

5. 마무으리

아내를 추상전략에 입문시키려고 시작했지만 들고가서 아버지와 함께 한판 벌여보고 싶은 게임. 아쿠아티카입니다. 오랜만에 즐기게 된 추상전략이기도 하고, 간단할 줄 알았는데 괜찮은 고민을 던져주고 그 과정이 즐거워 마음을 쉽게 줘버린 게임이 되었어습니다. 좋은 선물 받았어요:)

컴포가 아쉬워 와이프 꼬셔서 만들어본 상어말(샘플). 애들때문에 힘들지만 틈틈히 만들어 업그레이드 하고있습니다(저 말고 와이프가ㅋㅋㅋ). 완성되면 또 후기 남길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이건 제가 생각해 본 변형룰인데요, 가끔은 초기 세팅 때 자기 문어 밑에 원하는 말들을 집어넣어놓고 시작할 수 있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약간의 파티성과 심리요소가 가미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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