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에 가까운 후기 - 서브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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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2 02:52

(이미지는 패배 직후의 모습입니다.. 캐릭터들이 없거나 누워있네요...ㅋㅋㅋ)

킥스 펀딩중인 서브테라를 테이블토피아를 통해 해보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처음 온라인으로 보드게임을 해보았는데,

보드게임은 서로 얼굴 맞대고 하는게 가장 좋지만 시간이나 상황이 어려울 때 이렇게 즐기는것도 괜찮은 대안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룰도 알아서 챙겨야하고 셔플같은 것 빼고는 다 하나하나 옮기고 뒤집고 하는게 오히려 진짜 보드게임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줍니다.

(테이블토피아 리뷰는 아니지만... 처음 접해보니 신기하더라구요)

이번 펀딩에 관심이 있는 지인이 있어서 하게된건데, 리뷰가 없는 것 같아 짧게나마 플레이 해 본 느낌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서브테라는 협력게임으로 타일을 놓아가며 동굴 속에서 탈출하는 목적을 가진 게임입니다.

타일을 열어 탐험대원과 인접한 칸에 타일을 놓고 이동을 하는 등의 액션을 통해서 동굴 탐험을 하게되고, 모든 캐릭터가 행동을 마친 뒤에는 동굴에서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 가스가 새어나오거나, 수맥이 있는 곳에서 물이 넘치거나, 불안정한 지반이 무너져 내리거나, 괴물이 나타나는 등 말이죠.

목적지인 동굴의 출구는 동굴 타일 더미의 맨 아래 6장중에 섞여있고,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카드는 모두 뒤집어지면 플레이어의 유일한 길잡이인 플레시 라이트의 배터리가 나가 사실상 플레이어들을 죽음으로 몰고갑니다.

위협카드(한글 공식 명칭은 아닙니다... 제멋대로 이름붙임)가 소모되기 전에 동굴 타일을 모두(거의 대부분) 까고 가능한 많은 탐험대원을 동굴 입구로 이동시켜야하는데...

그리즐드 느낌이 물씬납니다. 저쪽(위협)카드가 떨어지기 전에 이쪽(동굴타일)을 모두 소모시켜야 한다. 물론 시스템은 많이 다르지만 그리즐드의 사기카드/위협카드의 대립구조가 유사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개인 카드가 없기 떄문에 대화가 자유롭다는 점, 지원토큰이 없기 때문에 이심전심 마음이 통해야 극복가능한 요소는 없다는 점, 직업 카드로 그리즐드에 비해 역할이 어느정도 구분되어 있다는 것 등을 차이점으로 볼 수 있겠네요(그럼에도 플레이 하면서 그리즐드 할 때의 느낌을 많이 느꼈고, 같이 플레이한 분도 플레이 중간에 "그리즐드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룰만 봤을땐 테마성도 있고 룰루랄라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제한된 행동력과 랜덤한 동굴의 구조, 매 라운드 일어나는 사건들이 주는 압박이 상당히 빠듯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너자니 너무 턴소모가 심하고, 위험부담을 안고 설마설마 하며 진행하다가 막다른 골목을 만나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처음에는 다같이 탈출해야 하니 어느정도 근처에서 이동했는데, 그러다보니 노는 탐험대원이 생기고 턴낭비가 심해집니다. 그렇다고 각자 이동하다보면 정작 필요할 때 도와주러 갈 수가 없죠.

그런점에서 테마는 잘 살렸다고 생각됩니다. 눈앞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르는 동굴탐험, 출구를 빨리 찾기 위해 흩어질 것인가 뭉쳐서 안전을 도모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 시시각각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동굴의 불안정한 구조등... 또한 어느 정도의 재미도 보장합니다. 룰도 딱히 어렵지 않고, 카드의 텍스트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압박도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호러(동굴괴물)가 주는 리얼리티가 좀 떨어집니다. 상당히 시스템적으로(괴물- 가장 가까운 캐릭터에게 1칸 이동, 같은 칸에 이동하면 캐릭터는 모든 생명력을 잃음) 움직이는데다가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일도 사실상 타일을 오픈하고 이동하고 -가 대부분입니다. 동굴 상황에 따라 빨리 이동하고 느리게 이동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타일이 살려놓은 테마성을 추상전략같은 움직임으로 갉아먹고있는 느낌이랄까요? 일부 직업의 특수 능력이 아닌 각 직업별로 이동수치나 탐험에 필요한 수치들을 분화시켰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게임의 간결함은 많이 떨어지겠지요..

그리고 게임의 포지션이 약간 애매합니다. 언제 돌리면 좋을지 잘 떠오르지 않아요. 게임모임보다는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더 좋을 것 같은 깊이인데, 그렇다고 입문자가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구입해서 아내와 즐기고 싶은 게임입니다. 동시에 제 아내가 좋아할 것 같은 게임은 아니네요ㅜ(2~3인이 플레이하면 캐릭터 2개씩을 사용하는데, 이게 오히려 적정 인원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 액션이 단순하기 때문에 1인 2캐릭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고 - 체스나 장기의 개인 말이 몇개인지 생각해보세요 - 4명이 넘어서 캐릭터를 한 개씩만 쓰다보면 차례도 늦게오고 캐릭터가 의식불명이 되었을 때나 도와줄 캐릭터가 근처에 없을 때, 혹은 출구가 코앞인데 남은 턴이 얼마 없어서 희생자를 챙길 수 없을때와 같이 게임하다 중간에 손놓고 구경하는 플레이어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자주 돌리지는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게임이랄까요. 물론 본판 기준이라 확장이 어떤 요소를 부여해 줄지 기대가 되긴 합니다.

으으으으으으음... 궁금한데 리뷰가 없는 게임이 꽤 있길래... 한두문장이라도 해본김에 보태보자 했는데 영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ㅜ

리뷰쓰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하는걸 느낀 잡담같은 후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밤 되세요~~

PS// 솔플로 테플 1회, 지인과 플레이 1회 해보고 쓰는 후기입니다. 말 그대로 첫플의 느낌을 적은 글 정도라 생각하고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