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하반기에 했던 게임들 간단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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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01:03

보드게임 하면서 사진을 찍어놓긴 했는데 게을러서 후기를 계속 미루고 미루다보니 16년이 벌써 끝나가네요.

각 게임별로 사진 한~두장에 간단한 감상글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항상 초심자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에 룰설명 및 세팅 난이도, 그리고 친구들이 얼마나 어렵게 느끼는지가 게임 평가의 중요한 기준입니다. 점수 보실 때 참고해주세요 ㅎㅎ

1. 8분 제국: 전설들 (8점)

정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영향력 게임이었습니다. 일단 이 게임의 장점은 아이콘화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는 점, 세팅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무난한 플레이타임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했던 친구의 말로는 '병력을 생성하는 것에 한 턴, 이동하는 것에 한 턴 이런식으로 나뉘어져있어서 답답했다'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병력을 생성하자마자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싶었나봐요.

2. 늑대와 사냥개 (6점)

아주 무난한 2:2 팀플 게임입니다. 카드 몇장으로만 진행되는 눈치싸움 게임인데, 장점으로는 역시 너무나도 이쁜 컴포와 카드들로 친구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단점으로는 너무도 무난하다보니 좀 심심하고, 카드 운빨을 너무도 많이 탑니다. 그냥 5~10분 정도로 기분 좋게 이쁜 그림 보면서 플레이하는 정도가 이 게임이 있는 위치인 듯 합니다.

그래도 양 귀여워요ㅋㅋ

3. 요로즈네코노토요아카리 (7점)

이쁜 컴포만 보고 가벼운 게임이라 판단하였는데 의외로 눈치 싸움이 치열합니다. 꼭 숫자 1~2차이로 내가 원하는 카드를 획득못하더라구요. 그리고 어찌됐든 카드 운빨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술 먹는 카드는 모두가 동등하게 들고 시작하기에 어느 정도 운이 확 기울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이런 눈치 게임 별로 안좋아하는 친구가 막판에 엄청나게 실력을 발휘하여 역전승을 했네요.

4. 과일 모으기 (7점)

정말 별 거 아닌 컴포로 인해 가벼운 게임으로 보이는 과일 모으기. 그런데,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이 날 했던 게임 중에 제일 어려운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초심자들에게 만칼라 시스템은 낯설고 어려운 시스템인가 봅니다. 거기에 아주 작디 작은 씨앗 컴포넌트로 인해 손에 잡기도 어렵고! 처음 한 10분간은 "그래서 도대체 씨앗을 많이 만들면 뭐가 좋은데?" "씨앗이 지금 왜 생겨?" "이렇게 하면 씨앗 몇 개 생겨?" "과일은 어떻게 사오는 거야?" 등등 질문 폭격을 받으며 우왕좌왕하더니, 감을 잡고 나니 다들 어떻게 하면 집에 도착해서 추가 턴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꽤 재밌어서 8점을 주고싶은데, 씨앗컴포 때문에 1점 깎았습니다. 만칼라면 적어도 손에 집기 쉬운 사이즈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ㅠㅠ

5. 중세 아카데미 (8점)

카드 드래프트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꺼내왔었습니다. 장점으로는 리셋되는 보드판의 존재로 인해 친구들이 초반에 실수했어도, 감을 잡은 후반에 점수를 따라잡을 기회가 온단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매 라운드마다 점수 계산을 해야해서 그걸 챙겨야하는 제 손과 머리가 너무 복잡했고, 친구들은 게임이 전체적으로 약간 루즈하단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카드 드래프팅을 초심자에게 가르쳐야한다면 세븐원더스보다 먼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초밥왕은 개인적으로, 한 번 플레이해보고 "이게 무슨 게임이야?" 싶었거든요)

6. 레전드 (5점)

음...크게 견제랄 요소도 없고, 무언가 내가 점수를 만들어나간다는 맛도 없었습니다. 그저 잔잔히 흘러가는 구름과도 같은 게임이었어요. 그런데도 의외로 룰 설명이 어려운 편에 속하고, 제가 매 플레이어의 차례가 진행될 때마다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일일히 체크하고 누구 턴인지 찾아주고 하는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거기다 장고가 속출...게이머 분들과 함께하면 좀 평이 달라질까요? 일단 지금으로선 다신 하고싶지 않은 게임이네요. 생일선물로 받은 게임이라 고이 포장해서 잘 간직만 할 것 같습니다 ^^;;

7. 북해의 침략자 (9점)

전 이 게임을 정말 너무도 기대했습니다. 처음으로 프리 오더를 걸어서 시리즈 전체를 다 사고 보드판도 한글화하고 그 한글화한 지역명칭에 맞춰서 카드 한글화도 개인적으로 따로 진행! 해서 딱 친구들한테 들이밀었는데!!! 친구들은 너무도 어려운 게임이었단 평을 내렸습니다. 아니 1등해놓고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ㅠㅠ 게임 자체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일꾼을 딱 하나만 사용한단 점이 초심자들에게 잘먹히(ㄹ줄 알았)고, 그 와중에도 침략을 얼른 갈지 계약타일을 위주로 갈지 고민하게하고 각 카드 능력들을 읽어보고 사용하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가지 에러플을 잡아내지 못해서 게임이 망가진 것도 사실이네요. 다음에 꼭 같은 멤버로 다시 재도전해보고싶습니다.

8. 발레리아: 카드 킹덤스 (9점)

이 게임이 한 번 하고나니, 미니빌은 다신 안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 보드게임 완전 처음 해보는 친구들과는 이 게임 돌리기 힘들겠지요. 그래도 약간의 보드게임 경험이 있는 친구라면 언제나 부담없이 들이밀고 싶어요. 장점으로는 쉬운 룰, 마나라는 자원의 존재로 인해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플레이, 남의 턴인데도 계속 나한테 자원이 들어와서 좋았다는 친구들의 평. 단점으로는 매우 넓은 공간이 필요한 점, 공작 점수 계산하는 과정에 계산기가 거의 필수인 점, 영지 카드들이 새로 등장하면 그 때 그 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한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9. 크툴루를 건드리지 마라 (10점)

요즘 제 최애게임입니다. 5명이 모일 일이 생기면 무조건 챙겨가요. 저는 마피아게임을 굉장히 안좋아하는 편인데도, 이 게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너무도 쉬운 룰과, 조사에 확률이 들어가기에 컬티스트 측에서도 거짓말을 안들키게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단 점 등을 장점으로 꼽고싶네요. 몇 장 안되는 카드로 이런 게임을 만들어냈단데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단점은...같은 멤버로 2시간 플레이하면 서로의 거짓말 패턴이 눈에 보인단 점...? ^^;; "한 판만 더 해"라는 말이 계속 나와 친구들과 2시간 내내 했네요 ㅋㅋ

10. 해리포터: 호그와트 배틀 (보류)

제일 기대했는데, 제일 실망했습니다. 왜냐면...1권만 플레이하면 너무너무 쉽거든요 ㅠㅠ 세팅이랑 룰설명을 15분쯤 한 것 같은데 게임이 체감상 10분만에 끝난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해리포터 테마라기에 엄청 기대했는데 끝내고나니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네요. 저는 아무래도 처음 플레이하는거니까 1권만 우선 플레이해봐야겠다하고 준비해간거였는데 저의 실수였습니다. 플레이할 마음 있으시다면 꼭 시작부터 3권까지 다 넣어서 플레이하세요. 그 때까진 점수를 보류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도미니언을 한 번도 안해본 플레이어가 있다면 카드 플레이하고 사오고 버리는 일련의 과정을 처음에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11. 소란 속의 고요 (9점)

정말 의외의 대박 게임이었습니다ㅋㅋ 플레이하는 내내 웃음이 빵빵터지는 시간이었어요. 실제 존재하는 그룹들로 준비해서 갔더니 모두가 정말 집중하고 내 소속사 가수 차트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게임인가....하던 친구들에게 12월 1주차 K차트 순위를 발표한다며 이 돌림판을 돌리고 순위 등락하는 과정을 보여주자, 바로 함박웃음을 짓더군요 ㅋㅋ 말도 안되는 게임을 들고왔다면서 SM, JYP, YG, DSP, CJ 이렇게 5개의 회사 대표가 열심히 언플도 하고 금주의 아티스트도 예상해보는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모 가수는 이제 퇴물 아닌가요?"를 주장하는 4명과 그 가수의 열렬한 팬이 갑론을박한 결과, 오히려 그 가수가 차트 역주행을 하며 쟁쟁한 요즘 걸그룹들을 다 제치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ㅋㅋㅋ 10점 만점을 주고 싶지만, 자그마한 컴포가 많아서 자꾸 테이블 밑으로 떨어지고, 순위 변동과 점수 계산 과정이 번거로워서 1점 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