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와이프와 저는 자연스럽게 고민에 빠져요. “올해도 우리 딸은 산타를 믿을까?” 굉장히 단순한 질문이긴 한데, 부모 입장에서는 꽤 진지한 문제거든요.
작년까진 다행히 ‘산타 할아버지 실존설’을 굳건히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글쎄요. 그녀석의 믿음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신이 잘 안 들어요.
그 이유는, 딸아이가 최근 집에 붙여둔 A4 두 장짜리 이벤트 때문이에요. 첫눈이 폭설처럼 내렸던 날 이후, 딸아이는 거실 벽에 커다란 게시물 두 장을 붙여놨거든요.
첫 번째 종이는,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세요!” 라고 아주 크게 써놓고, 아래에는 받고 싶은 선물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놨어요. 책 제목, 몇 권짜리인지, 작가 이름까지. 거의 발주서 수준이에요.
두 번째 종이는 “내가 원하는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가지 소원을 적었어요. 그런데 그 소원들 중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매직펌'. 이건 무슨 산타의 기술력으로도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가 정말 산타를 믿는 걸까, 아니면 믿는 척을 해주는 걸까”라고 우리가 고민하는 거예요.
사실 딸아이는 다른 사람 감정에 참 신경을 많이 써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산타를 믿는 줄 알고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아직 믿고 있는 걸 수도 있고요. 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그리고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딸아이의 이런 동심이 조금만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판타지 세계를 믿는 마음이 결국 보드게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오늘, 딸아이의 게시물 옆에 저도 제 프로젝트 하나 붙여보려 해요.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세요! 아마존 장바구니에 작은 보드게임이 10개나 담겨 있어요!”
그리고 옆에는 와이프가 이런 걸 하나 더 붙일지도 모르겠네요. “크리스마스 당일, 집에서 쫓겨날 남편도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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