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문득 잡글을 써 보고 싶어 펜...아니 손가락을 듭니다.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특히 회계과목을 많이 들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이죠.
물론 경제학 수업들도 전공과목들에 포함되어 있어서 미시경제와 거시경제 정도까지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18XX 시리즈는 주식게임의 끝판왕이라고 저는 얘기합니다만, 해보신 분들 중에는 왜 이게 주식게임인지 와 닿지 않는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주식에 대한 관점이 일반인 집단과 저처럼 대학 등지에서 관련 수업을 들은 사람과의 배경지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길 목적으로 주식을 매매합니다. 현실적으로 주가는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보통 주식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은 이런 방향성에 초점을 잡고 있습니다. 주가도 랜덤하게 변동되게끔 되어있지요.
하지만 대학의 수업에서 얘기하는 주식의 본질은 어떤 회사의 배당금을 회사가 청산할 때까지 영구히 얻을 권리입니다.
내가 주식을 30% 갖고 있다면 그 회사로부터 매년 배당총액의 30%를 받게 되고, 이 회사가 매년 100억씩 배당을 한다고 하면 나는 매년 30억을 받게 됩니다.
이는 연금처럼 생각할 수도 있어, 내가 앞으로 받게될 연금을 모두 더해 그것을 현재가치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가치란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개념으로, 현재의 1만원과 1년 뒤의 1만원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잠깐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은행의 이자율이 10%라고 했을 때, 오늘의 1만원의 가치는 1만원입니다.
하지만 이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 1년 뒤에는 11000원이 됩니다.
또 1년이 지나면 12100원이 됩니다.
그래서
현재의 1만원
1년 뒤의 11000원
2년 뒤의 12100원
이 셋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같은 가치를 갖습니다.
다시 배당금의 얘기로 돌아와서 미래에 받게 될 30억의 현재가치는
1년 뒤 : 30억 / 1.1 = 2727272727
2년 뒤 : 30억 / 1.1 / 1.1 = 2479338842
3년 뒤 : 30억 / 1.1 / 1.1 / 1.1 = 2253944402
...
이 값은 점점 떨어져 0에 수렴하게 되고, 무한등비급수 계산식을 통해 계산해보면 약 329.6억이 나옵니다.
내가 가진 지분의 가치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329.6억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것을 주식 수로 나누면 1주당 가치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갖고 있는게 10만주라고 하면 1주당 32.96만원이 되겠죠.
그러니 1주당 32.96만원이 기준가격이 되고 이보다 싸게 살 수 있다면 이득인 셈입니다.
적다보니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네요. 18XX 에서 중요한 것은 주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배당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회계학의 얘기로 넘어와보면, 기업은 매해 결산을 합니다.
매출액에서 이런저런 비용들을 다 빼고 나면 당기순이익(수익항목)이라는 것이 남고, 매년의 당기순이익은 이익잉여금(자본항목)으로 전환이 됩니다.
현실에서는 이 일부가 배당이 됩니다만, 18XX에서는 당기순이익이 나오면 이것을 100% 배당하거나, 혹은 배당을 하지 않고 모두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합니다. 시리즈에 따라서는 절반은 배당하고, 절반은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회사에 저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당을 하게 되면 매년 받을 수 있는 기대 배당액이 오르기 때문에 이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그래서 주가가 오릅니다. 반대로 배당을 하지 않게 되면 이 주식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기대 배당액이 낮아지므로 주가가 낮아집니다.
또, 어떤 회사의 주식이 모두 팔린 상태라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초과수요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릅니다. 이는 경제학에서 나오는 얘기죠.
주식을 팔았을 때의 주가의 하락폭은 시리즈마다 다양합니다만, 경영자가 팔았을 때 좀 더 떨어지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회사의 중요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주식을 팔았을 때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18XX에서 주가의 변동은 랜덤 이벤트가 아닌 회사의 경영과정에서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통해 벌어지게 됩니다.
배당을 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주가는 살 때보다는 오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회사가 사용할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유보할 때도 있죠.
주식을 살 때는 앞으로 이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가, 얼마나 배당을 많이 할까를 보고 선택을 해야합니다.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는 주가도 자연스레 오르죠.
이런 일련의 과정이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던 저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와 이런 게 보드게임으로 구현이 되어있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 접한 건 BALTIMORE & OHIO 라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18XX 시리즈에 포함이 되진 않지만, 회사를 운영하고 지분에 따라 배당을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죠.
그 뒤에 1830을 통해 본격적으로 18XX 시리즈에 입문하게 됩니다.
당시엔 한글룰북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룰북을 보며 룰을 익혔고, 지금처럼 미니포커칩이 있지 않아 종이돈으로 게임을 했었습니다.(덕분에 플탐이 폭발)
룰북을 보는데 테마적으로 너무 부합해서 그렇지 그렇지 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 1830이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를 갖고 있어 입문으로 추천할만 하지만 게임이 다소 길다는 단점을 갖고 있고, 이를 보완해서 게임 길이를 단축시킨 1889를 가장 추천합니다. 1830과 1889는 룰이 90% 이상 같습니다. 1830에도 숏게임 모드가 있어 이렇게 하면 플탐이 단축되긴 할 것 같습니다(안 해봤습니다)
이 뒤에 나온 시리즈는 이 1830의 룰에 뭔가를 추가하거나, 혹은 일부를 변형하거나 하는 식으로 룰이 변경되어 나오는 느낌이라서 다른 18XX 시리즈의 룰을 익힐 때 차이점만 보면 되어서 편해집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1817인데, 주식과 관련된 온갖 시스템을 구현해냈습니다.
유상증자, M&A, 공매도, 현물출자, 대출, 변동이자, 거래정지, 기업청산...
이중 일부는 다른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개념이지만, 공매도는 아마 1817 밖에 없을 것 같네요.
18XX 시리즈는 철도테마의 탈을 쓴 주식게임이지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주식게임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주식게임이 랜덤성을 지닌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노려서 주식 매매를 한다면, 18XX 시리즈는 운 요소가 제로이고 어떤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내고 배당을 많이 할지를 따져봐서 주식을 매매하는 게임입니다.
플탐이 길어서 긱에서 웨이트가 4점대를 넘나드는 시리즈이긴 합니다만, 룰의 난이도만 놓고 본다면 3.0~3.5 정도 전략게임을 소화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1817이나 1822 등 시리즈 안에서도 헤비한 쪽은 예외)
18XX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해서 한번 글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