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 레드 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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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1 00:38

발매년도 : 2014년

게임 타입 : 카드게임, 플레이어제거게임, 핸드관리, 셋콜렉션

플레이 타임 : 5~10분

플레이 인원 : 2 ~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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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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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카드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게임 특성상 멋진 일러스트나 훌륭한 테마가 끼여들 여지가 거의 없는데다 시스템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최근 카드게임 장르에 따분함을 느끼던 중 레드 7 이라는 아주 독특한 작품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느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매 턴마다 1등을 차지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아야 하다는 규칙을요.

함께 레드 7을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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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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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7은 상급 룰로 즐기는 것이 가장 재밌고 전략적입니다. 그런 이유로 상급 규칙을 기준으로 규칙을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7장의 카드와 1장의 바닥카드를 받습니다. 그리고 시작 규칙 "가장 높은 카드를 가져야 한다" 카드를 중앙에 깔아놓으면 준비 완료. 게임이 시작되면 각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카드는 두 가지 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팔레트(자신의 앞)에 놓아 숫자와 색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캔버스(테이블 중앙)에 버려 해당 카드에 쓰여진 규칙을 따르도록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이 끝났을 때 캔버스에 놓인 규칙에 따라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기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에서 바로 탈락하죠.

각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올 때마다 4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1. 자기의 팔레트에 카드 한장 내려놓기

2. 캔버스에 카드를 한장 내려놓고 규칙 바꾸기

3. 자기의 팔레트에 카드를 한장 내려놓고 캔버스에도 한장 내려놓아 규칙 바꾸기

4. 아무것도 안하고(못하고) 패배하기

각 색상의 홀수 번호(1, 3, 5, 7)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팔레트에 내려놓을 때 반드시 그 능력을 적용해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남들을 방해하거나 카드를 추가로 더 뽑는 등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게임을 바꿔주는 편이죠.

또한 캔버스에 카드를 버렸을 때 그 숫자가 자신의 팔레트에 놓인 카드의 갯수보다 높다면 추가로 카드 한장을 뽑을 수 있습니다. 7장이라는 적은 수의 카드로 가능한 오래 버텨야 하는 만큼 꾸준히 카드를 뽑는 행동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모두가 탈락하고 마지막 생존자가 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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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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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규칙이 바뀌는 것은 플럭스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플럭스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작품 중 하나였죠. 그래서 레드 7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의 0에 가까운 기대를 가졌고 적당히 카드나 던지며 시간을 죽이는 그런 단순한 게임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매 턴마다 1등이 되어 살아남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단순한 타임킬링용 게임이 생존게임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손에 들고 시작하는 7장의 카드를 언제 어떻게 쓰냐에 따라 3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무력하게 탈락하거나, 무려 14번을 넘게 버티는 진풍경을 볼 수 있기도 하죠.

다른 카드게임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플레이 하면 레드 7이 가진 매력을 모두 즐기기 힘듭니다. 매 턴마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가며 어떻게 해야 한 턴 더 버틸 수 있을지 악착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끙끙대며 계속 버틸땐 "죽어! 제발 죽으라고!" 하고 저주를 걸어가며 승리에 대한 집착(?)을 가져야하죠. 그럴 수록 레드 7의 매력이 한껏 살아납니다. 가끔 바퀴벌레 급의 생존력을 보이며 악착같이 버텨내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경쟁적이고 머리 아픈 게임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딱 한 턴. 딱 한 턴만 남들보다 더 버텨서 살아남으면 되니까요. 물론 그 한 턴을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할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가능하다면 기본 룰은 단 한번. 게임을 가르치기 위한 단계로만 여기시고 곧바로 상급룰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기본 룰은 90% 이상 카드 운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단순한 운 게임이지만 카드를 뽑거나 버리는 특수 능력이 포함되는 상급자 룰은 7장의 시작 카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2배 이상으로 부풀릴 수 있거든요. 7이 전체적으로 강한 느낌이 드는데 특수 능력으로 약간의 밸런스 조정도 이루어집니다. 위에서 설명하진 않았지만 스코어링 룰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조금 번잡하고 귀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임은 라운드 하나하나를 즐기는게 더 재밌거든요.

레드 7은 카드게임치고 상당한 수의 선택지와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태생이 태생인만큼 어떤 카드를 뽑아오느냐에 따라 한턴 더 버티느냐 아니냐가 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운 때문에 무력하게 쓰러지는 일도 종종 일어나지만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짧은 만큼 그 정도 단점 쯤은 제게 별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혹시나 기술로 나쁜 운을 완전히 커버할 수 있길 바라신다면 다시 고려해보셔요. 또한 게임 박스에 쓰여진 5 ~ 10분이라는 거짓 정보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게임이구나" 하고 섣불리 레드 7을 장바구니에 담진 마시길 바랍니다.

"친구들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즐겨야지" 하고 테이블 위에 꺼냈다가 절망적인 카드를 손에 들고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거리며 한턴만 더 버티기 위한 생존전략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