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이머로서 현 상황에 대한 단상
한동안 게임 후기를 꾸준히 써보려고 노력하다가 귀차니즘에 치여 글쓰기를 멈춘 보드게이머입니다.
후기글을 올려본 후에야 꾸준히 후기글을 쓰는게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인지 깨달음과 동시에 꾸준히 후기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도 새삼 느낍니다.
이런 개인적인 게으름에서, 현 사태를 보았을 때 가장 걱정되는게 있어서 의견을 남겨봅니다. 모바일로 작성하여 문단의 구분이 매끄럽지 못한 점은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점점 뉴스 등의 매체에서도 다루고 있고, 얼마 안가 다른 사건들에 묻혀 흐지부지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거 보드게임 모임은 불륜의 성지다 라는 유머기사처럼요), 혹여라도 조금 더 사태가 커져서 저처럼 '제 취미는 보드게임이에요'라고 얘기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보드게임 하는 사람들 왜저래?' 하며 안좋은 이미지로 남게될까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전 현 사태를 오롯이 코보게에 대한, 그들의 대응에 대한 유저의 항의로 포커스를 맞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을 우리와 일반인의 관점으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보드라이프에서 활동하는 우리 보드게이머들은 폐경/완경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후사정을 모두 파악하고 알고 있음에 따라 상황을 이해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일반인 (편의상 일반인이라 칭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어떤 경로로든 접한 사람들 입니다. 이분들은 앞뒤 상황과 코보게의 행태, 완경이라는 단어가 특정된 의미 (그 집단에서의 사용 등) 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반응은 아마 이런걸겁니다. '폐경을 완경이라 쓰든 말든 어감은 되려 더 좋아보이는데 대체 무슨 상관이야? 왜 오버야?'
우리는 폐경기의 폐가 닫힐 폐자임을 이미 알고있거나 금번 일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어떤 한자가 쓰였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신문에서는 한자들이 많이 쓰여왔기 때문에 한자와 한글을 연결시키는 일련의 사고과정이 익숙한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현재는 한글 사용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10대, 20대부터 넓게는 40대까지도요.
이사람들 관점에서 폐 라는 글자, 한글 그 차체로만 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은 폐가, 폐수, 폐지와 같은 단어들일겁니다. 그래서 한글 글자인 '폐'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례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어감 이죠. 얼마 전 글을 하나 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거래처에 공문을 보낸 내용이었습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폐사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납품가 변경을...'
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는데, 많은 거래처에서 전화가 와서 회사 망했냐, 우리 대금 어쩔거냐 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자어가 가지는 의미를 모르면, 그저 폐하다 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거겠죠. 그 한글 글자가 상기시키는 이미지가 그런거니까요.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일반인들에게 '폐경을 완경으로 바꾸는거 어떻게 생각하냐?' 라고 물어보면 '어감 좋아보이는데?' 라고 할겁니다. 보드게임과는 무관한 타 커뮤니티에서의 댓글에서도 이런 의견이 꽤 많이 보입니다. 물론 그들 사이에도 '그 분들'이 잠입해 있을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사람들이 보드게이머인 우리가 들고 일어나는 단편만 바라본다면 '어감 좋아보이는걸로 부르자는것 뿐인데 오버한다. 왜저러냐.' 라고 생각할 여지가 크고, 그렇기에 보드게이머에 대한 이미지로 자칫 안좋게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제가 걱정하는 가장 큰 사항입니다.
일반인들은 완경이라는 단어가 '그 집단'에서 사용하는건지 모르기도 모르거니와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단어의 소리 하나만 보일겁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의학계에서 완경을 쓰는지 폐경을 쓰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관심도 사실 없습니다.
만약 코보게가 낸 성명문에서 (맨 마지막 문단은 얘기를 꺼낼 가치도 없으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의학적 용어를 통일하기 위해 정식 용어인 폐경으로 명기함이 맞으나, 폐 라는 글자가 내는 소리가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많은 분들께서 보드게임을 즐기실 수 있도록 완경으로 표기하게 된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썼다면 이렇게까지 불타진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코보게에 보이콧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저도 불매운동에 동참합니다. 완경이 문제가 아니고, 그로 인해 촉발된 유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이 원인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많은 글을 써 주셨고, 댓글을 통해 의견들도 많이 읽어봤습니다. 모두 다 같은 생각을 가질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명백한건, 코보게가 우리들을 무시한다 라는건 유일하게 모두가 동일한 생각이실거라고 봅니다.
보드게임이라는 우리가 사랑하는 취미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