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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한 배틀 쉽, 딕싯 후기

1,580 조회

2016.07.19 22:22

안녕하세요.

두 달째 구경만 하다가 드디어 글을 써 보네요.

출첵만 아니었어도 더 일찍 썼을텐데 아쉽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이며, 현재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주의집중력 개선, 실패/패배에 대한 저항력 습득, 사회성 증대 등)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보드게임이라 생각해서 꾸준히 보드게임을 구매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진 부분은 아이들 사이에 물리적인 다툼을 포함한 트러블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1. 보드게임을 하려면 앉아서 있어야하니 괜히 뛰어다닐 일이 없고(부딪혀서 마음 상할 일이 줄어들고) 2. 이기려면 진지하게 집중을 해야하니 들뜨지 않고 차분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찍을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보니 상당히 엉망이네요.

아이들이 게임하고나서 나름대로 정리한다고 정리하는데도 쉬는시간 끝날 때 후다다닥 정리하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정말 당장 무너질 것 같이 엉망인게 아니면 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다보니 너무 안일해졌나 봅니다.;

생각날 때마다 직접 정리해두기도 하는데, 박스 크기가 작은 게임이 많다보니 한눈에 잘 보이게 정리하기가 힘들더군요.

방학기간동안 좋은 정리방법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슬슬 파티형 게임은 충분히 채웠다 싶어서 요즘은 고피쉬, 셈셈 등의 학습 게임을 채우고 있는 중입니다.

추상전략 게임도 꽤 있는데, 3학년 아이들에게는 아직 좀 어려워서 그런지 쉽고 간단한 게임을 많이 찾더라구요.

요즘은 쉬는 시간만 되면 원카드를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간단해도 유행이 지나면 거들떠도 안봅니다.;

짧은 기간동안 너무 많은 양의 보드게임을 가져다 놔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네요.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은 할리갈리 컵스(여자아이들이 좋아해요), 다빈치 코드(이건 성별불문하고 좋아함), 파라오 코드(머리쓰는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아요), 맨덤의 던전(남자아이들 반응 폭발), 바퀴벌레 포커(이거도 성별불문하고 좋아하더군요), 고 피쉬(짧은 시간에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고, 정리도 금방 끝나서 10분 쉬는 시간일 때 많이 해요), 스토리큐브(국어 시간에 활용해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좀 아쉬운 게임은 뱅(3학년에겐 좀 어렵네요), 미스테리움(6학년이랑 해도 힘들듯...ㅠ), 스택시스(잘 쌓아도 큰 재미가 없다네요), 우봉고(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잘 안하더라구요), 타임라인한국사(3학년에겐 무리다 싶네요..)

요즘은 방과후에 집에 안가고 남아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촌이라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은근히 있어요.

어차피 집에 가봐야 폰 잡고 뒹굴거릴게 뻔한지라 교실에서 놀라고 했더니 퇴근할 때까지 앉아서 놀다 가네요.

얘들이 이렇게 오래 있어도 괜찮나? 싶기는 하지만, 별다른 항의전화가 없으니 괜찮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후기1 : 배틀 쉽

오늘은 배틀 쉽을 소개해봤는데, 다른 것보다도 양들의 귀여운 모습에 많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양이 깜짝 놀랫다는 둥, 양이 자고 있다는 둥..

이 귀여운 양들이 게임 속에선 얼마나 흉악한데..;

첫 게임이라 제가 알려줄겸, 아이들과 같이 한 게임 했습니다.

여기저기 퍼뜨리고 이제 풀어놓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들어오는 협공!

결국 제 양 몇마리가 갇혔네요. ㅠㅠ

최종 3등.

이거, 조기교육을 강하게 해온걸까요?

첫 게임임에도 얘들이 너무 잘하네요.

하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가 있어서 비켜줬더니 두 게임 연달아 재미있게 하더군요.

은근히 맘 상하는 요소가 있어서 잘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기2 : 딕싯

이건 같이 게임하느라 사진 찍을 여유가 안났습니다.

사실 딕싯 같은 이야기 만드는 게임이 3학년 아이들에게 잘 먹힐까? 하면서 반신반의하면서 소개했어요.

근데 예상 이상으로 재미있어하고, 자기가 이야기꾼이 될 차례를 목 빠지게 기다리더군요.

"사람이 한 명 있어." 라고 했는데 전부 다 사람이 한 명 있는 카드를 내서 모두가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이 사람은 외로워 보여."라고 했는데 저 빼고 나머지 아이들이 다 맞추기도 하고

"여긴 어두운 곳이야."라고 했는데 다른 아이가 전구 속에서 촛불 켠 카드를 내서 모두가 낚이기도 하고

배틀 쉽보다 훨씬 짧은 시간동안 진행했는데도 저도, 아이들도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저는 꼴지했어요.;;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아무튼 유명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지, 여름방학만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유행했을 것 같네요.

곧 여름방학이긴 한데, 별 일 없으면 학교에 나와 있을테니 보드게임 즐기러 오라고 할 생각입니다.

학원 안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저는 너무 생소해서 감히 꺼내지 못했던 게임들을 꺼내서 플레이하고, 새로운 글을 쓸 건덕지가 생기겠죠 ㅎㅎ

다음에는 좀더 많은 사진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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