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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매직넘버일레븐 해적판이 나왔네요ㅠ

1,303 조회

2024.09.23 18:24

안녕하세요, 플루토게임즈 주봉환 작가입니다.

몇 달전 우연한 계기로 중국에 매직넘버일레븐 해적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었는데요.

그때만해도 DIY 수준의, 개인이 스캔해서 만든 듯한 조악한 느낌의 제품이어서

'이건 그만큼 게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뜻이니 오히려 기뻐해야 할 상황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습니다.

뭔가 어설픈 박스 비율.. 나름 중국어로 타이틀도 넣었습니다.

그나마 박스 상단의 제 작가명과 아트디렉터 올린 님 이름을 안 지워줬네요.

보드판도 천 재질로 조악하게 구현했습니다. 나름 가성비 있는(?) 짝퉁을 만들려고 노력했네요.

목재 토큰 역시 실크 스크린 처리를 하기엔 비용이 많이 드니, 검정색 무지 토큰에 스티커를 셀프로 붙이도록 넣어줬네요.

실제로 그 즈음해서 중국의 한 퍼블리셔와 정식 수출 계약도 성사되었고,

해당 퍼블리셔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에 정식 중국판 펀딩도 진행될 예정이었는데요.

최근 다시 중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한 번 검색을 해보니, 훨씬 더 다양한(?) 곳에서 해적판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중 일부는 처음 발견했던 조악한 짝퉁들과는 달리, 꽤 그럴듯한 퀄리티로 생산을 해서 판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규칙서가 원본 디자인 파일을 수급이라도 한 듯, 중국어로 완벽히 교체되어 있고

목재 토큰도 프린팅되어 있습니다. (SHOOT이라는 글자마저도 중국어로 바꾸었네요)

선수 카드의 한글 부분도 중국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보드판도 천쪼가리(?)가 아닌, 제대로 된 보드판의 형태를 갖춘 모습입니다.

중국에서 웬만한 게임들은 다 해적판으로 나온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고,

저 같은 소규모 개인창작자에게는 해적판 제작자들이 관심(?) 가져주는 것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호재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었는데요.

박스에서 창작자들의 이름을 싹 지워버린 걸 보니 이건 원작자에 대한 예의와 존중도 없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창작자들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중국어 타이틀을 박아버린 모습..

그 와중에 나름 프로모션 하는 건지 무슨 프리미어리그 선수 카드까지 넣어주네요;; 황당합니다.ㅎ

더 웃긴건 영상 제목에 버젓이 '해적판'이라는 단어를 써놓았다는 겁니다. (괄호 안이 해적판이라는 뜻이더군요)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걸까요ㅎ

그리고 이게 중국 내에서만 해적판이 유통되는 게 아니어서 더 문제가 되는데요.

네이버에서 '매직넘버일레븐'을 검색해보니 저 해적판을 '직구'로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되는 사이트들이 여럿 뜨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직구이기에 가격은 말도 안되게 책정되어 있지만,

아무튼 한국으로까지 해적판이 흘러들어오고 있어서 뭔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간 테두리 친 제품들은 전부 해적판)

말로만 듣던 중국 해적판을 직접 당해보니 '나같은 1인 인디 스튜디오의 게임을 굳이?'라는 생각도 들고,

코보게 등 더 큰 보드게임 업체들의 게임은 이로인해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앞서 잠깐 언급했던, 중국에서 매직넘버일레븐 수출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보고했지만

사이트 관리자에게 연락해서 글을 내려달라고 하는 것 외에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다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 넓은 중국 땅에서 여기저기 횡행하는 군소 업체를 잡아내는 데는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네요.

참고로 매직넘버일레븐은 곧 열리는 에센 슈필을 통해 정식으로 유럽 및 서양 유저들에게 선보이게 될 예정인데요.

유럽 진출을 앞두고 좋은 시그널이라 생각하고 넘겨야 할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지 좀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 중국으로 강제 진출(?) 당한 보드게임 작가의 넋두리였습니다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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