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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보드게임으로 알 수 있다? - 월드다이스롤롤롤매거진

1,006 조회

2024.09.02 13:10

안녕하십니까, 보드게임 콘텐츠 매거진 월드다이스롤롤롤 신입 필진 APET_ (아펫) 입니다.

저는 주로 일본 내 발매 보드게임을 집중적으로 다뤄볼 예정입니다.

오늘은 한국과 일본에서 발매된 단어를 중점으로 한 보드게임을 통해, 두 나라의 단어적 특징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1. 단어가 중점이 되는 보드게임이란?

우선, 단어가 중점이 되는 보드게임이란 어떤 보드게임을 의미할까요?

스토리나 텍스트의 양이 많아 언어 의존성이 높은 보드게임일까요?

제가 말하는 단어가 중점이 되는 게임이란, 말 그대로 발매된 국가가 사용하는 단어가 메인 요소로서 작용하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면, 영어권 보드게임에서는 <스크래블>을 들 수 있겠습니다.

스크래블은 자기 차례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파벳 타일을 보드 위에 올려놓아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를 만들면 규칙에 따라 특정 점수를 얻고, 게임 종료시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 플레이어가 우승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보면 아시다시피, 규칙에서 "알파벳"이라는 요소를 제거하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게임을 단어가 중점이 되는, 즉 단어가 메인 요소인 보드게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 내에서 단어가 중점이 되는 보드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2. 한국의 단어 중점 게임, <라온>

여러분들도 예상하셨듯이, 한국의 단어 중점 게임이라 하자면 바로 떠오르는 그 게임. <라온>입니다.

<라온>은 한글 자음, 모음이 그려진 타일을 가지고 여러가지 규칙으로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만,

대부분 단어를 제작, 구성한다는 갈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만 봤을 땐 위에서 언급한 <스크래블>과 비슷하지만, 규칙에선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라온> 규칙 중 하나인, 가로세로 게임을 예로 들자면,

<스크래블>은 칸이 나눠진 보드 위에 타일을 놓는데에 반해, <라온>의 경우 보드가 존재하지 않고 자유롭게 단어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크래블>은 각 타일이 영단어 내에서 쓰이는 빈도에 따라 타일 별 점수가 존재하지만, <라온>은 단어의 길이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결론적으로 글자 수가 긴 단어를 만들거나, 짧은 단어를 여러 개 만드는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단어를 배우거나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용 보드게임으로 추천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한번쯤은 봤던 보드게임"이라는 인식이 있겠지만, 그만큼 성인 보드게이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는 점에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아쉬움을 밝히게 되는 보드게임입니다.

3. 일본의 단어 중점 게임, <사립 고로아와세 대학>

제가 설명하는 보드게임이 각 국가의 선택을 대변하진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의 단어 관련 요소를 잘 살린 것 같다고 생각한 보드게임. <사립 고로아와세 대학> 입니다.

<사립 고로아와세 대학>은 플레이어가 고로아와세 대학 입시생이 되어, 문제 카드에 쓰여있는 숫자 답을 보고 그에 걸맞는 고로아와세를 만듭니다.

이후, 입시 페이즈에서 플레이어들이 고로아와세를 만들었던 문제를 보고 정확한 답을 쓰면 득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우승하는 게임입니다.

... 이게 무슨 소리지? 싶으신 분도 있을겁니다.

애초에 제목에서부터 들어가 있는 "고로아와세"라는게 도대체 뭔데 싶으신 분들이 대다수겠지요.

고로아와세는 자국의 숫자를 단어로 변환하거나, 그 반대인 단어를 숫자로 변환하는 언어유희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의 발발년도를 외울 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159 2ㅆ을 때가 아니다) 로 외워 1592년. 여성 듀오 그룹 다비치의 곡 8282 (빨리빨리) 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이런 고로아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 카드에 적혀 있는 답인, 일반적으로 외우기 어려운 숫자 (테니스 코트의 넓이, 일반적인 성인의 뼈 개수) 를 외우기 쉽게, 고로아와세를 1개 씩 모든 플레이어가 만듭니다.

그리고 각자 만든 고로아와세를 발표하고, 서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고로아와세를 투표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플레이어는 1점을 받습니다.

위 단계를 6번 반복하면 입시 페이즈가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입시 페이즈가 되면, 지금까지 고로아와세를 만들었던 문제 카드의 답을 정확히 적어야합니다.

먼저 여섯 문제를 다 답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1분용 모래시계를 뒤집고, 1분이 다 되면 모든 플레이어는 못 쓴 답이 있더라도 시험을 종료합니다.

그 후, 채점을 시작해 정답을 맞춘 플레이어는 그 문제 카드의 배점 (숫자가 길고 복잡할수록 배점이 높습니다) 을 획득하고, 최종적으로 고로아와세 제작 점수, 문제 정답 점수의 합이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우승하게 됩니다.

즉, 이 게임은 라온과는 달리 교육용 보드게임이라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잡지식이고, 난이도 타겟팅이 성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 보드게이머가 즐기기엔 적합한 파티게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적 고로아와세는 임진왜란이지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고로아와세는 가마쿠라 막부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유명한 사건이어서기도 하지만, 2008년에 교과서 개정으로 인해 연도가 달라져 세대마다 외우는 법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고 합니다.)

4. 위 두 게임으로 알아보는 단어적 특징

그렇다면 위 두 게임에서 나타나는 단어적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두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적 특징은 "무작위로 주어지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자국의 단어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라온>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나눠지는 타일을 무작위로 가져가고, 받은 타일을 이용해 단어를 만들지만 절대로 단어를 못 만드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내가 가진 타일로는 낮은 점수의 단어 밖에 만들지 못하겠다고 생각할 순 있어도, 아예 한국어 단어로서 성립하는 단어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나진 않는다는 겁니다.

<사립 고로아와세 대학>의 경우 플레이어가 고로아와세를 만들어야 하는 숫자가 무엇인지 모르고 (심지어 룰 상에선 문제 카드 3개를 뽑고 그 중에서 고르라고 하니 무작위에 가깝습니다)

숫자가 밝혀진 후에도, 외우기 어렵거나 말도 안되는 문장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로 고로아와세를 못 만드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