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보드게임하기 - 감정조절 편(1)
안녕하세요.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하기 미코입니다:)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승패에 대한 부분으로 인해 곤욕을 겪는 경우가 종종생깁니다.
아이가 이기고 즐거워만 한다면 문제가 없는 편이지만, 게임에서 지는 상황 혹은 형제 간 남매 간에 함께 게임을 했을 때 한 쪽이 화가나서 울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들을 종종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사례로는 이런 경우에 보드게임을 시켰다는 이유로 아내 혹은 남편에게 혼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그럴꺼면 하지마!
- 이게 지금 좋자고 하는거 맞아? 지금 이게 좋은 상황이야?
- 사람이 예의를 배워야지! 저렇게 버릇 없는 걸 두고 본다고?
등등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하는 상황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끝맺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간에 즐겁게 게임을 하고 긍정적인 신호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불편해지니 결국 가족끼리 보드게임을 하는 빈도수가 줄거나 다시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진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전에 우리는 보드게임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보드게임은 아이들의 감정조절을 돕습니다.
감정조절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조절하고 현실의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우리가 잘 기억해야하는 부분은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는 우리 성인들처럼 슬프거나 즐거울 때 현실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감정조절을 배우고 익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존재합니다.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하고 익숙하게 되는 것.
보드게임이 이런 감정조절을 돕는다라고 보통 이야기하는 이유는 보드게임 자체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이끌기에 좋은 놀이도구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좀 더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보드게임은 아이들의 인지발달을 돕습니다.
인지발달을 쉽게 이야기해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롤롤롤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이야기해왔던 부분도 이 인지발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 속에서 수 감각을 필수로 필요로 하며, 코딩처럼 순서와 규칙에 대해 인지하게 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의 패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율을 뽑기 위해 다양한 확률을 계산하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인지능력을 발달시켜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점차 사고의 범주를 넓힐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상황판단력 및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드게임을 할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자신의 차례에 할 수 있는 몇 가지 행동 내에서 행동을 선택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그 행동을 선택했나요? 바로 그 상황에서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을 선택하게 되실 겁니다. 물론 그 생각을 할 당시의 기준이겠죠? 선택을 한 뒤에 생각해보면 자기반성도 하게 되십니다. “아~ 아까 이렇게 선택하면 안 되었네~~~ 턴 하나 꼬였네~~ 아 ~~ 다음번에는 좀 더 깊게 생각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선택의 과정들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들이 상황판단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상황에서 이러한 문제해결력을 기르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신나게 올라갈 것 같아서 샀던 삼@전자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겠군요. 흔히 볼 수 있는 예측을 실패한 사례는 주식과 코인이네요.
보드게임은 이렇게 여러 가지의 긍정적 효과들이 있습니다.
그 중 오늘은, 감정조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성인들도 종종 착각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성인은 내가 감정조절을 무리 없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죠.
안타깝게도 성인들 중에도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공황장애, 우울증에 걸리거나 감정을 이상한데서 분출한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 상황들을 남모르게 간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필요한 신경 전달물질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인지 기능의 손상되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물론, 중증도는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감정조절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인지기능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해결법을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별거 아니고 간단하게,
[감정조절해보는 경험을 많이 가진다.]
로 생각하면 됩니다.
감정조절을 해보는 경험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보고 그것들을 처리해보는 경험을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다양한 매개체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보드게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예시로, 최근 아동심리상담센터에서 보드게임을 굉장히 많이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감정을 경험해보려면 우리는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는 상황으로 이동해야합니다. 어떨 때는 전율해야하고, 어떨 때는 절망해야 하며, 어떨 때는 행복해야하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 느끼기에는 현대사회가 그다지 녹록하지 않습니다.
보드게임은 영화처럼 혹은 좀 더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일으킵니다. 그러하다보니 영화보다도 더 우리가 직접적인 감정처럼 느낄 수 있죠. 보드게임의 테마에 몰입되는 경험을 할수록 다양한 감정을 느낄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보드게임에는 어떤 게임이든 테마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테마 안의 하나의 존재로서 게임을 임하게 되죠. 예를 들어, 나빗길이라면 우리는 꽃이 되어 나의 색깔 꽃이 있는 공간으로 나비의 길을 연결하게 됩니다. 이러한 테마는 아이들이 나비나 꽃의 자연생태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길을 따라가는 공간지각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나비끼리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아파하기도 할 것입니다. 혹은 나비끼리 부딪히게 되면서 환호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친구는 나비가 불쌍하다며 울 수도 있겠죠.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며 감정의 다양성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 보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전에, 나빗길을 아이들과 게임하는데 분명 자신의 꽃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3점짜리 나비인데도 나비끼리 부딪히게 만들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환호하는 친구A 옆에는 나비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같이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친구들이 엄청 황망해하는 하는 모습들도 있었습니다. A의 환호하는 모습을 보던 B와 C 친구들은 “너랑 다시는 팀 안해.” 라고 이야기하며 속상한 마음을 맘껏 드러내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던 환호하던 A는 처음에는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면서 깔깔 디면서 속상해하는 친구 B와 C를 놀리더라구요. 문제는 나빗길이라는 게임 특성상 한번 팀에 끼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A랑 같이 힘을 합쳐 길을 만들고 싶은 친구들이 없게 됩니다. 그 때, 같이 점수를 먹을 가능성이 없었던 친구 D도 “너랑 같이 팀을 하기에 조금 믿을 수 없는데..” 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거든요.
A는 이 게임이 끝나고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친구들에게 서운한 감정도 들고, 미안한 감정도 들고 재미있기도 한 복잡 미묘한 감정이 아니었을까요?
18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2차정서 즉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하나씩 배우게 됩니다. 그 전에는 한가지의 감정만을 느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 2가지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슬픈데 기쁜건 그냥 기쁜걸로 착각하기도 하고, 기쁜데 슬픈건 그냥 슬픈걸로 착각하기도 한다는 말이죠.(인사이드 아웃 보셨죠?)
그래서 나중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분노로, 긍정적인 감정을 기쁨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통해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많이 겪게 된다면!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인지하고 인식하는데 덜 거부감을 가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보통은 거부감을 느낀 시점에서 감정적 사고가 어려워져서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 감정들을 잘 갈무리해서 사회적으로 표현하기 좋은 방법으로 좀 더 조절하는 능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A는 아직 그런 감정표현이 능숙하지 않아서인지, 나중에서야 엄청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 하더라구요. 다음 사람이 너무 잘하는 사람이라서 어떻게 해도 자기 나비가 되지 못할 것 같아서 터뜨려버렸다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과하지는 않았어요. 그건 아이가 아직 획득하지 못한 사회적 기술이니까요. 하지만, 성인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같이 점수를 먹을 수 있어서 들떠있었던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거나, 어쩔 수 없어 이게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이야 하면서 먼저 설명해 줬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같은 성인의 감정은 각자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감정조절에 능숙하지 못했고, 또 타인의 감정까지 인지하기에도 미성숙한 존재입니다. 결국 너무 속상해 하는 친구들이 있어 중재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각자의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 해주었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이 감정조절을 하고 타인의 감정까지 헤아리는 배려심을 가질 수 있게됩니다.
앞으로의 A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요? 앞으로의 B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요? 물론 다양한 갈림이 있겠지만, A는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환호해도 되는 상황인지 조금 상황을 보는 편이 되었어요. B는 물론 아직까지도 기분이 나빠서 삐져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에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믿고 있어요. 계속 보드게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한다면, 상황에 맞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요.
물론,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에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