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미스터리 장르 증거의 명확성에 관한 저의 사견입니다.
최근 올라온 글에 댓글을 달다가 글이 길어져서 그냥 게시글로 작성하려 합니다.
게임에 대한 평가에 반박하거나 깊은 논의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제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보드게이머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명작 게임도 나한테 안 맞으면 재미없는 게임이다"라는 의견입니다... ㅎㅎ
저는 현재 나와있는 거의 모든 머더미스터리의 펀딩에 참여하였고, 다양한 사람들과 즐겨 보았습니다.
어쨌든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거다 보니 밸런스라는게 또 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유형은 크게 4가지 정도였습니다.
유형1.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파티: 모두가 범인 검거를 위해, 가진 모든 단서를 공개하고 협력하는 구도입니다. 이 경우 단서가 명확하면 범인이 뭘 할 수가 없어서 범인이든 아니든 싱겁게 끝나게 됩니다.
유형2. 모두가 정보를 숨기는 파티: 서로를 믿을 수 없으니 아무도 정보를 공개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본것과 가진 것만 믿습니다. 이 경우 단서가 명확하든 그렇지 않든 범인이 피해가기 쉬워져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거나, 범인이 거짓말 한 번 잘못 해서 바로 역풍맞고 나락가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유형3. 일부 사람만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파티: 모든 정보를 공유한 사람은 결백이 증명되고, 정보를 숨기는 사람 중 범인찾기가 진행됩니다. 때문에 범인 검거율이 높지만, 범인 입장에서는 "단서를 통한 추리"가 아니라 "억울하면 증거를 다 까봐"가 되기 때문에 불합리함을 느끼게 됩니다. 머더미스터리가 마녀사냥이 되는 유형입니다.
유형4. 모든 사람이 일부 정보만 공유하는 파티: 서로에게 모종의 이유가 있어 일부 정보만 공유하는 파티입니다. 자신의 중요 정보는 숨기고 다른 사람의 정보만 캐내려 하기에 사건이 너무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추리의 핵심 요소들이 숨겨져 있어서 널부러진 옷가지 같은 의미없는 정보만 나돌게 되죠.
단서가 명확하면 1,3번 파티에서 범인은 이게 뭔 재미냐 할 것이고, 2,4번 파티의 범인이 재미를 느낄 겁니다.
용의자들도 파티 유형에 따라 너무 싱겁다거나, 이건 억지라거나, 중요 증거가 공개되지 않아서 허탈해한다거나 하는 등 파티마다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이건 동일 게임으로 다른 파티의 게임마스터를 했을 때도 느꼈습니다.
다만 모두가 명작이라고 얘기하는 몇몇 작품들은 어느 파티에서 돌아가든 재밌어하긴 했습니다.
단서가 명확하냐는 게임의 난이도(특히 범인에게)를 결정짓는 요소이기에, 아마 작가님들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단서가 명확할수록 치밀한 추리가 필요하지만, 단서가 범인 손에 들어가느냐 용의자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게임 결과가 결정되어 오히려 게임이 싱거워질 수 있고,
단서가 명확하지 않을수록 누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말빨과 정치질이 중요한 요소가 되어 추리보다는 파티 게임이 될테니까요.
결국 단서의 명확성 여부는 취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머더미스터리와 같이 플레이어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임과 처음부터 방향성이 명확한 추리게임 중 취향이 갈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