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들켜서 마이시티 같이 한 후기 및 보드게이머 아빠로서의 욕심에 대하여
얼마전 서점에서 마이시티를 세일하기에 눈여겨 봤었습니다.
아이가 책도 보고 게임도 구경할 수 있어서 서점을 좋아하는데요,
이 게임은 아직 무리일 것 같아서 아이랑 있을 때는 사지 않고 아내와 둘이 하려고 나중에 몰래 사서 따로 보관중이었죠.
같이 있을 때 사면 분명히 하자고 할 거라서요.
여러 바쁜일과 제 보드게임욕과는 다소 낮은 아내의 열의로 아직 게임을 열어보지도 못하던 오늘!
아이가 안방에 왔다가 열려있던 옷장 선반에 있던 게임을 보고야 맙니다.
어? 마이시티 있어? 언제샀어? 라고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게임을 꼭 해야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안된다고 설득이 잘 안 될 것을 알기에,
그리고 새로운 게임 하고 싶은 저의 마음도 있기에,
대신 맘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룰대로 잘 따라 해야한다 라는 약속을 하고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아들과 2인플.
사실 게임룰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잘 따라합니다.
가끔 타일 놓는 규칙을 까먹고 떨어진 곳에 놓으려 하긴 하지만 알려주면 바로 잘 고치더군요.
전 이 게임을 사 놓고 한번도 해 보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차였기에
차라리 아이가 이 게임을 발견한게 잘 된 일이다, 라고 생각도 들기에 이릅니다.
이 게임의 독특한 승자 패자 보상이 아이에게 두 가지 욕구를 가지게 하고,
프로접대러인 저로서도 아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게임에 승리는 하고 싶고, 승리로 인한 패널티는 안 받고 싶고, (뭐 어쩌라는 거냐)
게임 하면서 아이의 패널티 안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캐치하고 제가 틈틈이 그쪽으로 계속 언급을 해 줘서
게임에 져도 실망하지 않고 보상 받는 것에 더 만족합니다.
결국 함께 챕터 1에 있는 3개의 에피소드를 끝내고,
챕터 2까지 하겠다는걸 겨우 말리고
챕터 2에 있는 새로운 요소만 같이 확인하고 게임을 정리했습니다.
게임 중에 사진을 못 찍고 정리 후 찍은 게임박스와 챕터 2 의 새로운 요소의 흔적.
뭐 아이가 큰 그림을 그리거나 다양한 점수계산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하진 않지만
나름 게임이라고 할 법하게 진행이 되었으니 재미있게 플레이는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주고자하는 여러 재미의 요소들을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
다양한 점수를 생각하며 고민한다거나, 새로운 요소를 내 보드에 적용할 때 이것저것 상황을 고려한다거나,
특히 새로운 챕터가 공개될 때 느껴야 할 신나는 놀라움이 얼마나 아이에게 공감될 지 모르겠네요.
요새 아이가 어느정도 게임을 할 나이가 되었다고 느끼면서 (참고로 만으로 5세 2개월입니다. 예전 한국나이로는 7세인가요? 개월수로는 6세같은 7세?)
제가 그거보다 더 앞서 욕심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거든요.
게임을 한다고 했다가 좀 하다가 안 한다고 하거나,
룰대로 안 하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한다거나,
지는 게 싫어서인지 이기고 지는 게임은 아예 안 하려고 한다거나.
이런 모습들에 처음에는 저도 답답하고 왜 이럴까 싶다가,
내가 너무 기대가 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빨리 보드게임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데로 준비가 될 때 게임을 하려고 마음 먹은 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게임도 너무 일찍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우선 당장은 조만간 다시 이 게임 다음 챕터를 하려고 할지, 아니면 또 싫증나서 안하거나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할지.
혹은 갈수록 규칙이 어려워져서 힘들어 할지.
오늘 하는 모습을 보면 챕터8에는 얼마나 멋있어지냐 어려워지냐 물어보면서
앞으로 열릴 봉투들에 관심을 가지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계속 흥미를 유지하며 끝까지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전략을 생각하고 새로운 요소에 함께 놀라워하며 게임을 진행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건 어른들끼리 하려고 산거라 구매 할 때에 아이와의 게임은 염두에 두지 않았거든요.
참 어렵습니다.
제가 도와주면서 봐주면서 조절해가면서 해야되니 그렇게해서 정말 재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는 그냥 재미있어 하는데 내가 제대로 게임답게 하고 싶어서 아쉬운 마음이 큰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게임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도구로 작동하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게임 잘 해 놓고 뭔가 복잡해지는 밤이네요.
자녀를 어엿한 보드게이머로 키워내신 부모님들 후기를 보며 부러워하고 나도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만 했었는데,
오늘은 그 분들의 인내심과 기다림을 새삼 존경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