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번째 리뷰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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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00:42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매주 제 블로그에 게임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원래는 다XX다XX에 쓰다가 제 블로그로 바꿨습니다. 그쪽 커뮤니티에서는 게임별로 리뷰가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그 게시판에 글을 쓰면 내 글이 (돌아올 수 없는) 어딘가로 쓸려내려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가 써온 글들만 모아서 보여주기에도 불편했고요. 그래서 블로그를 하나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첫 번째 리뷰를 쓰면서 (미래의) 제 스스로를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과연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아니다.'라는 답이 나와서 제 스스로에게 뭔가를 걸어야 할 것 같았죠. 이를 테면 '강제성' 같은 걸 말이죠. ^^; '자! 그럼, 이제부터 나 자신과 게임을 하는 거야. 한 주가 한 턴이고 매 턴마다 글을 한 편 써야 돼. 열 번 연속 쓰면 보상으로 한 턴 쉬게 해줄게.'라고요.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글 쓰는 것 자체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체질적으로요. 문제는 얼리 어답터의 기질이 글을 쓰려는 제 스스로에게 너무 피곤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때에는 무조건 새로 나온 게임들만을 리뷰 대상으로 고르려 했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새 게임은 리뷰어에게 축복이자 저주에요. 남들이 모르는 걸 먼저 언급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그런데 새로 나온 보드게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도 규칙을 모른다는 거죠. (하하하하)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룰북 번역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처음 50개 중, 10여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새 게임이었습니다. ㅠㅠ) 첫 시즌 (2011년 4월부터 2012년 4월)에는 게임 디자이너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독자가 어떤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누가 게임을 만들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거든요. (누가 아빤지 정도는.)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시즌 (2012년 7월부터 2013년 7월)에는 메커니즘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전문용어라 내가 좀 과욕을 부린 게 아닌가라는 후회가 들었지만 제 스스로에게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메커니즘들이 잘 정리됐으니까요. 두 번째 시즌부터는 예전 게임들을 더 많이 리뷰 했습니다. 좋은 게임들은 망각의 세계로 떠밀려 나지 않고 계속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전 읽기"를 권장하는 느낌으로요. (룰북 번역이 귀찮은 이유는 아~주 쪼꼼.) 곧 마칠 세 번째 시즌 (2013년 9월부터 2014년 9월)에서는 테마와 배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게임 디자이너나 메커니즘은 보드게임을 십 년 넘게 해오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지만, 게임 배경은 역사나 문화를 조사해야 해서 글 쓰기 전에 사전조사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는 그 전에 우연히 읽었던 서양사 책에서 해당 자료가 많아서 저장해 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는데, "루이스 & 클락"은 룰북에 나온 50명의 인물을 다 번역하면서 작성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참았던 똥을 싸는 느낌, 싸고 나서의 희열. 똥르가즘;;;) 제 리뷰에는 별점이나 평점이 없습니다. 제 리뷰만의 "고집스런" 차별화 전략이랄까요? 빠른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숫자로 된 평가만큼 쉬운 결정을 돕는 수단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섯 개 또는 열 개의 스펙트럼을 가지는 숫자들이 결국엔 '흑이냐 백이냐 (구입하느냐 마느냐)' 둘로 가르는 도구로 전락하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또한 각자가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다른데 그들이 빠르게 일도양단 하는 걸 돕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남거든요. 좀 비겁하게 책임전가의 느낌이 들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독자들이 '(취향의) 다양성'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줄더라도요. ㅠㅠ) 지난 3년간 일요일은 짜파게티 먹는 날이 아닌 리뷰 발행하는 날로 지내왔는데요. 점점 요령이 생겨서 리뷰가 안 밀리더라고요. (미리 써놓으면 되는 거였어! 하하하하하하) 추석 연휴 때에 발행할 150번째 리뷰도 지난 주에 미리 써놨어요. 두 달 정도 쉬고 또 일년간 200번째 리뷰를 향해 나아가려고요. (엉금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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