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리뷰어: 감성파 vs 이성파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제 닉네임을 아는 분은 별로 없으실 테지만... 저는 남 모르게 백 개 넘는
리뷰&후기를 써 왔고, 스스로를 나름 리뷰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러다 보니 보라에 올라오는 리뷰나 후기를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요...
이런 저에게, 한편으론 시기 질투하면서 한편으론 나도 저 사람처럼
리뷰를 잘 썼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리뷰어들이 여럿 계십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분들 중에 다섯 분의 리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름하여 ‘리뷰어 간단 리뷰’ 되겠습니다!
- 혹시 이 글에서 언급되는 것이 불편한 분이 계시면 쪽지 주세요;
바로 삭제 하겠습니다ㅠ
(0) 감성파 vs 이성파
저는 사람을 볼 때, 나름대로 성격을 분석해 감수성이 예민한 감성파인지,
논리적으로 따지길 좋아하는 이성파인지 등으로 판단해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리뷰를 볼 때도, 마찬가지로 글쓴이가 어떤 성격일지 가늠해 봅니다 ㅋ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리뷰어 다섯 분을 감성파, 이성파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런 분류는 뭐 당연히 저의 뇌내망상일 뿐인데,
팬픽과 같은 부류의 글이라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 감성파의 특징
먼저 감성파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감성파의 가장 큰 특징은
수려한 글솜씨입니다. 이분들은 여기서부터 이미 넘사인데, 심지어 글의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 없을 때조차 글에 빠져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게 되더라구요;
한편, 게임의 일러 등 예술적인 면에 가치를 많이 두며, 게임 중에 느껴지는
감정이나 재미를 예민하게 잘 포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플레이로도
게임의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심지어는 규칙 설명서만 읽고도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게 될지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ㄷㄷ
(2) 차세대 리뷰어의 선두주자
감성파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은 김군님이었습니다.
글쓰기와 한글화 자료에서 보이는 화려함이나, 예전에 (인천의 보드게임 카페인
위치스브루의) 단톡방에서 허구한 날 게임의 일러와 특히 (저는 전혀 관심 없던)
폰트에 대해 거품을 물며 이야기하는 걸 봤을 때 말입니다.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리뷰로 인디언 서머 리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저도 리뷰해 보려고 했던 게임인데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엄청난 리뷰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그 리뷰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우베 테트리스 3부작인) 코티지 가든 리뷰를 쓰면서
인디언 서머를 조금 언급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었거든요;
근데, 김군님은 뭐 그런 거 없더군요. 자신의 스타일대로 겉박스, 규칙서 등
구성물들을 샅샅히 훑으면서 (‘아트워크’라는 단어를 무려 16번이나 쓰면서!)
아트워크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저는 맘속으로
‘이런 걸 쓸데없이 왜 이렇게 자세히 쓰는 거야!!!’
라고 일갈하면서도, 한 줄 한 줄 너무 재밌게 읽는 제 자신에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또 하나 생각나는 글은 지우개 레슬링 리뷰입니다.
[김칼럼, 지우개 레슬링] 아빠는 다시 아들이 된다. by KIMKUN
이 글은 감성 제로인 저로서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다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는데, 김군님의 스타일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3) 이성파의 특징
다음 분으로 넘어가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이성파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성파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을 시스템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게임의 재미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겁니다.
한 게임을 여러 번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도 보이구요.
(4) 강렬한 메시지
이런 이성파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팟캐스트 보담의 진행자이기도 한
익퓨님입니다. 예전에, 보담의 인기와 영향력이 상당했는데요,
보담의 화신과 같은 분이 바로 익퓨님이었습니다!
(익퓨님 스스로 “내가 곧 보담이고, 보담이 곧 나다.”라고 말씀하셨죠 ㅋ)
익퓨님이 보담에서 게임을 설명할 때 주로 선택한 방법은 그 게임이 속한 장르에서
그 게임이 어디쯤 위치했는지 그리고 다른 게임들과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구별되는지
아주 간단하지만 임팩트 있게 (때때로 강렬한 구호와 함께!)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보라의 리뷰 중에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는 스페이스 크루 리뷰가 있습니다.
글의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요? 당시 이 글이 스페이스 크루(디 크루)를
단번에 최고 핫한 게임으로 만든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같은 게임을 리뷰했지만 장황~하기만 한 제 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저는 최근에 익퓨님의 저 제목을 패러디하기도 했습니다 ㅋ)
그런데, 익퓨님의 구호는 그 자체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베런파크인데요... 당시 보담에서 단지 곰이 나온다는 이유로
베런파크를 ‘킹런갓크’라고 부르며 갓게임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모두가 뭔가에 홀린 듯 베런파크를 갖고 싶어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저는 당시에 독마존에서 해구했구요;
한편, 보담을 들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익퓨님은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기보단
한 게임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분이기도 하죠.
(5) 디테일의 화신
또 한 명의 이성파 리뷰어로 마키님을 꼽고 싶습니다. 이분이 이성파라는 사실은
오하나미 리뷰를 읽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겜뭥미?)꽃놀이, 오하나미 리뷰 by NeoMaki
이 리뷰의 후반에 가면, 이분이 갑자기 흥분하면서 확률이 어쩌구, 평균이 어쩌구
혼자 신나서 계산하는 장면을 볼 수 있거든요 ㅋㅋㅋ 저도 이공계라 솔직히
그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리뷰를 그렇게 쓰진 않는데,
마키님은 브레이크 안 밟고 끝까지 가신다고나 할까요? ㅋ
한편, 마키님은 중학생들과 진행하는 보드게임 방과후수업 후기를 쓰시는데,
수업을 거의 실시간 중계하듯 쓴 후기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대표적인 글로는
팀3에 대한 글이 생각납니다.
손짓 말짓 뭔짓? (팀3 방과후 수업 후기) by NeoMaki
글로 적어서는 도저히 평소와 같은 디테일을 담을 수 없다고 판단하셨던지
영상까지 첨부하셨거든요 ㅋ 이런 디테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너희들, 게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말야, 내가 실제로 돌려 보니까
정확히 이렇게 플레이되더라구. 봤지? 그러니 딴소리는 No~ No~”
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더군요 ㅋ
한편, 마키님의 수업은 단순히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도록 안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깊이 이해하도록 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어서,
“어디, 날 한 번 이겨 봐! 날 이기지 못 하면 너희가 이 게임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어!”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전에 집중적으로 플레이하시고 말이죠.
한편, 마키님의 글엔 유쾌함도 많이 묻어나는데, 리뷰는 아니지만
이런 글도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6) 리뷰어들의 큰 형님
앞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엄청난 리뷰를 썼다고 한 분은 바로 너굴님입니다.
#208 - 인디언 서머 리뷰 : "낙엽 속에 숨은 작은 보물" by 너굴너굴
저는 너굴님의 모든 리뷰를 다 찾아봤고, (아마 많은 분들이 그랬을 테지만)
덕분에 게임도 많이 구매했는데요, 괜히 ‘보드게임 완판남’으로 불리는 게 아니더라구요 ㅋ
앞에서 김군님을 ‘차세대 리뷰어의 선두주자’라고 했는데, 차세대라고 한 것은
(제 생각에) 너굴님의 뒤를 잇는 다음 세대 리뷰어라는 뜻으로 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리뷰어를 감성파와 이성파로 나눠 본다고 했을 때, 너굴님은 좀 특이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민한 순간 포착과 논리적인 접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유려하게 버무리셔서 감성파와 이성파의 특징을
모두 보여 주시기 때문이죠. 이런 점 덕분에 리뷰가 굉~장히 편하게 읽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어, 마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것만 같은데요...
예를 들어 팀3의 리뷰를 보면,
#249 - 팀3 리뷰 : "내가 너의 눈이 되어주리라" by 너굴너굴
글이 길지도 않은데 게임의 모든 포인트를 다 잡아낸 느낌이지 않나요?
너굴님이 감성파와 이성파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 주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생각에는 감성파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최근 글인
너굴너굴의 2021 Top 100 - #20 ~ 11 by 너굴너굴
에서, 번외 이야기로 쓰신 ‘9. 딕싯’과 ‘10. 코코너츠’를 읽어 보면 너굴님의 감성이
강하게 느껴지거든요. (매마른 저로서는 딴 세상 이야기네요;)
그리고, 너굴님은 기본적으로 다회플을 바탕으로 리뷰를 작성하지만, 한 게임을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이성파와는 달리, 게임에 애착을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이성파와는 차이를 보이시는 거 같네요.
제가 처음으로 보드게임 리뷰를 쓸 때, 너무 막막하고 자신이 없어서
너굴님의 글을 흉내내자고 마음먹었는데, (물론 흉내내지지는 않았습니다;)
벨라티 리뷰 : 디뽐 시도 by 무이
보드게임 리뷰를 적어 보시려는 분들에게 너굴님의 리뷰는 제일 먼저 읽어 볼 글이
아닐까 합니다.
(7) 수다쟁이 재미 센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분은 너굴님 이후로 저에게 보드게임 뽐뿌를
가장 강력하게 넣은 라마님입니다. 라마님은 보드라이프에서도 활동하셨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유튜브 채널 ‘라마나타보드게임’ 진행자로서의
라마님인데요, 영상을 통해 얼굴을 자주 봬서 그런지 친숙한 분입니다 ^^
라마님 리뷰의 특징은 예민한 감각과 뛰어난 순각 포착 능력으로
게임의 재미를 잡아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특징을 잘 볼 수 있는 컨텐츠가 바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인
에센 프리뷰, 젠콘 프리뷰입니다.
(라마나타보드게임의 재생목록 중에 에센 2019 프리뷰, 젠콘 2019 프리뷰,
에센 2018 프리뷰, 젠콘 2018 프리뷰)
룰북만 읽고도 어떻게 그 많은 게임의 재미 포인트를 다 콕콕 집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인데요, 보통 예민한 감각을 보유하신 게 아닌 거 같습니다.
라마님 채널에는 이런 프리뷰 컨텐츠 말고도 신기한(?) 컨텐츠가 많은데,
예를 들면 한 게임의 룰북만 읽고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영상이 여럿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런 게 어떻게 (그리고 왜!)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룰북만 읽고도 이런데, 실제로 플레이한 게임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정말 끝도 없이 말씀하실 수 있더라구요 ㅋㅋㅋㅋ
물론, 단순히 말씀만 많으신 게 아닌 게, 자꾸 구매 버튼을 누르게 하시니까요 ㅋ
(8) 끝내며...
이 글에서는 이렇게 다섯 분에 대해서만 적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리뷰어는
사실 훨씬 많습니다. 레전드이신 가이오트님, 거만이님이나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도검님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비교적 최근에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 중에서는 목성의독서가님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요...
이분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어서 도대체 어떤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몰라
그냥 안 달았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ㅋㅋㅋ
2019년의 후기 : 목성 침공 11~20위 by 목성의독서가
리뷰보다는 주로 후기를 쓰시는 분들까지 생각하면
다아님, 대오님, 슬픈단잠님, 실망한중대장님, 양철나무꾼님 등등등등
언듯 생각나는 분들만 해도 많은데, 앞으로도 다양한 분들의 재밌고 개성적인 리뷰&후기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보며 글을 마칩니다~
P.S.1. 까르마님이 멋진 댓글을 달아 주셔서 첨부합니다 ^^
"요즘은 남편분과의 후기 써주시는 보드게이머분들이 많으셔서 공감하면서 보게 되네요.
특히 비딸 시리즈 솔플 후기 맛깔스럽게 써주시는 소비랑님,
카르카손에 진심이신 떡국님,
보라 가장 따뜻한 후기글 써주시는 달보는 째미님,
그리고 보게머라면 공감백배할 인스타툰 그리시는 원님 리뷰도 재밌게 보고 있지요.
연말에 순위 글 올려주시는 메이님 글도 너무 좋구요 ㅋ
직장 동료 분들과의 후기 올려주시는 라쓰님 글도 생생한 동료분들 리액션에 절로 미소가 ㅋ
퇴근 후 잡담 글 올려주시는 개굴이님 글도 위트가 넘치시고~
그리고 게임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심층적으로 다뤄주시는 별밤지기님이나 목성의 독서가님,
폭풍먼지님 만화 리뷰도 너무 좋아요~ 좋은 글 써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네요.^^ "
P.S.2. Rayfrank님이 댓글로 GT님과 허니통통님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
"예전에 많은 블로그 리뷰를 보며 게임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받았는데
GT님. 허니통통님.너굴너굴님 글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P.S.3. 목성의독서가님이 댓글로 (멋진 댓글을 달아 주시기도 한) 까르마님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
"까르마 님과도 편형충 몇 마리를 어렵사리 키워 낸 기분이에요."
P.S.4. 레또님이 댓글로 용샤님과 라쓰님을 언급해 주셨습니다 ^^
"저는 가장 인상적으로 본 후기는 용샤님 글, 라쓰님 글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