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26
안녕하세요 퇴근 전 보드게임의 남자 개굴입니다.
내일만 일하면 모레는 어린이날이고, 그 다음날도 징검다리라서 휴일이라 4일 연휴입니다 후후.
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수업일수는 법으로 정해져있는거라 저렇게 휴일을 땡겨쓰면 방학이 미뤄지는거고,
연휴라고 해도 처가 한 번 본가 한 번 다녀오면 후후. 후후후. 이것이 직장인과 유부남의 삶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세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잡기 전까ㅈ....웁웁 당신 누구야!!
- 이하는 아내에게 등짝맞은 직장인 유부남이 약 1주일 전 부터 쓰던글입니다.
1.
보통 비딸 라세다의 게임은 선주문에 들어가는 편인데... 웨더 머신 선주문을 놓치더니 에일리언 인베이전은 애초에 구매 자체도 안했습니다.
일단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돌릴 것 같지도 않아서요.
어차피 돈 들어가는 취미인거 모르고 하고 있는것도 아니니 6.9라는 절대적인 가격 자체가 비싼건 아닌데 아무래도 확장판 하나에 저 돈을 태우자니 결제승인에 손이 안가더라고요.
이글그리폰이 고급화 전략으로 고가의 게임들을 많이 내곤 하는데, 그동안의 가격은 퀄리티를 보면 납득할만한 수준이었다면 에일리언 인베이전은 좀. 물론 그만큼의 품질은 보장해줍니다.
언박싱 영상 보다보니 "에이 그냥 살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근데 또 막상 사려고 생각해보면 저 값이면 아크노바를 사고 말지 싶기도 하고. 싱숭생숭합니다.
더불어 협력게임구조라는 특성상 자주 돌릴 것 같지도 않습니.....ㄷ..... CO2에서 너무 데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조씨의 협력게임은 뭔가 조금 수상쩍어요.
게다가 애초에 협력만을 염두에 두고 메커니즘을 짜도 재미있게 만드는게 어려운 장르인데, 온마스 매커니즘으로 협력게임을 하겠다?
그럴거면 뜨끄-은 하고 든드-은 하게 정령섬 한사발 하는게 더 짧고 굵게 놀 수 있고, 심지어 혼자서도 재밌을 것 같구요... 흠흠.
어 뭐라고요? 신포ㄷ....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정말.
2.
최근에 아컴호러 카드게임을 구매하여 즐기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요.
급식먹던 시절 꼬깃꼬깃 용돈모아서 MTG부터 쭈욱 쌓아온 TCG 혹은 덱빌딩 실력을 전면으로 부정당하는 기분입니다.
난이도가 어려운게 아니라 부조리한 수준이에요.
예를들어 코어세트의 보통난이도의 혼돈토큰 구성은 -4, -3, -2, -2, -1, -1, 0, 1 에 해골 해골 추종자 석판 문어 별이잖아요?
당장 숫자만 있는 혼돈토큰의 평균만 해도 -1.5 라서 기본적으로 체크난이도 에서 +2의 능력치 이상을 걸어놔야 평타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죠.
게다가 해골이나 추종자, 석판도 평균 -1 정도를 해주고 문어는 무조건 0으로 보정인데, 그렇다고 엘더사인이 무조건 성공으로 보정해주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거 너무한거 아니냐고요...
물론 다인플을 상정하고 만든 게임이고, 부족한 능력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메꿔주는 형태의 플레이를 해야한다는건 알겠지만....
실제로 이정도로 벽이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저 그렇게 겜못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첫 판을 롤랜드 뱅크스 기본덱으로 하고 -4, -4, 문어, 문어가 연속으로 떠서 회합에서 무너지고,
심기일전하여 데이지 워커의 덱을 구성해서 덤볐다가 세 턴만에 조우와 약점에서 동시에 적이 나와서 둘 한테 교전당하여 도망도 못치고 뚜드려 맞아서 투덜대는건 아닐겁니다. 아마도요.
이제 회합은 지겨워요. 집에가서 이따 저녁에 덱 다시 차근하게 짜서 던위치의 유산 1번 시나리오부터 한 번 꼼꼼히 해 볼거에요. 흥칫뿡
3.
언락 4편을 이제야 구매해서 이틀만에 끝냈습니다.
언락은 2편 이후로 아내와 함께 2인플로 즐기고 있는데, 2~3편을 하고 오랜만에 다시 해서 그런가 아내가 먼저 다음 시나리오 하자고 요청할 정도로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방탈출 게임이 충격을 줄 수 있는 시기는 이제 지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기믹을 끼워넣기는 했지만 처음 할 때의 그 컬쳐쇼크가 더 이상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재미있냐 재미없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재미있기는 한데, 이 돈을 주고 구매할 가치가 있냐는 데에는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겠더라고요.
이게 좀 절대적인 가격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사실 한 번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도 이것보다 얼마든지 비쌀 수 있고, 그 돈을 지불하는데 돈을 아껴본 적은 없습니다.
저만 해도 팬데믹 레거시 1, 2, 0편에 사자의 턱, 서스펙트 게임 등을 모두 제가 구매하여 플레이를 했지만 딱히 아깝다는 느낌은 없거든요. 비슷한 견지에서 언락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왜 그런 게임 있잖아요? "모임에 하나 쯤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는 게임" 저한테 언락은 딱 요정도의 포지션의 게임입니다.
물론 저야 제가 즐기고 나중에 학교 동아리 시간에 활용하고 그걸 관전하는 재미도 있긴 하겠지만, 일반적인 유저분들께 언락이 그정도의 가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좀 그래요.
세 명을 모은다음 n빵해서 게임을 구매하여 플레이하고 모든 시나리오가 끝났다면 하나씩 갖고 빠빠이. 이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렇게 혹평을 하기는 했지만 첫 번째 시나리오인 벽장 속의 괴물이었던가? 이건 매우 좋았습니다.
데굴데굴스튜디오에서도 이야기 나왔었는데 플레이어들에게 제약을 주는 방식이 상당히 새로웠어요.
언락1에서 3편의 기믹에서도 "오오 이런 발상이?" 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그 정도의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인데다가,
기믹 자체도 실제 방탈출 카페에서 적용하는 기믹이라서 이런 부분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1~4편을 다 돌아본다면 1-3, 4-1? 이거 두 개 정도는 굉장히 재미있었고, 3-3, 2-3도 나름 괜찮았지 싶습니다.
주변에 언락 보유중인 분이 계시다면 다른건 몰라도 1-3, 4-1 정도는 꼭 부탁해서 해보세요.
4.
최근에 책장에 꽂힌 보드게임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딱 100개의 게임을 보유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오오.
한 3년쯤 전인가요? "보드게임은 확장을 제외하고 50종으로 제한한다" 라는 마음을 유지하며 하나 사면 하나 팔고 이렇게 했었거든요.
당시 보드게임 1000개씩 갖고계신 분들을 보며 "저렇게 많이 들고있으면 뭐하지" 라고 생각했었건만
저도 은근슬쩍 자기와의 타협을 거치더니 어느새 헌드레드 클럽(...)에 가입을 해 버렸습니다. 다음은 싸우전드 클럽인가.
사실 변명을 좀 해보자면 50개 제한을 자체적으로 걸었던건 책장이 부족한 이유도 한 몫을 했는데, 작년 말 즈음에 책장을 새로 구비했습니다. 빈칸이 좀 눈에 띄더라고ㅇ....웁웁 당신 누구야!!!
..사실 책장의 보드게임을 보면 팬데믹 레거시 시리즈나 언락 시리즈, 서스펙트 게임 시리즈 등 클리어 후 방치중인 게임들도 있기도 하거니와
"얘는 다시는 안할 것 같다" 라는 게임들도 많은데 묘하게 안 팔고 갖고있게 되네요. 진짜 포이닉스나 디스 워 이즈 마인 같은 게임은 앞으로 할 일이 없어보이는데 말이에요.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남자들은 모두 집에 정체불명 용도불명의 케이블 수십개를 모아둔 서랍이 있다.
그리고 몇 년에 한 번 정도 거기 있는 케이블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며, 그때마다 "거봐 언젠가 쓸 일이 있다고 그랬잖아. 안 버리길 잘 했지?" 라는 말을 한다.
아마 비슷한 느낌으로 언젠가 어느날엔가 기똥찬 타이밍에 책장에서 짜아안! 하고 꺼내어 돌리면서 "거봐 언젠가 이걸 할 날이 있다고 생각했어" 라고 으스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
5.
최근에 모임에 샤먼이라는 게임을 구매하신 분이 계셔서 몇 회 정도 플레이를 했는데, 트릭테이킹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는 꼭 한 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조금 디테일하게 규칙을 짚자면
1) 플레이어는 각자 숨겨진 역할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마피아 처럼요.
2) 기본적인 규칙은 트릭테이킹의 그것을 따라갑니다.
- 한 장씩 카드를 내고 리드수트와 동일한 수트중 가장 높은 카드가 승리, 그 사람부터 다시 트릭 시작.
3) 하지만 트릭테이킹인데도 불구하고 트럼프수트를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4) 다만 트럼프 수트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트랙이 한 칸씩 전진하게 되고 이 트랙이 한계치에 달하면 마피아가 이깁니다.
- 따라서 손에 해당 수트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낸 시민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5) 숫자와 수트에 따라서 여러가지 아이템과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아이템과 보너스로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나옵니다.
- 예를들면 3인플에서 자신의 정체를 오픈하는 아이템을 사용한 후 "자 이제 서로 죽여라" 라고 선언한 후 자신은 살아남은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열심히 무기를 모은다거나...
- 생존한채로 승리하면 2점을 얻는 아이템을 우리팀 시민이 가지고 있어서 이후 라운드에서의 스코어 경쟁을 의식해 시민이 시민을 찌른다거나...
- 물론 모두 제가 한 플레이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제정신은 아닌듯.
6) 트랙이 한계까지 가지 않은 상태로 모든 플레이어가 핸드를 소진시킨다면 시민이 승리합니다.
7) 단판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승리 방식에 따라 승점이 차등지급되며, 기준 승점을 먼저 만족시키면 해당 <플레이어가>승리합니다. 즉 지금의 팀이 잠시 후의 적이 됩니다.
마피아 게임들이 재미가 있기는 한데 한 판 하고나면 상대적으로 좀 진빠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잖아요? 어쩌면 그냥 제가 말이 많아서 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 샤먼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이 좀 덜 했어요.
상황을 소재로 "언어" 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상대를 옭아매며 플레이하는 마피아 게임의 느낌 보다는 트릭테이킹을 기반으로 한 비대칭 전략게임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지 싶더라고요.
그동안은 트릭테이킹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장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런걸 보면 트릭테이킹을 이용한 일꾼놓기, 트릭테이킹을 이용한 테트리스, 트릭테이킹을 이용한 덱스터리티 등 여러가지 시스템에 활용을 할 수 있지 싶어 기대감이 좀 커졌습니다.
근처에 보유중인 분이 계시다면 부탁해서 한 번 해보세요. 재미있더라고요 전.
- 여담인데, 연속으로 저는 시민이 걸리고 마피아들이 이기자 "이거 시민이 이길 수 있기는 한가요?" 라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다음턴에 귀신같이 제가 마피아 잡고 시민팀이 이겼습니다.
언제나 문제는 파일럿이죠 암암.
6.
사실 이 글을 열흘 가까이 메모장에 놓고 쓰고 있어서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부분이 있는데, 3문단을 쓴 후 연휴기간동안 조사자 2명 꾸려서 쉬움 난이도로 던위치의 유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매일 하고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FFG. 살게요 다음 확장, 카르코사 재판해주세요 코보게.
물론 처음 하는 게임이다 보니 "나는 짱짱 화력맨, 근접무기따위 쓰지 않지" 라며 마체테를 과감하게 버린다거나 "파오후쿰척쿰척은 나 하나로 족해" 라며 밀란 박사를 채용하지 않는다거나....등의
괴랄한 덱메이킹을 하고 있긴 한데, 워낙에 게임같은거 할 때 어지간하면 공략이나 팁 같은거 안 찾아보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냥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요즘 퇴근 후의 낙이에요.
다만 이러나 저러나 난이도 문제는 발목을 잡습니다. 주사위 게임이 으레 그렇지만 중요한순간에 1/14 작렬하면 진짜 죽도밥도 안되더라고요.
의지 6짜리 캐릭터가 의지 3 체크를 들어가는데 문어 떠서 3점 피해를 입거나 하면 대략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난이도가 쉬움-보통-어려움-진정한 아컴호러 난이도던데, (까딱하다가 죽기)쉬움 - 보통(은 죽음) - (살아남기)어려움 - 진(짜) 정(신이 나갈듯)한 아컴호러 인걸 플레이 해 보고 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이거 보정 없이 어려움 난이도는 깰 수가 있기나 한가요? 그냥 실패를 상정하고 데굴데굴 구르는 주인공들 보는 게임인가...싶었어요.
대부분의 분기에 "조사자들이 모두 쓰러졌을 경우"를 가정한 결말이 있는걸 보고 의심이 확신이 되었습니다. 이런 FFG놈들. 크툴루님의 철퇴를 맞을거야.
다들 모임 정상화는 하고 계신가요?
평택의 옹기종기는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간만에 공식적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물론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 예전처럼 열명 스무명 오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들을 뵙고 가벼운 게임들을 웃으면서 즐기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차츰차츰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길 기대하며 저는 오후 일을 하러 갑니다!!
다들 오후 잘 보내시고 즐거운 퇴근길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