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이의 조금은 이른 2021 보드게임 라이프 결산
안녕갑쎄요 보드게임을 하고싶은 남자 개굴입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잡담글이 안올라오는걸 느끼신 분은 짐작하시겠지만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12월이 보름가량 남긴 했지만, 요즘 일하는 추세를 보면 짬날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행하는 2021 보드게임 결사-안!! (빠밤.)
1. 일기는 밀려 쓰지 말자
올해 보드게임을 할 때 마다 사진을 찍어 일지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시작했는데, 두 달 정도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되었고, 여섯 달 쯤 지나니까 슬슬 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정리하면서 보다보니 아내랑 1인플 한건 빼놓기도 하고, 학교에서 학생들하고 한 것도 다 빠져있습니다.
...완전 제멋대로군요.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절 보면서 게으르다 말씀하신게 백분 공감이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른들 말씀은 틀린게 없다.
일단 마음은 그래요. 내년에도 한 번 쯤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밀리지 않고 모든 게임을 다 기록해보려고요.
왠지 국등학교 시절 밀린 일기를 쓰면서 했던 다짐이 떠오르는데, 기분탓이겠죠. 힘내라 2022년 개굴이.
2. 정령섬에 나 혼자 산다.
정령섬 1인플을 무려 30번이나 했습니다. 많이 할 때엔 일주일에 두어번씩 한 것 같아요.
언젠가 한 번 이야기 한 것 같긴 한데 다른사람에게 보드게임이 취미라고 말하는 입장이지만 1인플 보드게임에 대해서는 "굳이...?" 라는 생각이에요.
핸드폰에 비해서 이리저리 세팅하고, 놀고, 다시 주섬주섬 치워야 하는 보드게임은 그다지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번거로워요 저거 굉장히.
이런부분에서 정령섬은 굉장한 강점을 가집니다. 세팅하고 정리가 매우 간편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저정도 세팅과 정리, 플탐에 저정도 즐거움을 제공하는 1인플 게임이 잘 없어요.
심지어 정령도 다양하고, 적대국 능력도 다양해서 리플레이성도 괜찮습니다. 플레이 감각 역시 다인플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정말 잘 만든 게임이에요.
다만 최근 들어서 이리저리 바쁘다보니 집에서 1인플 할 정신적 신체적 여유가 안되기도 하고, 제가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랑 플랜테이션 식민지랑 좀 안맞는지 연패하고있어서 뜸한상태네요.
조만간 다시 불태울 날을 기다립니다. 기다려라 바게트놈들.
3. 뜨거웠던 5월, 짜게 식었던 11월
5월에는 무려 20회의 플레이를, 11월에는 고작 4회의 플레이만을 했습니다. 더 굉장한건 저 20회중 정령섬 1인플레이는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쯤은 일이 있어서 게임을 못하는데, 매 주말마다 불태웠나봅니다. 글 쓰면서 찾아보니까 5월 1일이 토요일로 시작해서 주말이 다섯번이나 있기도 했네요.
11월에는..... 주말마다 계속 가족행사도 있었고, 학교에서 주말 방과후도 하고 그러다보니 이리저리 시간이 좀 안났던 모양이네요. 1인플 할 여유도 없었는지 모임 한 번 가진게 끝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7월. 방학이라서 크게 바쁠 일도 없었을텐데 19회의 플레이중 12번을 1인플로 채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방학이라 집에서 시간이 많으니 심심하면 꺼내서 정령섬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저 때 즈음에 배틀콘 1인에 맛들려서 즐겼던 기억도 있네요.
4. 레거시 게임의 딜레마
팬데믹 레거시로 대표되는 레거시게임들. 보드 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카드를 찢고 적극적으로 컴포 파괴를 하는 게임이다보니 본전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죠.
12번쯤 하면 더 이상 플레이 할 수 없는 게임으로 7만원 가량을 지불한다는 말을 비 보드게이머들에게 하면 다들 입을 떡 벌리면서 "돈 아깝지 않아?" 라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그리고 저런 얘기 할 때마다 항상 "사놓고 열두번 못하는 게임이 한두개가 아니다." 라고 대답을 합니다.
실제로 올해 플레이 한 게임중 플레이 횟수로 1위는 정령섬 1인플(30), 그 다음이 펜데믹 레거시 시즌0 (13회) 그 다음이 쿠퍼아일랜드 (7회) 입니다. ㅋㅋㅋ
좀 더 구체적으로 올해 플레이한 게임 횟수 상위 10개를 보면
정령섬-팬데믹레거시-쿠퍼아일랜드-스페이스크루-언락-패스파인더-메르브-서스펙트게임-칸반-푸드체인거물
순서입니다. 10 게임중 5 게임이 고정 멤버로 다회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이네요.
이런 부분에서 본다면 레거시 게임은 그 시스템 자체만으로도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고, 즐길만큼 즐기고 아쉬움없이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긴 한데 역으로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게 중간에 그만두거나 하기 애매한 게임들이라서 구매하고 제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파티를 모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반대로 함께 즐겨주는 분들 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져도 중간에 그만두기 애매한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저희 모임에서 레거시게임은 보통 제가 사서 오고 다른 분들이 어울려주시는데 이런 부분에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있습니다. 땡큐!
5. 올해의 게임
올해 플레이한 타이틀이 대충 50개정도 되는데... 그 중 감히 올해의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은건...두구두구두구두구
바로 서스펙트 게임!!
클로즈드 서클 미스테리를 보드게임으로 정말 잘 옮겨온 게임이에요. 더불어 기존 크라임씬류의 보이지 않는 한계도 과감하게 깼고요.
범인이 이기기 위해서 짜야하는 스토리라거나 임기응변 등 범인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좀 크긴 한데, 현실도 완전범죄가 쉽지 않잖아요?
밸런스가 어쩌니 저쩌니 말은 많지만 적어도 플레이 하는 내내 정말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최근에 코보게에서 시즌2를 제작중이며, 이번에는 1편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거다...라는 소식을 전했는데, 매우 많이 엄청 기대중입니다 :D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2021이 마무리 되어가네요.
올해 한 게임을 죽 돌아보니, 코로나가 얼마나 사람들 사이를 떨어뜨려 놓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주로 고정멤버가 모여서 소규모 게임만 돌렸더라고요.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마스크 없이 여러명이 웃고 떠들면서 보드게임하는 모습이 많은데, 어서 빨리 진짜 [일상]을 되찾는 날이 왔으면 좋겟습니다.
다들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2021 마무리 잘 하시고, 우리 모두 내년에도 즐거운 보드게임 생활 보냈으면 좋겠어요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