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 간 2인플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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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0 01:18

안녕하세요. 12월 한 달 간 2인플(with 파커) 후기 2편입니다.

첫플만 해본 게임이 대부분이라 많은 분들의 감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감안하여 읽어주셔요. (__)

[12/19(土)]

8. 블러디 인

이날은 스벅에서 블러디 인만 간단히 2번 돌렸습니다. 박스 크기도 작고 구성품도 간단해서 작은 테이블에서도 펼쳐놓고 하기 좋더라구요. 일단 둘 다 테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헉) 게임 진행도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첫플에서는 랭크(0-3)의 개념과 카드의 아이콘들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무난하게 한번 이기고 나서 두 번째 판을 펼쳤는데, 제가 처음부터 경찰이 남아 있는 걸 미처 보지 못하고 부자 손님 죽였다가 고스란히 10원 반납하고 시작했네요.. 파커에게 플레이 내내 놀림받았던ㅋㅋㅋ 실수의 영향인지 계속 주눅든 플레이를 하게 돼서 거의 40원 차이로 졌습니다. 이 게임에선 항상 경찰을 조심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과감히 손님들을 슥슥 죽여나가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시체를 묻지 못해 10원을 반납하기 시작하면 게임이 힘들어지구요 --

두 번 다 짧은 게임 모드로 했는데 30분 정도면 끝났습니다. 아이콘에 익숙해지면 2인플 기준으로 플탐이 더 줄어들 것도 같네요. 카드 드로우의 예측 불가능함에서 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습니다. 경찰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이러면서 점점 탐욕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죠. 허허.

[12/26(土)]

9. 어보브 앤 빌로우

위의 블러디 인과는 반대로 매우 많은 공간이 필요한 게임이었습니다. 보드게임 카페의 2인용 자리에 앉았는데, 세팅하고 나니 테이블이 빼곡히 가득차더군요. 그런데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구성품들을 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임인지는... 흠 글쎄요.

게임은 총 7라운드로 진행되고, 한 턴에는 탐험/수확/건설/교육(일꾼 증가)/노동 중 한 가지의 행동을 선택해서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탐험은 확실히 이 게임만의 독특한 테마예요. 탐험을 선택하면 상대방이 책을 펼쳐 특정 단락의 상황을 읽어주고, 몇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탐험을 떠난 캐릭터들의 탐험 능력(=랜턴)은 주사위를 굴린 눈금에 따라 정해지고, 그 합이 선택지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켰다면 성공 보상을 받죠. 만약 눈금의 합이 좀 부족하더라도 노오오오력을 시키면 탐험 능력을 캐릭터마다 +1 할 수 있습니다. 전 (물약이 손에 잘 들어와서) 열심히 노오오오력을 시켰습니다. ㅋㅋ

다만 첫플을 하고 나니...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일단 일꾼 3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너무 적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중간 탐험에서 운 좋게 특수 일꾼(금속 인간)을 얻어 일꾼을 좀 확보할 수 있었지만, 파커는 거의 막판까지 일꾼을 쉽게 늘리지 못하더라구요. 이제 막 일꾼과 침대가 제법 늘었네- 싶을 때쯤 되니 7라운드였어요. 집을 지으려니 돈이 없고, 일꾼을 늘리려니 침대가 없고, 수확을 하려니 일꾼이 없고.. 할 것들은 많이 펼쳐져 있는데 막상 하려고 보면 그때 할 수 있는 행동이 별로 없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테이블 가득 늘어놓은 구성품들을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구요. (물론 전략적으로 테크를 잘 짜면 될 것 같지만, 첫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매번 건물 효과를 적용시키는 것도 좀 번잡스럽더라구요. 수확 즉시 상품이 다시 생기는 건물도 있고 최대 두 개까지만 주는 건물도 있고. 어떤 건물은 짓는 즉시 물약을 주기도 하고 어떤 건 라운드 종료 시마다 주기도 하고. 또 건물을 지을 때마다 돈을 주는 건물도 있고. 으아아… 분명 어디선가 에러플이 발생하기 쉬워 보였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이게 썩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것도 익숙해지면 괜찮겠지요.)

아무튼 결과는 한 종류의 상품(물고기)을 집중적으로 모으고 상품당 승점을 주는 별집을 지은 파커가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둘 다 점수가 30점대에 머물렀는데 이게 일반적인 케이스인지 궁금하네요. 아쉬웠지만 첫플만으로 판단하기는 무리이니, 다인플로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 남아 있어요.

10. 다섯 부족(오부족)

화려한 컴포넌트와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 일단 구매했는데, 게임성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어요. 2인플 적합 게임이 아닌 것 같기도 했고.. 하지만 결과는 성공! 우선 컴포를 손으로 조물조물하는 재미가 좋았다는 게 저와 파커의 공통적인 평이었습니다. 부족 미플이 참 매끈하게 나와서 만지작거리기 좋더라구요ㅋㅋㅋ 그리고 한 라운드에 해야 할 행동이 총 7페이즈(턴 순서 입찰 - 턴 마커 이동 - 미플 이동 - 부족 액션 - 타일 액션 - 상품 판매(옵션) - 정리)로 무척 많아 보였는데, 막상 게임을 해보니 물 흐르듯 순식간에 진행되었습니다.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물론 번역된 요약표를 출력해 갔던 게 도움이 되기도 했구요.

파커는 암살자를 활용해서 한 번에 두 칸씩 낙타를 잘 점령해 나갔고, 저는 오아시스와 궁전에 놓일 타일들을 소유하는 쪽으로 게임이 흘러갔습니다. 거의 대등한 양상이었는데, 마지막에 역시 파커가 통 큰 입찰로 1-2번째 턴 순서를 독점하더니 재상(노란 부족)을 싹쓸이했습니다! 저도 노리고 있었지만 (우선 입찰권이 있었음에도) 돈 아끼겠다고 너무 소심하게 건 게 잘못이었어요. 필요할 땐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아무튼 매우 훌륭한 무브여서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사실 2인플에서는 한 사람이 턴 순서를 연달아 독점할 수 있어 별로 좋지 않다는 의견도 봤었는데, 저희에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게임이면 모를까, 이 게임만큼은 다인플하고 싶지 않네요. 상대의 움직임 하나에 따라 내가 생각했던 판도가 바뀌기 때문에, 작정하고 장고하기 시작하면 거의 바둑만큼 길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싶습니다. 보통 저나 파커나 장고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둘 다 제법 시간을 썼어요. 그래서 제겐 2인플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참고로 저희 둘 다 타르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파커가 타르기 급의 재미라고 평하며 별 넷 반을 주었습니다. 최근에 같이 한 게임 중 가장 높은 별점이에요 우왕! 물론 저도 동의! 자주 하고 싶어요!!

11. 7 원더스: 대결

전에 한번 보드게임 카페 알바한테 배운 적 있는데, 그땐 둘 다 7원더스 본판을 안 해본지라 에러플이 난무했습니다. 사실 설명도 좀 알아듣기 어려웠구요. 어땠냐면.. 원더를 지으려면 그냥 카드 한 장만 밑에 깔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땐 원더 건설에 필요한 자원 카드를 모아서 죄다 밑에 깔아 넣었습니다ㅋㅋㅋ 그래서 둘 합쳐서 게임 내내 원더를 하나밖에 못 지었어요ㅋㅋㅋ

여전히 본판은 안 해봤지만 이번엔 미리 룰북을 읽고 좀 공부를 했죠. 역시 훨씬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원더를 짓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되면서 각자 쭉쭉 테크를 쌓았습니다. 중간에 파커가 상대방의 갈색 카드를 하나 없애는 원더를 지으면서 제 석재 두 개가 날아간 게 뼈아팠네요ㅜㅜ 그래도 3시대 막판까지 군사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파커가 훅 치고 올라오면서 5점차로 패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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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게임도 인내심 있게 룰 설명 들어주고 함께 플레이해주는 파커에게 늘 감사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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