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a: 커피 재배 게임 제작기
자작 게임 Coffea 소개 글을 올렸습니다. 커피를 소재로 한 게임입니다.
원래는 pnp 자료까지 준비된 후에 소개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제작기를 자작게임게시판에 올리는 분들도 계신데, 제 생각에는 자작게임게시판에는 규칙서 같은 것을 올리는 게 적절하고 제작기는 자유게시판에 올리는 게 적절한 것 같아서 저는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개인 사정상 게임 만들기를 할 여유가 없었다가 5월에 4주 정도 조금 짬을 낼 수 있었는데,
이제 다시 여유가 없게 되었습니다.
테스트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틀은 일찍이 갖춰졌는데 밸런스 맞추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기약이 없어서 지금 올립니다.
커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죠.
커피를 소재로 한 점을 보면 작가가 원래 커피에 관심이 많던 것으로 생각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커피에 대한 흥미도, 지식도 오히려 보통 사람 이하였습니다.
왜 커피인가?
'게임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저의 게임관(참고)상 게임 소재로 좋을 만한 것 중 하나가 '생태'였습니다.
왜 생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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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바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늘어남’, ‘자신이 점점 성장함’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했고, 게임은 보통 어떤 것을 추구하게 만들게 되는데 생존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나 플레이어가 관리하는 생물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우연히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고, 맞닥뜨린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것을 게임의 내용으로 담았을 때 플레이어가 게임을 테마와 함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
생물 동물/식물/균 중에서 식물을 고른 것이고
식물 중에서 커피를 고른 것입니다.
처음에 생각한 식물은 사실 '벼'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밀접한 식물이니까요.
그런데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보여 커피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작물들은 훌륭히 키워내면 거기서 끝인 것 같은데 커피는 그 이후, 그러니까 로스팅과 마케팅까지 게임 내용으로 넣기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커피는 맛 취향을 다양하게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다 신맛이 강한 걸 원하기도 하는 등요.
어떤 커피가 가장 훌륭한 커피인가?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품질)도 있겠지만 주관적인 기준도 있을 것입니다.
게임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평가 기준 취향'이 하나가 아니게끔(대중의 취향, 애호가의 취향, 개인구매자의 취향이 존재), 그리고 유동적이게끔(마케팅 행동으로 애호가의 취향이나 대중의 취향을 플레이어가 바꿀 수 있음) 만들었습니다.
진짜 소재 관련 무언가를 게임용 구성물로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쌀알은 너무 작아서 집기 불편하죠. 커피빈도 생두는 생각보다 작더군요. 로스팅 과정에서 커지는 거라는 것을, 이 게임을 만들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맘씨 좋은 모 카페 사장님이 생두, 원두를 나눠주셔서 저는 제법 크기가 큰 걸로 골라내 담아보았습니다.
Coffea에 핵심으로 생각한 건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점점 갖추는 게 늘어나고, 할 수 있는 게 늘어남'
'정기적 수입 있음'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양분/물 공급량을 최적요구량에 맞추면 특별한 보상을 받고(적색 아크릴 큐브, 소모하여 특수행동을 할 수 있는 특수 AP 내지는 일반적인 행동에 쓸 수 있는 코인) 그 커피나무의 가치가 높아지게끔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너무 반복적이기도 하고(영양생장기에서 생식생장기로 넘어갈 때 말고는 요구량이 고정이고, 그 농장의 부존량도 그 농장의 부존 여건을 갈아엎지 않는 한 고정이니)
'고품질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성장이 늦는 코페아 스테노필라 품종'도 넣으려고 했는데
수확할 수 있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건, 그 사이에 품질이 나빠질 위험을 더 극복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근데 최적량만큼 흡수하면 오히려 품질이 더 높아질 수 있으면 반대로 더 유리한 거라
품질은 '0에서 시작해 점점 올라가는 것'에서 '최고에서 시작해 흠이 쌓일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경매도 넣기로 했습니다.
선택이 있는 게임에서 우리는 선택지 중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르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느낍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선호하는 것이 경매입니다.
취해 가져갈 수 있는 설비 같은 것이 있는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는 그 설비를 가져올 경우의 비용과 편익을 따져 가성비를 가늠하며,
그 가성비에 대한 판단을 누가 더 잘하느냐를 겨루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많은 경우 그런 게임들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후각적 즐거움도 담고 싶었습니다.
커피 원두를 게임 구성물로 담으면, 게임을 열 때 커피 향이 납니다.
그런데 규칙상 원두가 등장할 일은 사실상 없고, 생두만 구성물로 쓰이게 돼서
상자 안 쪽에 커피향 향료를 발라볼 생각을 했습니다. 식품첨가용(아마 제빵용) 커피향 향료를 사봤는데, 생각했던 향과 너무 달라서 나중에 다른 걸 구해볼까 합니다.
과정
2020년 10월 11일 도서관에서 책 『커피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빌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달 정도 커피에 대한 정보를 익혔습니다.(~11월 12일)
11월 13일부터 3일간 게임 구조를 짰습니다. 제나름의 게임관이 확실히 있어서, 게임 구조를 짜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토큰을 만드는 등 구성물을 갖췄습니다.
동그랗게 토큰 오리는 작업이, 생각보다 손가락이 엄청 아프더군요.
라벨지에 출력하고 마닐라지(조금 단단한 종이)에 붙여서 오렸습니다.
게임 만들기를 생각만 해보신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토큰 오리는 게 가장 힘듭니다.
검은 주사위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주사위를 검게 칠하는 데에 무엇을 쓰면 좋을지 여러 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물감(알파포스터칼라)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걸 초등학생 때 썼던 것 같은데, 놀랍게도 포장까지 똑같은 제품이 지금도 문구점에서 팔리고 있더군요.
아크릴 물감이랑 붓펜도 생각했습니다.
붓펜을 잠시 잃어버려서 다른 수성펜을 사용했습니다.
나무, 결과(커피체리나 커피빈)의 '흠'을 검은 주사위로 표현하려고 한 거였는데, 흠을 트랙과 큐브를 이용해 표현하기로 바꾸어서 결국 검은 주사위는 안 쓰게 됐습니다.
사실 별빛바다의 공모전 '가짜보드게임'에 지원하려고 했던 건데,
다른 공모전(부산 기장군, 통일 관련 보드게임 만들기 공모전) 소식이 떠서, 고민하다가
11월 17일 글만 하나 올렸습니다.(그때부터 2021년 5월이 되기까지 손을 대지 않고 머릿 속에 두지도 못했습니다.)
그 통일 관련 보드게임 공모전도... 납기 안에 완성을 못해서 결국 접수를 못했습니다.
2021년 5월 4일 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 지원 사업 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규칙서 4쪽 이내여야 하는 것이라 Coffea와는 맞지 않는 것이긴 했지만, 자극이 되었습니다.
마침 4주 정도 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방구석의 Coffea를 다시 꺼냈습니다.
그림 연습을 좀 하고
색연필, 파스텔, 사인펜을 가지고 토큰용, 카드용 그림을 그렸습니다.(11월에는 사진을 이용해서 토큰을 만들어뒀습니다.)
인근 도서관에서 스캔을 하고...
제가 포토샵, 인디자인은 쓸 줄 올라서
윈도우 그림판, 캐릭터레이더(도트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를 이용해 그림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커피 원두 그림을 잘 그려놨는데 실수로 지워서 좀 아쉽네요.)
대학생 때 발표용 ppt 자료 만들면서 시각적으로 조금이나마 낫게 꾸미려고 '최종 수정', '최종의 최종...', '진짜 최종...' 이렇게 찔끔찔끔 끝이 보이지 않는 수정을 계속 하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겪어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것처럼 지지부진했습니다. 제가 포토샵, 인디자인을 쓸 줄 알았다면, 그리고 스캐너가 집에 있었다면 좀 나았을 것 같긴 합니다.
실질적으로 진도 나가는 게 없어서 의욕이 저하되고 무의미한 인터넷 배회만 하게 되어 심적으로 또 힘들었습니다.
11월에 일주일 만든 게 95%까지였다면 5월에 4주간 손 본 게 98%까지였달까요.
저는 이제 다시 여유가 없는 상황이 돼서 Coffea를 방구석에 넣어둘 것 같고요.
나중에 pnp 안내 글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소개 글(∋Coffea 규칙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