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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보드게임제작 프로젝트(초보게 프로젝트)

2,602 조회

2016.07.31 20:55

안녕하세요 무한입니다.

이번에는 저희 반 아이들과 함께 진행해보았던

초등학생들의 보드게임 제작 프로젝트. 일명 초보게에 대해 한번 소개해볼까합니다.

사실 작년에 한거라 좀 된거긴 한데...

2015년 여름방학부터 2015년 학예회 전시를 목표로 사회-미술-국어 등 여러 과목을 통합으로 묶어

미술은 시간을 전부 핵심 성취기준에 맞추어 재편성하고

사회, 국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해당 되는 핵심 성취기준의 시간 중 약 10~15분 가량을 빌려 제작 했습니다.

수업이 적절하게 학습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되면 일부 시간을 이용하여 제작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일단 발단은

교장선생님께서

1.학교 르네상스 주간을 운영할것. 2.반마다 다 프로젝트 하나씩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운영할 것.

음.. 아무런 예시도 주시지 않고 그냥

하세요~ 이러시길래

모두들 멘붕했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게 방학 1주일전이라 안그래도 바쁜 시점에 계획까지 제출하라 하시니...

그래서 저는 잽싸게

'그럼 우리반은 배운 것을 주제로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겠습니다!'라고 후다닥 계획을 냈습니다.

계획이야 뭐 예전 학교에서 운영하던 여름 학교용 계획 조금 가공해서 냈고.. ㅎㅎ

1)계획

애들한테는 방학시작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각자 진행하고 싶은 아이들끼리 서로 조를 만들어 주제를 만들어 오도록 과제를 주었습니다.

뭐... 어차피 여름방학 중에는 나빌레라~ 과제가 뭐냐~ 나는 놀란다~ 이럴걸 알기 때문에 일단 흥미를 가지는 정도로만..

하지만 방학 직후....

아니나다를까 역시..

숙제 제대로 해온 애들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예시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만들라고 하는 건 굉장히 힘든일이지요.

저도 방학중에 그런걸 해오리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기때문에

다시 체계적으로 잡고 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교과서를 보면서 자신이 만들 보드게임의 주제 및 컨셉을 잡고 있습니다.

역시 남자애들은 전쟁 쪽에 흥미가 많더군요.. 캐슬 패닉같은 디펜스류 게임 제작에도 흥미를 가집니다.

저 고구려의 운명이란 게임은 제작에 난항을 겪어 결국 엎어진 프로젝트인데

컨셉 자체는 훌륭했어요.

안시성 싸움을 배경으로 당나라를 막는 타워 디펜스 게임으로 역사적 사건을 카드로 활용해 중간중간 위기가 닥치는걸 어떻게든 극복해나가야합니다.

참고용 러브레터와 조선의 임금입니다. 애들이 조선의 임금은 너무 좋아해서.. 한달마다 프로텍터를 갈아줘야 했는데 결국 저거 다 따라만들려고해서

내꺼 배끼지마! 하고 쌈도 났어요.

학생들이 계획서를 토대로 룰북을 만들고 있습니다.

애들이 룰북 만들어오면 제가 그걸 보고 이건 이런식으로 하면 어떨까? 이건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쉽게 하겠다하고 조언해 주는 역할만 했지요.

게임 자체는 애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게임 컨셉 및 제작에 저는 일절 관계하지 않습니다. 이런게 학생주도 프로젝트 학습 아니겠어요?

~~는 게으른 교사의 변명~~

여자애들은 카드 사이즈 하나까지 꼼꼼히 적어놓는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2) 제작

룰북 제작만하는데 한달이 걸렸습니다. 학예회까진 2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과연 전시를 할 수 있을까? 애들과 저는 부득부득 속이 타들어갑니다.

보드판 기본 스케치 장면입니다.

두꺼운 종이를 색연필로 칠합니다.

실과를 베이스로 한 경제동물 테마의 게임입니다.

소/닭 돼지 등의 부산물을 얻는 게임입니다.

쓰레기 제거 테마 게임입니다!

환경맨과 쓰레기맨이 되어 펼쳐지는 비대칭 게임입니다.

역시 게임은 롤앤 무브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의 게임.. 하지만 의외로 론델 시스템까지 넣는 독창성을!

게임을 제작하는 동안에는 책상은 난장판 아수라장 그 자체,...;;

선생님이 칼쓰지 말라고 했지!

학생들이 칼을 쓸경우 굉장히 위험한지라 장갑을 끼고 하던가 아예 칼을 쓰지 못하도록 지도합니다.

의외로 토큰 제작같은건 훌륭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의 그림판 실력... 의외로 훌륭합니다!

협력하여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3) 결과물

아슬아슬하게 11월에 맞추어 결과를 내었습니다.

의외로 훌륭한 물건들이 나옵니다!

사실 보드엠이나 피스크래프트에서 파는 보드게임 제작 용품을 쓰고 싶었지만 그놈의 예산이...

어쩔수 없이 사비를 털어 우드락이라도 사주었습니다 ㅠ

예산이 더 충분했다면 더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지 싶네요.

생각보다 아이들의 독창성과 창의성에 놀랍니다.

보드게임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데서 학생들이 흥미를 많이 느끼더군요.

여러 교과를 한번에 엮어서 하는 통합 수업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결과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제가 진행하는 첫번째 프로젝트 학습이다 보니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겠더군요.

1) 포트폴리오 제작

제가 빼먹은 부분인데 게임을 제작하는 도중 포트폴리오를 중간중간에 남겼어야했습니다 ;;

학생들이 제작하면서 흥미를 가진점, 어려웠던점, 더 개선해야할 점등 중간중간에 체크를 했어야했는데 제작에 바쁘다 보니 그냥 흘려버렸네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라도 보고서를 써야했건만..

2) 프로젝트 진행시 학생들끼리의 다툼

아무래도 단체 학습이다보니 학생들끼리 무임승차가 일어나곤 합니다.

왜 너는 안해!

할거 다했는데?

이게 뭐 다한거야!

투닥투닥 투다닥

그럴때마다 선생님은 후다닥 달려가 중재를 해줍니다. 하지만 그러고도 골이 풀리지 않은 아이들은 너랑 같이 안해! 하고 갈라섭니다.

그렇게 단독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아이들이 몇 있었지요..

그렇고 공중분해 된 프로젝트중에는 아까운 프로젝트가 많이 있었습니다 ㅠ

3) 체계적인 프로젝트란?

아무래도 학교 일정 상 갑자기 정해진 일이라 저 자신이 체계적인 계획을 잡지 못해 제대로 데드라인을 잡지 못한게 아쉽더군요.

일정이 엿가락 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니까 애들도 늘어지고 저도 늘어지고...

다음번에 혹시 프로젝트 진행할 일이 있으면 더 나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이정도입니다. 거창한건 없지만 학생들하고 함께 3개월간 열심히 달려온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혹시나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더 잘해볼수 있을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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