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드게임 기행 4. 독일 에센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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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13:27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작가 고태윤입니다. 저는 2018년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프랑스 및 주변 나라들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에 놀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행사나 게임 카페 등을 다니며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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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센 박람회 (Spiel Essen)는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행사입니다. 1200여 개의 회사들이 참여하고, 약 200,000여 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옵니다. 게이머라면 올해의 신작을 빠르게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보드게임 작가로서는 게임을 피칭하기에 최고의 행사입니다.

방문 한 달쯤 전부터 여러 회사들(퍼블리셔)과 미팅 약속을 잡습니다. 그리고 제안할 게임들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합니다. 퍼블리셔들이 제 게임을 얼마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여러 세트를 만들어 갔어요ㅎㅎ 시간이 꽤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https://goo.gl/maps/4gnk6diDzc9pErQB6

에센 (Essen)은 독일 서쪽에 있는 도시입니다. 관광할 곳은 많지 않습니다. 에센 방문 후 다른 여행할 곳을 찾으신다면, 근교의 쾰른을 추천드립니다.

행사 기간은 10월 셋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입니다.

왼쪽의 큰 건물이 에센 박람회장입니다. 날씨가 꽤 쌀쌀했어요. 10월 말 기준, 한국보다 약간 더 추운듯합니다.

출처: https://www.spiel-messe.com/en/exhibitors/

특히 큰 회사들이 많은 3관이나 1관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2018년 신작이었던 저의 '레이어스'와 '매직폴드'도 시연중입니다.

보드게임뿐 아니라 재미있는 굿즈도 판매합니다.

행사 중 신기한 소식도 있었어요. 브루노 카탈라와 공동 작업한 '매직 폴드'가 페어플레이 차트에 들어간 거죠. 아쉽게도 마지막 날까지 차트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미팅룸에서 퍼블리셔를 기다립니다. 두근 두근..]

저는 퍼블리셔 미팅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10개 남짓 회사들에게 제 게임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미팅 시간은 보통 30분입니다. 저는 이 시간 동안 3~5개 정도의 게임을 피칭했죠.

미팅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아이디어를 좋아하며, 제가 보여준 모든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요청하는 회사도 있었어요. 반면에 아이디어를 전부 거절한 회사도 있었죠. 대부분은 거절을 더 많이 합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작가로서는 기운이 조금 빠지는 일이에요. 퍼블리셔의 반응에 따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ㅋㅋ

게임 아이디어 하나를 놓고도 퍼블리셔의 관점이나 반응이 정말 천차만별이었어요. 그래서 많은 퍼블리셔에게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중에 제 아이디어를 가장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아야 하는 거죠.

행사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갑자기 연락이 왔숩니다. 지난번 파리에서 뵈었던 '브루노 파이두티' 씨였죠. 한 퍼블리셔가 저희의 게임을 지금 당장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행사장에서 바로 계약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보통은 프로토타입을 가져가고 약 한 달 정도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거든요. 브루노가 어떤 마법을 부리신 걸까요? ㅋㅋㅋ

기쁜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계약 조건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선금(Advance royalty)이 높았어요

사실 당시에 생활비가 빠듯한 상황이었어요. 한국에서 모아온 돈은 이제 다 쓴 상태였죠. 프랑스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센 행사에서 계약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계약을 통해서 해결되었어요 :)

이번 에센 박람회에서는 저의 게임 2개 (매직폴드, 레이어스)가 출시되었고, 새로운 게임 아이디어들도 계약되었어요.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