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드게임 기행 0. 프랑스 칸 (Can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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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01:45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작가 고태윤입니다.

저는 2018년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프랑스 및 주변 나라들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에 놀러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행사나 게임 카페등을 다니며 있었던 몇가지 에피소드와 정보들을 공유해보려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2018년 2월, 저는 다른 한국 보드게임 업계분들과 같이 프랑스 칸 페스티벌에 참가했습니다. (첫 방문은 2018년 이지만, 설명을 돕기 위해 2019년 및 2020년의 사진들도 사용했습니다.)

https://goo.gl/maps/ppmXn7TzsJffdpuXA

칸(Cannes)은 프랑스 남부 해안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휴양지라는 느낌이 확 듭니다. 제가 방문했던 2월 말에는 아직 쌀쌀했어요.

숙소로 가는 골목 골목도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FestivalDesJeux.Cannes]

행사장인 "Palais des festival"입니다. 유명한 칸 영화제가 열리는 바로 그 곳입니다.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영화와 관련된 사진들이나 그림, 포스터들도 찾을 수 있어요.

[2019 As d'or]

프랑스판 올해의 게임상인 As d'or 역시 이곳에서 수상됩니다. 영화제와 같은 곳에서 수상이 이루어지는 만큼 스케일이 대단합니다. 시상에 앞서 간단한 레크레이션이나 뮤지컬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만큼 대부분의 프랑스 보드게임 관계자들이 참석합니다. 저는 칸에 처음 방문했던 2018년에는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지만, 다음해에는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프랑스 보드게임 산업의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후보작에 선정되면, 작가와 퍼블리셔가 나와서 소감을 이야기합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같은 작가로서 참 감동적인것 같아요.

본 행사는 다음 날 부터 시작됩니다. 아침부터 줄을 서서 들어갑니다. 메인 부스들은 지하 1층에 있고,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 북적 합니다.

[폴드잇을 찾아라!]

[보드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다스베이더가 씬스틸러에요ㅋㅋ]

[작가와 함께하는 시연 행사]

프랑스에서 가장 큰 행사중 하나이기 때문에 모든 프랑스 회사들이 참여합니다. 그 해에 프랑스에서 출시된 거의 모든 게임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영어는 잘 안 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같은 보드게이머에게 친절합니다ㅋㅋㅋ 부스에 가서 게임 해보고 싶다고 하면 잘 알려줍니다.

그리고 칸 페스티벌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OFF"행사였습니다!

[줄을 서서 OFF에 입장합니다. 추운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요..]

밤(제 기억으로는 9시)이 되면 행사장의 2층을 개방합니다. "OFF"라 불리는 프로토타입 행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은 보드게임 작가들의 프로토타입 시연을 위한 자리입니다. 100개 이상의 테이블에서 작가들의 게임을 시연합니다. 12시가 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매워서 후덥지근합니다ㅎㅎ 간의 매대에서 파는 맥주를 마시며 구경하다보면, 브루노 카탈라, 앙투완 보자와 같은 유명한 작가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도 아마추어 보드게임 작가들을 위한 행사들에 참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테이블 10개정도 놓고 하는 소규모 행사였죠. 그래서 프랑스의 작가풀에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

숙소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제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죠. 세상에 보드게임이 정말 많고, 대단한 작가들도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만약 프랑스에 살면서 저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교류한다면, 나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였습니다.

중학교때 보드게임 작가가 되겠다고 결정한 이후 항상 막막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어디에서도 (그리고 누구도) 보드게임 만들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거였죠. 작곡이나 회화와는 다르게, 보드게임 창작을 알려주는 대학은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출판하고 작가로 데뷔한 이후에도, 한편으로는 아쉬웠습니다. 내가 제대로 이 일을 하고 있는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죠.

보드게임 강국인 프랑스에 가면 이런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브루노 파이두티(시타델)나 로베르토 프라가(닥터 유레카, 캡틴 소나)와 같이 수십년간 커리어를 쌓아온 대작가들을 만나고, 옆에서 관찰하면 뭐라도 배울 수 있겠다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