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이야기: 이안 감독, 탕웨이, 양조위 주연 색, 계(2007)
0.
색,계(이하 색계)는 그 선정성에 작품성이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식민지 시대에 나라의 원수(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밀도있게 전개되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1.
필자가 마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색계인데,
다과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마작을 치는 모습이 (비록 식민통치자 집단의, 피식민지 계층의 고혈을 딛고 올라선 여유이지만)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2.
그 이후 마작을 공부하고 즐기게 되었고,
색계를 반복해서 보다보니,
막부인(탕웨이)과 친일파 이대장(양조위)의 처음 만남 부분의 마작 장면이 눈에 띄었다.
3.
물론,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에도,
막부인에게 눈이 간 이대장이 마작을 대충 설렁설청 쳐서 마작쪼랩 막부인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작룰을 알고 나니 이 부분을 조금 더 섬세하기 복기해보고 싶어졌다.
도데체 어떻게 된 플레이었을까?
4.
우선, 약속있다고 나가던 이대장이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었다며 집으로 돌아온다.
와이프가 마작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 것이고,
자기만 있으면 마작맴버 4명이 완성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당연히 (기대대로) 와이프는,
"님만 끼면 마작 4인플 가능요~ 한판 쳐요" 하고,
이대장은 못이긴듯 승락한다.
["그럴까?"]
위 장면의 양조위 얼굴을 보라.
저게 어딜봐서 '못이겨서 어쩔 수 없이' 마작 치는 사람의 표정인가?
입고리 찢어지겠구먼...
[막부인의 상가는 이대장.]
그렇게 마작이 시작되었다. 자리배치는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지만,
하필 또 막부인의 상가(주1)로 이대장이 앉았다.
막부인의 하가는 이대장 와이프, 대가는 이웃집 아줌마.
*주1: 상가=플레이어 기준 왼쪽에 앉은, 순서상 앞선 자. 하가=플레이어 기준 오른쪽에 앉은, 순서상 뒷선 자. 대가=맞은편 자.
[이대장이 버린 7만을 치.]
(사실 요 장면에서, 편집의 실수인지, 7만을 받는 장면보다 이미 7만을 받은 장면이 먼저 나온다.)
막부인 버림패에 만수패가 안보이는데,
이대장은 쿨하게 7만을 버린다.
물론 뭐 아직까지 크게 위험하다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거나, 막부인은 7만을 치(주2)로 울고 동을 버린다.
*주2: 치=상가의 버림패를 받아 슌쯔(연숙된 수패)로 완성.
["7통"]
그 다음 이대장은 7통을 버린다. 이때!
[막부인과 와이프가 각각 치, 펑]
막부인과 와이프가 각각 치, 펑(주3)을 발성.
당연히 와이프의 '펑'이 유효타가 되었다.
*주3: 펑=아무나 버린 패를 받아 커쯔(같은 패 3개)로 완성.
[이대장, 7통 다시 버림]
도데체 손패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대장은 7통을 다시 버린다.
아까 막부인이 7통에 대한 치를 시도했다는 것을 뻔히 알텐데 말이다.
[막부인, 대가 아줌마 눈치를 본다.]
마작쪼랩 막부인도,
이게 일반적 상황은 아님을 인지한다.
대가 아줌마 눈치를 슬쩍 본다.
이대장이 혹시 밀어주고 있다고 생각할지....
[대가 아줌마, 이상한 낌새를 차린다. '7통을 또 버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불륜은 대체로 불륜 배우자/애인보다 주변 사람이 먼저 눈치를 챈다. 아마도, 배우자/애인은 상대를 믿고싶은 욕구가 있어서일꺼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와이프보다 대가 아줌마의 눈매가 더 매섭다.
'이거 머하잔 플레이지? 니들 둘, 뭔짓이여?'
[막부인 현재까지 버림패.]
어쨌거나,
이미 자기가 7통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다 공개된 상태이니,
막부인, 7통을 치로 받는다.
현재까지 막부인,
버림패 {남,중,발,9삭,1통,발,서,백,동,9통},
대기패 {6삭, 7삭, 8삭, 8삭}
울어 먹은패는
{6,7,8만} -이대장이 7만 버림,
{6,7,8통} -이대장이 7통 버림,
{8,8,8통} -와이프가 8통 버림,
상태이다.
중국마작이라, 무슨 역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치마작이라면, 탕야오에 5삭, 8삭 대기.
근데 타가가 버림패만 보면 만수패도 가능성이 있어 보일 것이다.
버림패에 만수패가 하나도 없고, 자패를 왕창 버려놨으니.
리치마작에서 이건 백퍼 탕야오(주4) 대기.
주4: 탕야오=중장패(수패 중 2~8패)로만 구성할 때 성립되는 역.
(생각해보면, 패를 버린 모습이나 사용된 패의 종류 등을 봤을 때 일본 마작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이 집안이 일본 앞잡이들이기도 하고... 1940년대라면 일본 마작에 아직 리치도, 후리텐도 없을 시기이다. 쿠이탕(주5)은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5: 쿠이탕=울었을 때, 탕야오가 역으로 성립되는 룰.
[이대장, 만수패를 던진다. "6만"]
이대장은 만수패를 던진다.
세 번을 울고, 만수패를 하나도 안버린 하가를 두고 만수패를 던지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티나 보인다 싶었는지,
요 다음 장면에서 과자를 먹으며 딴짓을 한다.
[막부인, 쯔모! 아마도 5삭을 건져 올린듯.]
물론 막부인의 대기패는 만수패는 아니었다.
하지만, 쯔모로 5삭을 건져올린다.
[대가 아줌마, 수상함을 느끼고 비매너 플레이. 이대장의 손패를 깐다.]
막부인의 대가 아줌마는,
'니 손패가 도대체 뭔데 이 상황에서 만수패를 던져?'
하는 마음으로 이대장의 손패를 깐다.
비매너 플레이지만,
마작 매너라면 이미 몸에 베었을 상류층 아줌마가 비매너 플레이를 할 정도로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
이대장 손패 {만수패5개, 2삭,2삭,3삭,4삭, 5통, ?, 4통, 3통}
만수패가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극 흐름상 2삭이나 ?를 버리고 만수패를 대기해야 하는 상황 같다.
코믹스/애니 사키(saki)의 하라무라 노도카라면,,,
[ 일부러 그러셨나요? ]
인터미들 챔피언 하라무라 노도카라면,
이대장의 저런 봐주기, 밀어주기 행위에 분노하며 반발했겠지.
하지만, 막부인은 마작쪼랩 아닌가?
화료(오름, 남) 하나 하나가 신비롭고 귀한 새싹이지 않은가.
눈치도 없이 하하호호 즐거워하며 씬을 종료한다.
5.
사랑은 보드게임, 아니 마작을 타고 흐른다고 했던가.
이렇게 팔불출처럼 다 퍼다준 이대장과,
그걸 또 눈치없이 다 받아 먹은 막부인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