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작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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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19:09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언더월드 도색 역사상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애증의 모델 갤랑한의 작업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갤랑한은(오른쪽 뒤 계왕신 머리를 한 녀석) 숲의 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일싸리의 가디언에서 탱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일 모델 안에서 나무결 부분, 상반신의 피부 부분, 무기 부분, 오른쪽 새 정령 부분 등 여러 특성이 혼재되어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는 친구입니다. 일단 흰색 프라이밍과 베이싱 후 가장 어려운 부분인 무기를 먼저 칠해주기로 합니다.

<실패한 무기 전면 작업>

그림을 보고 칠한다고 했는데, 중간 색을 잘 못잡아서 색이 너무 급격히 변하고 빛의 각도도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보면 잘 티가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뒷면을 보시면 티가 확연히 드러나게 됩니다.

<후면은 성공적>

전면보다 더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이 들어갔고, 음영도 과하지 않아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역시 뒷면에서 연습을 한 후에 앞면을 칠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해보지만 일단 들인 시간이 아까워 넘어가기로 합니다.

<상체 작업>

다음은 초록 피부 작업으로 넘어갑니다. GW 도료 기준 기본 베이스 색인 Gauss Blaster Green을 기준으로 어두운 부분은 Incubi Darkness, Kabalite Green, Sybarite Green 순으로 명도를 올리고 밝은 부분은 White Scar와 조색 비율을 달리해가며 명도를 올렸습니다. 다음은 나무결을 살릴 차례입니다.

<가랑이 사이의 보릿자루? 돗자리? 패턴을 열심히 칠했습니다.>

나무결은 사실 저 위에 점 하일라이팅을 더 해줘야 하지만, 나무가 뾰족뾰족해서 작업 중 손에 닿아서 벗겨지기 때문에, 포인트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단계로 미루기로 합니다. 고간의 보릿자루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 작례에서 은은한 초록빛이 도는 독특한 색이라 흉내낸다고 은근히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나뭇가지 작업 중>

머리 위에 이고 있는 힐링 암포라의 보라색 음영을 넣기 위해 일단 드루이치 바이올릿으로 쉐이딩을 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라색 쉐이드를 넣고 보니 딜도같이 보여서 재빨리 가려줍니다.

<거의 완성된 모습>

힐링 암포라는 우샤브티 본에 이어 스크리밍 스컬로 명도를 올려주고, 나뭇가지의 꽃을 칠해줍니다. 작례의 꽃이 너무 칙칙한 색이라 꽃을 어떻게 칠해줄지 고민하다 벚꽃처럼 칠해주려 했으나, 꽃의 크기 때문인지 무궁화 같은 느낌을 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란 벌레인지 새인지를 칠해준 후 우샤브티 본으로 나무결의 포인트 하일라이팅으로 완성해줍니다. 그런데 막상 완성이 되니 처음에 칠했던 무기 부분이 영 눈에 밟혀 전면부를 다시 칠해주기로 합니다.

<드디어 완성입니다.>

실수를 의식하고 다시 칠한 결과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결이 나왔습니다. 일싸리의 가디언의 멤버 넷 모두 시간을 꽤 쓰긴 했으나, 마지막으로 칠한 이 녀석은 정말 시간을 오래 잡아먹었는지라 기념으로 작업기를 한번 올려봤습니다. 칠하고 나니 한동안은 붓을 잡기가 싫어지더라구요. 현재는 스페이스 마린 터미네이터를 도색 중인데, 이 녀석들을 칠하다 마린을 칠하니 작업이 너무 단순하고 수월해서 속이 다 시원하네요.

이렇게 열심히 칠한 모델이건만 어제 게임에서는 네 명 중 처음으로 리타이어하며 깊은 한숨을 제게 안겨줬습니다. 역시 애증의 갤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