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과 소통
얼마 전에 에이언즈 엔드 공지메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들어간 걸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그동안 업데이트가 안 와서요.
저는 킥스타터를 아주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지만(특히 최근들어)
그래도 몇년간 50개쯤 들어갔습니다. 어떤 건 빨리 오고 어떤 건 지연이 생기는데 솔직히 예정보다 늦게 오는 케이스가 훠어얼씬 더 많습니다.
다들 그러잖아요. 펀딩 들어간건 잊고 있으면 어느날 짠 하고 선물같이 온다고.
그런데 지연은 익스큐즈해도 익스큐즈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서양문화권 사람들이(판매자든 구매자든) 대체로 느긋합니다. 배송 좀 늦어진다 뭐 이런걸로는 반응도 안 해요. 오타 오역 누락 손상 다 좀 쿨합니다.
어 미안한데 나 이거 안왔네. 어 번거롭게해서 미안해 보내줄게. 우리 제작과정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겨서 다시 만들어야 해. 정말 미안한데 한 한달 늦어지겠어. 응 힘내! 뭐 이런 식이죠.
근데 이 사람들이 킥스타터 페이지에서 분노모드 켜는게 하나 있으니.. 연락두절입니다.
지금 못받고 있는 것 중에 제일 많이 밀린게 Siege of the citadel이라고 2016년 9월에 펀딩 시작한 제품이 있는데, 원래 2017년 말에 받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무려 2년 지연된거죠? 한국회사였으면 아마 난리법석에 환불소송 났을겁니다.
근데 여기가 3년동안 업데이트를 몇번 했냐면 펀딩기간 포함해서 총 133회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커멘트 섹션 보면 아 물론 인간적으로 2년 지연은 심하니까 커멘트 섹션 보면 야 이거 아직 만들고 있었냐? 나 까먹었네. 오자마자 팔아버릴거임 이러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래도 큰 사달 없이 제작팀이랑 유저들이 이런저런 의견교환과 답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274643038/siege-of-the-citadel-2nd-edition-techno-fantasy-bo/comments)
이게 다 펀딩에서 소통이 갖는 의미인거죠.
133회면 거의 주당 1회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제작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물어보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알려주면 구매자들 불만이 훨씬 줄어듭니다.
아 물론 2년 넘으면 사이트가 터질 거라는건 장담합니다만 완전 신작 아니고 언어판 제작이면 그럴 일은 없잖아요.
소통 과정에서 잘 모르는 '신입'이 잘못된 댓글을 달았다(빵 터졌습니다. 회사가 댈 수 있는 핑계 중에 제일 안 좋은 축에 드는 핑계네요.)? 애당초 그러기 전에 상황을 제대로 취합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 주셨어야죠.
솔직히 펀딩 지연 아무 느낌없고(에이언즈 엔드 몇달 기다리는 정도면 솔직히 양호합니다. 정리된 거 보니 일정 맞춘게 50%던데 그정도면 제 예상보다 더 잘 맞추는거네요. 재생산에 가까운 프로젝트인 거 감안 해도 펀딩해보면 생산 과정에서 지연 안 생기는 프로젝트가 드뭅니다.) 더 늦어져도 할 게임들 쌓였는데 상관 없는데요.
선주문/펀딩 형태로 제품 기획하고 판매할거면 거기에 맞춰서 업데이트도 주기적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그냥 돈받고 보내주는 판매라면 제품의 퀄리티만(이것도 게임 안해보고 번역한 티 나는 오역은 좀-_-) 맞추면 되지만, 캠페인 페이지에 업데이트 기능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상황을 전달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을 포함해서가 판매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선주문 진행주체로써 ALG에 대한 신뢰는 계속 떨어지기만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