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포션폭발을, 드디어 저희 가족도 처음으로 플레이해봤어요.
보드게임 행사 때마다 늘 눈에 띄던 게임이었지만,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 많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전, 딸아이와 비보드게이머인 와이프도 함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구매하게 됐어요.
세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고, 룰북도 10분은 읽어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해보니 세팅과 룰 설명까지 단 5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그 점이 가장 놀라웠어요.
그런데 설명을 시작하자, 딸아이는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서 설명을 잘 듣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더라고요. "이해됐어? 무슨 생각해?" 살짝 짜증 섞인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응. 다 이해했어. 물약 마시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외우고 있었어.”
아이고… 저는 아직도 딸아이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보드게임을 하면서 또 한 번, 부족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저 같은 실수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날은 딸아이와 둘이 한 판, 그리고 엄마까지 함께 셋이서 한 판, 총 두 판을 즐겼어요. 딸아이는 무척 좋아했고, 와이프도 꽤 즐겁게 플레이했어요. 비보드게이머인 와이프가 “괜찮네~”라고 하면, 사실상 ‘이거 다음에도 하자’는 의미거든요.
저는요… 꽤 괜찮았어요! 그런데 가족이 더 좋아하니까, 왠지 저도 더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게임을 정리하면서 딸아이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빠, 포션 폭발은 쾌감이 있어. 구슬 가져올 때 잘 계획하면 여러 개 쫙쫙 들어오는 게 진짜 재미있더라.”
와이프는 “짧게 끝나서 좋았어.”라고 했는데요, 이건 아주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다음에도 한 판 더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오랜만에 세 식구가 함께 보드게임을 하니 참 좋았어요. 저희 거실에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참고로, 밀리 메모리에서 압도적인 1등을 했던 와이프가 이번엔 포션 폭발에서 압도적인 꼴등을 했다는 것도 작지만 웃긴 추억이 되었네요.
요즘은 메커니즘이나 작가, 리플레이성 같은 요소보다 그저 가족과 함께 즐겼고, 방출하지 않고 남은 게임이 저희 집에선 진짜 ‘갓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저희집에서는 포션폭발은 갓겜 영역에 머물러 있을 것 같아요.
다들 보드게임으로 따뜻하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