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내밀한 어떤 즐거움
2019 비콘에서 [알카즈네]를 소개합니다.
반으로 쪼개진 바둑판에 이 빠진 바둑돌을 이리저리 흩뜨리며 혼자서 그 서늘한 촉감을 즐기던 어떤 날들을 이따금 생각합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보드게임이라는 즐거움의 시작이고, 기억 속에서 그날들은 늘 가을 같아요. 마침 초가을이로군요. 목성의독서가라고 합니다. 처음 인사드려요.
그날들 이후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과 플레이하는 즐거움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오래도록 고민하던 중, 보드라이프에서 2019 비콘에 대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간 손수 만들어 주변 사람들하고만 즐기며 다듬어 나가던 게임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 기회에 그중 하나를 보다 많은 게이머들에게 소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더 나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상상되지 않은 작품들의 아이디어까지 생명을 얻게 될지도 모르고요.
먼저 소개하는 작품은 “알카즈네Al-Khazneh”라는 제목의 간단한 카드드래프팅 + 세트컬렉션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게임이었는데, 여러 번 플레이를 거치고 의견을 수렴하며 뚝딱뚝딱 고쳐 나가다 보니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네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지혜를 보태 주신다면 좀 더 완성된 형태의 결과물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간단한 게임 설명도 아래에 덧붙입니다.
비콘은 오는 9월 28일에 개최됩니다. 만드는 즐거움과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쩌면 다른 게이머들 역시 그곳에서 보드게임이라는 즐거움의 오래전 시작을 떠올려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무엇보다도, 마치 시작처럼 설레는 마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