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행사장에서 여자에게 말 걸었던 이야기 (2)
뜻 밖에 어느 분이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셔서..
조금 더 글을 적어볼께요.
친구는 그녀가 떠나버리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아무 갈피도 못잡고 주변을 조금 서성거렸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처음 보는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말을 거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멘탈적인 부분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멘붕, 망신, 창피, 이불킥, 부끄러움, 자존감 훼손, 쪽팔림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시면 될꺼예요.
사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저런 가슴 아픈 경험을 겪을 일이 없죠.
(인간은 어떤 종류의 거절, 거부를 당할 때마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더군요)
그러니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모험을 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것을 선택하죠.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 값진 것들이 있어요.
라는 말들에 쉽게 현혹되기 쉽지만.. 사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해 타고난 성향이라고 정리하면 가장 쉬운 표현일꺼예요.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강렬한 동기부여가 없는 한.
그런 생각들로 마음을 정리하고, 지하철역에 딸려있는 지하주차장으로 아무 기운없이 넋이 나간 채로
걸어내려가, 세워둔 차 안으로 기어 들어가 운전석에 앉아, 좌석을 뒤로 눕히고
조용한 그곳에서 조금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피곤이 밀려왔다고 하네요 친구가.
그래서 20분 정도 잠을 자고나니 조금 개운해져, 정신을 차리고,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을 했다고 해요.
그대로 돌아가긴 싫었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장소는 잠원 쪽 한강공원에서 행복하고 활기찬 사람들을
구경하며 집으로 돌아가거나, 국전에 둘러보는 일이었죠.
그러다 그냥 집으로 향했는데, 언덕대로를 넘으니 코엑스에 사람들이 매우 붐비는 것이 보여
어벤져스2를 찍었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코엑스에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만나 구경을 갔죠.
의외로 포켓몬을 잡는 사람들이 많았고, 건물 안에는 패션쇼, 디자인 또는 일러스트 아티스트들의 핸드메이드 제품판매 행사,
이름모를 아이돌 행사, 여러 줄이 참 길었던 인기 푸드트럭들, 맥주축제..
외국인들도 보이더군요. 다들 행복해보였습니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지나치면서, 어떤 사람들을 보고, 그 현상을 조금 바라보았습니다.
남자 화장실에는 눈높이 선반에 작고 예쁜 꽃 화분이 어딘가 단아하고, 예뻐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조금 사람과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져, 오랫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한 통 걸었다고 합니다.
"지금 여기 코엑스에 와 있어. 사람들이 정말 많아.
그냥 구경하고 있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혼자 와 있거든."
다시 친구와 기약없는 만남의 약속하고, 전화를 끊은 후,
보기만 해도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한 잔 사먹을까 하다가, 기다리는 등의 일이 귀찮아 관뒀습니다.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 어벤져스2 주자창으로 걸었습니다.
왠지 다리가 불편했는데, 겨우 차로 돌아와 창문을 모두 열고, 다시 운전석 시트를 뒤로 넘긴 후,
신발을 벗고 음악을 틀고, 그제서야 편하게 쉴 수 있었다고 하네요.
주차장 옆으로 천을 따라 내려가는 트랙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몇 명 보다가,
천 건너편으로 잠실운동장과 그 도로변의 오래된 플라타너스들의 운치를 바라보다가,
다시 신발을 신고, 시트를 올리고, 차를 몰고, 그 길고 넓은 주차장을 조금 헤매다
빠져나와, 차를 달려 집으로 향했죠.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쪽으로 향하는데,
마침 해는 기울어 아련한 빛으로 물든 도시는 그렇게 불타고 있었고,
차 안은 친구를 위로해주는 곡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drive ost (2011), night call
drive ost (2011), Under Your Spell
drive ost (2011), a real hero
drive ost (2011), oh my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