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에 막 눈을 떴을 땐 카드를 열심히 긁으며 게임을 사모으느라 바빴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 !!! 하고 깨닳음을 얻으며 취미에 대한 초연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요즘엔 거의 구매도 하지 않고, 플텍도 안씌우며, 그냥 가지고 있는 게임을 즐깁니다.
그렇다보니 일단 질렀는데 정작 하질 못하는 친구를 보면 제 옛 생각이 나며,
"못할거면 왜 샀어? 질렀으면 해야지! 내가 같이 해줄게!" 하며 도와주곤 하는데요.
오늘은 그런 날 중 하나였습니다.
첫 게임은 투매니본즈. 가격을 듣고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다들 지갑에 상당한 무리가 가고 있다곤 생각했지만, 보드게임 물가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올랐네요.
일단 친구의 룰 설명 고통을 덜어주고자 지난 밤 영문판 룰북을 미리 살펴보고 갔지만... 예시 그림이 인색 할 정도로 적어서 이해하는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실물을 보니까 게임의 흐름이 훨씬 더 잘 와닿네요.
게임의 흐름은 꽤 간단합니다.
이벤트 카드 뽑기 -> 반응 양자택일 -> 선택에 따라 전투 발생 -> 스킬창고에 박힌 주사위를 사용하며 전투 -> 이기면 보상 받고 휴식 행동 중 택일 -> 다음 이벤트 카드 뽑기 -> 반복하다 보스전.
이걸 반복하는게 전부인데... 게임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보드게임은 문해력 싸움이구나. (가끔씩 음? 뭐라고? 이 규칙이 맞아? 내가 이해한게 맞아? 하며 같은 문장을 서너번 봐야 할 때가....)
2. TRPG 마스터 경험자에게 게임 속 상태이상이 복잡하다고 겁주지 마라. (마법사, 소서러, 드루이드, 도둑, 클레릭 등이 힘을 합쳐 대여섯개의 상태이상을 중첩으로 거는 D&D류 게임을 마스터링 짬밥을 무시마라!)
3. 어지간히 서양 일러스트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기어록처럼 정이 안가게 생긴 애들은 처음이구나.
4. 가격이 높은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게임에 필수로 있어야 하는 콤포넌트는 얼마나 되려나?
5. 그래도 게임은 꽤 재밌다. 특히 전투 장소가 비좁아서 묘수풀이 느낌이 좋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보이더라구요. 이건 나중에 한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안해보신 분들은 한번쯤 해보세요.
카이사르!
이건 설명을 듣자마자 '내 스타일이 아니다' 라고 바로 알았습니다. 영향력 게임에서 막타가 중요하단건 알고 있지만... 이 게임은 설명을 듣자마자 그 요소가 바로 부각 되었거든요.
혹시 공책에다가 마구마구 점을 찍은 뒤 이런식으로 번갈아가며 선을 찍찍 긋다가 네모(혹은 세모)를 먼저 만들면 내 땅으로 만드는 게임, 해보셨나요?
카이사르는 그 게임을 좀 더 확장시킨 버전 같았어요.
이런 게임을 한번도 안해봤다면 마음 쫄려하며 몰입해서 했겠지만,
미안합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최소 수백번은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선긋기 게임을 주구장창 해온 저로썬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게임이었어요.
정말로 너무 무미건조한 느낌...
차라리 초등학교 때 즐기던 게임은 철저하게 수 읽기 싸움이라도 하며
어디에 선을 그을지 내가 선택 할 수 있는데...
다른 영향력 게임은 독특한 시스템이 많이 섞여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은데 ...
이 게임은 그 변주의 폭도 좁은데다 제게 주어진 소량의 타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서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같이 할래?" 라고 물으면 "미안해, 오늘은 좀 바쁠거 같아" 라고 대답하고 싶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더 해보면 게임의 매력을 분명 느끼긴 하겠지만... 으으으으음...
도르프로만틱이라는 게임입니다.
오늘은 박스를 열자마자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는 느낌이 팍! 드는 게임이 있었는데, 카이사르!와 더불어 도르프로만틱이 그랬어요.
"그거 알아요? 냄새를 한번 맡자마자 배가 부른 음식... 이 게임이 그러네요." 라고 평했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이 게임은 굉장히 괜찮았어요.
그저 하는 것이라곤 팀원과 함께 가장 높은 점수 및 업적을 뚫기 위해 타일을 놓아가는게 전부인데,
그 과정이 슴슴- 하면서도 뭔가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하면서 '이건 가족이 함께 모여서 서로 도우며 할 수 있는 참 좋은 게임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성인 둘이 앉아서 했기 때문에 "이거 누가 놨어? 아니 뭐 타일을 이따구로 놔서 점수 못먹게 하나 ㅡㅡ" 하며 서로를 힐난하긴 했지만요.
일러스트가 미묘-하게 좋은 듯 안좋은 듯 해서 어리둥절 했는데, 원작인 PC게임을 살펴보니 그 타일의 바이브가 고스란히 녹아든 의도적인 디자인이네요.
라마나타님의 "저염건강병원식" 이란 평을 보고 공감이 되어 크게 웃었지만, 저는 같은 한줄평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복잡한 수읽기 및 다양한 변수가 창출되는 게임이어야 파고들 여지가 많은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지만,
오히려 간단한 규칙에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니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가 확실하게 보여서 집중하기 좋더라구요.
다른 게임을 더 해주고 싶었지만 준비한 게임이 없다길래 제가 게임을 알려주는걸로 노선 변경!
이건 That time you killed me (네가 나를 죽였을 때) 라는 게임이예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상대방을 죽이는 추상전략 게임입니다.
과거에서의 행동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준다던가, 미래의 내가 과거로 오며 자기 자신이 복제 된다던가 하는 신기한 아이디어가 가득 녹아있습니다.
게임 내에 여러 모듈이 들어있어 점점 복잡해지는 것도 특징이예요.
언제였더라... 약 2년 전쯤에 이 게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룰북을 보고 거의 "1년" 가까이 고민하다가 중고로 들였어요.
충분한 숙고를 하고 구입해서 그런지 역시 취향에도 잘 맞고 다른 추상전략 게임와 느낌이 아주 달라서 마음에 듭니다.
이 게임은 제가 가져갔던건데, 제가 카이사르!를 하면서 보였던 반응을 제 친구가 보여주더군요.
취향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면 이런 점이 재밌는거 같아요.
요건 하베스트라는 게임인데요. TMG 라는 회사에서 만든 작품인데, 간단한 일꾼놓기 + 턴오더 드래프팅 + 다양한 종족을 잘 버무려 만든 정말 좋은 작품이예요.
특히 인원이 많을수록 턴오더 드래프팅 + 많아지는 액션칸 수 때문에 더 재밌습니다.
제가 착각한게 아니라면 동일한 제목으로 완전 성형수술(!)을 거쳐 재판된 것으로 들었는데요... 이게 어떻게 같은 게임이야? 할 정도로 크게 달라져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보고 또 한번 놀랐구요.
투박하고 쌈마이한 일러스트도 나름 웃겼지만 3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준수한 재미를 뽑아내던 게임이었는데...
엄청난 가격 + 눈이 부신 개조를 보고나니 오히려 저는 이 쌈마이한 느낌에 더 애착이 가네요 ㅋㅋ
한 때는 '그냥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다시 해보니 역시 재밌어서 영원히 소장하기로 확정!
마지막은 카후나를 알려줬어요.
하다보면 야이씨 -_-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거친 영향력 게임이니 매우x100 전투적인 게임을 좋아하시는 친구/커플은 이 게임 한번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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