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계속
승소했지만, 상대측 이의신청이란게 또 있더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그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재판이란 참 어렵습니다.
다시 돈을 모아 변호사비를 냈는데, 이제는 이 돈이 그렇게 아깝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무뎌진 탓도 있겠지만, 워낙 나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3개월마다 새로운 재판을 해왔는데,
제 몫의 변호사비는 어쩌면 이 상황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위한 작은 유흥비가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월로 따지면, 취미생활을 위해 쓰는 돈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보드게임 한참 구입했을 때보다 싸게 먹히네요.
이제 이 일을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상대측이 제출한 이번 준비서면을 읽어보니, 여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교묘한 속임수로 저희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이에 저희측 변호사가 대응한 준비서면을 읽어보니, 그 모든 것이 치유가 되고도 남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간단명료하고 가볍게 상대를 쳐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재판이 이쯤되면 이 변호사도 힘을 빼고, 덜 신경쓸 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아니였습니다.
비용이 들긴 했지만 오히려 힘이 되고, 신뢰가 더 높아졌습니다.
참 기쁜 일입니다..
한편 재판이란 나름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지면 상대방의 소송비용의 일부를 물어줘야하는 등 도박 같기도 하고
상대방의 수를 파고들어 무너트리고 (특히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들을 역으로 이용하는데,
저도 조금 배워 그런 것들을 발견해 변호사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실제 변호사가 그것을 법원에 어필해, 재판에 요긴하게 써먹은 바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써 먹고 있고요)
여튼 묘미가 있습니다. 스위치로 역전재판 시리즈를 제대로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그렇게 어떻게 하루하루가 가는지도 모른채, 다시 어둠 속 침대 위 배게 안고 누웠는데
그냥 글이 쓰고 싶었어요. 나는 지금 무얼하나, 뭔가 놓치고 있는 것도 있을텐데..
아니 많을텐데..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어쩌면 생에 있어 무엇보다 값지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놓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해야될 일이 있는데 싶은 생각이 문득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다 빠져든 생각은, 나의 근원에 있는 그것.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그 아름다운 것들은 지금도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 고고히 유영하고 있을텐데.. 그리고 난 그것을 쫓아야만 하는데..
그것은 나의 과업이자, 사명, 피할 수 없는 숙명.
아마 아무 것도 붙잡을 수 없겠지만, 천천히 인스타그램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차박차박.
보드게임에 빠지신 분들도 그 안에서 하루하루 어떻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계시겠죠.
배고프네요. 이제 그만 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