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면 뭐하세요?
슬퍼서 좋아하는 곡. 애처로운 멜로디와 특히 마지막의
아무래도 건전하게 사람들 집으로 불러모아 보드게임 하시겠죠?
어릴 땐 집 비면 어떻게든 이성을 불러들여 놀았던 것 같아요.
아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집이 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흔치 않은 매우 특별한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빈 집에서 이성과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는건 매우 각별한 경험입니다.
그것에는 어떤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제가 생을 다한 마지막 순간에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멋진 기억들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오히려 왜 좀 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느냐, 못하였느냐 그런 후회가 남을만한 일일 뿐이죠.
지금은 그저 맥주 한병 반 비우고, 배부르고 피곤해
기억의 잔재를 쫓고, 마음의 결을 따라 유튜브를 뒤져
목놓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전부군요.
그래도 서른 전후로, 지독히 외로워했던 토요일 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이건.
그런 생각도 듭니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왠지 요즘엔 예전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것 같아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세상에 무참히 쏟아지는 일억톤의 빗방울을 느끼며
세상 아무도 모르게, 마음껏 목놓아 노래를 부르고
그것으로 위로 받을 수 있을텐데요.
Perfidia와 함께 아비정전의 밤 속에서
뱃 속은 맥주와 함께 뒤섞여 채워진 과자의 미식거림.
지금 다시 그런 노래를 찾아들어겠어요.
일억톤의 비 같은 노래를.
보이는 건 손가락 사이를 따라서 떨어지는 비
길 저편에 우뚝 선 타워
얼마 안있어 하늘에 닿겠지
나의 마음 그 무엇 하나
전할 방도가 없는데도
이 비에 내 마음이 조금 씻긴다면
구원을 받을 때가 있을까
지금은 귀를 귀울일 뿐
불꽃과 비의 울림에
나의 마음 그 무엇 하나
전할 방도가 없는데도
2000톤의 비가 내리면
난 오늘도 외톨이
2천톤의 비가 내리면
나는 오늘도 외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