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유쾌한 보드게임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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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00:41

본의 아니게 (다분히 의도적인) 자랑글을 올리고나서 문의 주신 분도 계시고, 노하우는 아니지만

제가 부모님을 보드에 입문 시킨 일화를 소개하여 저와 같은 보드게임 가정이 늘길 기원하며 몇 자 적어봅니다.

자게글을 보면 굉장히 호기롭게 유도하여 카드->보드로 넘어간 것처럼 썼지만.. 사실 철벽녀이신 어머니는

본인이 한 번 No라고 외친 건 극렬히 거부하는 옹고집 여사라 회유하느라 엄청 힘들었습니다..ㅜ_ㅜ

친구들과 가지고 놀려고 구비한 카드게임들을 들이대니 콧방귀 끼며 쳐다도 안 봐주고, 싫어 싫어 싫단 말야!

(정말로 저리하셨습니다..) 몇 개월을 거부... 그러다 기분 좋은 틈을 타 따악~ 한 번만 돌려보자고 꺼낸 것이

랫어탯캣! 이었지요~ 카드 4장, 가장 낮은 수로 만들기. 이보다 쉬울 수 있을까요. 그나마 저희 가정에 희망이

있었던 건 명절에 고스톱이나 윷놀이를 즐겼다는 것입니다. 고난이도의 고스톱도 보드게임이니까요!

한 번 해보신 어머니는 흐..흥! 나름 괜찮네? (츤츤) <-거짓말 같죠? 진짜 이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하기 싫다고 내뺐던 게 부끄러웠던건지 재밌다고 인정은 안 하시고, 얼굴은 이미 좋아하는 표정이고~

역시나 랫어탯캣은 너무 단순했지요- 다음으로 한 게 페이즈10 이것도 한 3판 하더니 싫증 내시더군요~

그리고 비싸다고 꿍얼거렸던 갱오브포.. 이것이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갱포를 너무 좋아하셨어요!

이어서 돌린 아키올로지와 켈티스 카드게임 또한 매우 사랑을 받았습니다. 보난자는 참 좋아하셨지만

역시 퍼다주는 3인플의 한계로 (아버지의 만류로) 그만두었구요. 저는 이때 착각했습니다. 그래 이쯤이면

보드도 통하겠지!! 저의 넘치는 자신감은 중고로 카탄을 구매하기에 이르렀고, 마침 입고된 딕싯도 질렀지요~

그런데 보드는 절대.. 절대 안해주시는 거에요.. (시무룩) 너무 장난감 같고, 유치하게 그런 걸 어떻게 하냐며

필사적으로 거부거부거부... (김여사 이때 조금 미웠어요~) 그래도 제가 너무 슬퍼하니까 어머니가 한 판

해주셨는데 아버지가 또 매우 격하게 거부....ㅜㅜㅜㅜ 그래서 바로 방출하였고,

딕싯 마저 친구들에게 암울한 반응을 얻고 방출.... 보드에 흥미가 붙을라했던 제 마음이 식어버리고

그렇게 4년이 지났습니다.

가끔 그리워서 친구들과 보드카페에 가서 가벼운 파티게임은 했어요. 블러프나 코요테 같은-

그래도 입문할 줄은 몰랐는데... 올해 1월 지인에게 카탄을 받았지요. 본인이 선물 받은 건데 할 줄도 모르고

안 할 거라고 제게 주었는데.. 박스는 버리고 내용물만 덜렁 비닐에 넣어서 주었지요. (아니 박스를 왜 버려..)

친구들과는 2달에 한 번 생일모임으로 만나지만 늘 카페->밥->가끔 술로 끝나서 게임을 할 수도 없고...

제겐 같이해줄 파트너가 오로지 부모님 뿐이었습니다. (왜 나는 외동딸인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극구 사양하는 부모님께 딱 한 번만 하자고 빌었어요. (나 이렇게 비는 사람 아니라고~

도도한 신여성이라고!!) 다행스럽게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한 카탄이 지금의 길을 열어주었어요!

역시 명작입니다! 그러나 저는 극악의 운을 경험하고선 지금은 잘 안돌리는 비운의 게임이 되었네요..

그 이후로 자게에 쓴 글대로 몰래 몰래 가격 속여가면서 보드를 지르다가, 조금씩 쉬운 게임들로 들이밀어

인정을 받고 성공을 하여 지금은 중급보드게이머 가족에 이르렀는데.... 팁이라면서 잡소리가 길었지요.

1. 시작은 느슨하게~

모든 가정이 다 통하는 건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고스톱을 즐긴 가정이라면 간단한 카드게임은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시작은 카드 게임부터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보드라면 루미큐브죠! 카탄도 좋지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가족게임에 있어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게임은 루미큐브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도 좋아하고!

처음부터 어려운 건 노노해~ 내게는 너무 쉽고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초심자들에겐 어렵고 낯설을 수 있어요.

내가 좋다고해서 들이대는 건 통하지 않죠~ 성향 파악이 안 되었다면 처음은 진리의 루미큐브!!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는 게 좋습니다. 루미큐브 통했다고해서 바로 아콜이나 푸코 할 수 없는 거죠~

물론 가능한 사람도 많겠지만 제 기준은 어디까지 보드에 관심이 없는 부모님 또는 가족들이니까요.

쉬운 타일 놓다가 갑자기 어려운 거 하자하면 골치 아파하고 기피하게 됩니다.

천천히 난이도를 올리다보면 조만간 부유한 농장을 소유하는 가족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2. 룰 설명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다 그렇진 않겠지만 저희 부모님을 기준으로 삼아보면 룰설명 듣는 걸 매우 싫어하세요~

저희 집은 어느 게임이건 오면 일단 합니다. 설명 그런 거 없어요. 세팅하고 바로 돌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도착하기 전에 룰북과 동영상을 미리 보고 공부해요~ 버벅이지 않고 최대한 에러플 없이 하려고요!)

무슨 게임이든 오픈하고 합니다. 나눠준 카드도 다 보여주고, 저 혼자 3인플 하듯이 합니다. 그렇게 한 판 하고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