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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겜모임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의 지인모임 후기

2,109 조회

2024.01.15 02:50

주의) 개인사 잡설많음!!!

보드게임 모임에 가입하고 싶은데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서 가입은 못 하고

혼자 게임을 사서 보드게이머가 아닌 지인들을 불러다 모임하기를 2년

그러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은 많이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힘든 고웨이트 게임, 화제가 되는 게임은 하지 못하는 비운의 보드게이머...!

보드게임 모임을 못 들어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그건 바로

저는 심각한 모임장 체질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도하거나 리더가 되는 스타일이라서 동아리 회장이나 게임 길드장이나 동호회장이나 그런 것만 하는 타입이라 약간 일반멤버가 적성에 맞지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극히 낯가림이 심하거든요(?)

어떻게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리더체질일수가 있어? 싶으시겠지만

낯가림이 이상하게 극복되는 상황이, 내가 리더일 때뿐이라 그래야되나

직업이 강사인데, 선생님으로서 단상 앞에 설 때는 '선생님이니까'라는 자격이 있어서 하나도 긴장이 안 되는데

그냥 다른 일로 무대에 서면 굳어버리거든요. 뭔가 그... 그... 명분? 이 있어야만 낯가림이 극복되는 타입이에요

전에 보라에서 근처에 사시는 분들 모임에 한번 용기내어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 새로 생긴 모임이라고 해서, 그러면 나도 좀 모두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적응을 해나갈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나오게 된 이유는 그게 평일모임이었는데 갑자기 평일이 바빠져서 일정이 안 맞아서이긴 했지만..ㅜㅜㅠ

신생 모임인데 멤버 절반은 이미 친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친밀하게 닉 부르고 대화하고 편하게 수다떠는 채팅 분위기에 낄 수가 없는 거예요...

용기를 내서 보겜 질문도 하고 얘기도 꺼내 봤지만 친한 분들끼리 대화하는 거랑 온도차이가 너무 심하고 응대해주시는 분도 한분 정도가 끝인...

그래서 약간,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서... 내향적인 성격이 견디지를 못하고 튕겨나가게 되었던 경험이 있네요

그럼 본인이 보드게임 모임을 만들면 되잖아!

→ 다른 동호회장을 하고 있어서 다른 걸 할 체력과 여력이 안 남는 나이가 되어가지구... 모임 같은 걸 하면 진짜 올인하는 타입이라, 여기서 하나 더 진행하긴 어렵네요

에... 그래서 아마 제 보드게임은 계속 이런 상태일 것 같습니다.

웨이트 3 이상의 게임을 정말 해보고 싶은데, 가르쳐 줄 사람이랑 게임 보유한 지인이 아무도 없어

내가 산다고 해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보드게이머가 아니라 나랑 놀아주러 오는 사람들이라 다 뉴비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게임은 못해

그런 상황입니다ㅋㅋㅋㅋ

그래서 10년도 더 전에 대학 때 배운 아그리콜라가 보유한 가장 고웨이트 게임이랍니다

어쨌든 그래서 제가 하는 건 수십명 있는 동호회원 중에 주말에 올사람? 하면 차출되는 3~8명 랜덤 인원과 하는 모임인데요

이 멤버들이 랜덤성이 강해서, 게임뇌가 있는 사람과 게임뇌가 없는 사람이 좀 있어요

어떤 사람은 진짜 게이머의 혼이 있어서 뭘 가르쳐놔도 순식간에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꾸 게임 중에 룰 설명 다시 요구하거나... 심지어 룰 듣다가 자는 사람도 있어요(대충격)

그래도 와주시는 게 어디입니까... 덕분에 산 게임들을 돌리니까요

다들 뭘 꺼내도 군말없이 다 해주기 때문에ㅋㅋㅋ 그건 매우 좋습니다. 저하고 말고는 밖에서 보겜을 전혀 안 하니까 취향이랄것도 딱히 없고 그냥 다 해줌.

그리고 보드게임카페처럼, 보유 게임을 책자로 정리해 놓아서

(이거 전에 보라에 어떤 분이 올린 틀 참고해서 다듬었어요! 감사합니다!!)

요걸 보고 고르게 하거든요

제가 돌리고 싶은 게임 한두개, 멤버들이 각자 흥미가 가는 것 하나씩 골라서 매번 4~6개씩 돌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고웨이트나 오래걸리는 게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4~6개가 매번 돌아갈 수 있어요...ㅎㅎㅎ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암튼 토욜 모임에서 한 게임 적어봅니다

1. 베일 오브 이터니티

한명이 좀 늦는다 해서 4인이 되었습니다~

항상 4인겜 하고 싶은데 저도 갈래요 하는 사람이 늘어서 5~6인이 되어버리는데, 이번에도 인원이 급 늘어서 4인겜을 못하는 게 아닌가 슬펐었는데

지각한다고 해서 빠르게 4명제한 게임을 꺼냈습니다.

지난 11월 페스타에서 샀는데 인원이 너무 많이 모여서 못꺼냈던 게임이라 드디어 해봤네요

일단 한국적인 일러가 좋고, 디자인이나 컴포가 예뻤고... 게임이 쉬워서 다들 금방 이해했어요

아직 전체적으로 어떤 카드가 있는지 몰라서, 전략을 세우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마 두 번째 한다면 전략을 더 세우고 해볼 것 같습니다.

효과 처리를 하는 게 즉시 처리하는 거랑 환기효과 처리하는 것이 턴이 달라서 처리 순서에서 조금 혼동이 있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게임 초장에는 '이게 어떻게 점수를 내는건지 잘 모르겠네' 라는 평이 있었는데

중반부부터 갑자기 점수가 뻥뻥 터져서 훅훅 올라가는 게 조금 쾌감이랄지...

2. 미지의 행성

지난주에 보라에서 중고로 산 미지의 행성입니다! 판매자분께서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배송도 빠르게 해 주셔서, 다행히 금요일에 딱 도착해서 토요일에 즐길 수 있었어요.

하기 전에 아레나에서 솔플을 해 보고 했는데, 강제적으로 2개 중 하나를 골라야 되는 솔플과 달리

내 턴은 한번씩 돌아오니까 내가 고를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 좋은 다인플이었습니다.

하다보니 이게 운인지 뭔지, 누군가는 완전 녹화 사업이 되어 초록 행성이 되고, 누군가는 물의 행성이 되고....

서로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보겜중에 가장 상자가 크다보니 꺼내는 임팩트도 있고, 돌려돌려 돌림판도 시선을 잡아끌고, 퍼즐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서

모두가 흥미있게 임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아니었나 싶네요

게임뇌가 약간 부족한 친구가 있다면 룰마 옆에 앉히고 조금만 가이드해 준다면 누구나 금방 따라올 수 있는 게임!

사길 잘했어요~

3. 국립공원

자연 테마가 너무 좋아서 갖고 싶었는데 매물이 나와서 지난주 보라에서 산 중고입니다.

5인으로 하니까 칸이 너무 붐벼가지고... 원하는 걸 하기가 힘들었어요

턴이 마지막이신 분이 게임 끝날때까지 마지막을 하셔서 카메라를 계속 들고 계셨는데

그분말고는 아무도 사진을 안 찍던데 이게 사진이...? 효율이 있는 걸까요? 다들 그 시간에 그냥 모은 템으로 공원이나 방문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

다들 아이템 파밍 한다고 아이템칸에 알박고 있는데

그거때문에 마지막 분이 아이템을 못 얻으셔서 앞사람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길에 오래 머물러 선도 못 먹고...

약간 그분이 초보시고 잘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과감하게 한 라운드를 넘기고 선을 한번 뺏어와야지! 생각을 못하신)

그때문에 다른 분들은 그래도 잘 즐겼는데 그분만 점수가 안나와서 괜히 죄송해지더라구요

그래도 꽤 많이 헤매고 놓친 게 많은 거치고는 서로서로 점수차이가 막 압도적으로 나지 않아서 신기했달까

저는 베스트 인원 안따지고 게임하는 편이긴 한데, 국립공원은 확실히 5인은 빡세네요.

사실 게임 도중에 한 명이 저 가야된다고(;;;??) 일어나가지고 중간부터 4명이 했는데(??) 한명이 빠지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이게 오는 사람들이 보드게이머가 아니니까, 저렇게 사전에 말도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게 게임을 터뜨리는 일이라는 걸 깊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래도 국립공원 특성상 한명이 도중에 빠진다고 뭐 크게 변동이 생기는 게임은 아니라서 그냥 진행했습니다.

어쨌든 게임은 너무 예쁘고, 잔잔하고 아기자기한데, 은근히 누군가를 엿먹이거나 통수칠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는 요소가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랜덤요소도 있다보니 계절빨도 많이 받구요

여담이지만, 최근에 수사물 미드를 봤는데 거기서 허구한 날 시체가 발견되는 늪지대가 국립공원으로 나와서

아름다운 그림이었지만 악어와 시체 팔다리가 떠다니는 곳...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여기까지는 저의 추천 및 하고싶은 것이 겹쳐서 꺼낸 게임들이었고

아래는 멤버분들이 고르신 게임입니다

4. 드림캐쳐

이제 저녁을 배달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짧게 할 게임을 찾는데 한분이 박스가 작고 예뻐서 고르시길래 꺼냈습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간단하기 그지없는, 초 심플 게임인 드림캐쳐...

진짜 게임도 10분 안에 끝나고.... 별게 없었네요

그래도 심플하게 5분 안에 파바박 하기 좋고(누군가가 잠시 화장실갔을때, 전화하러 갔을 때라거나) 의외로 맞히신 분들은 좋아합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구성물에 점수카드가 이정도씩이나 많이 들어있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게 하는 듯

추리도 한 너댓 번 하면 끝이라서, 점수카드 많이 써봤자 네다섯장 소모하는데 무슨 게임카드보다 많이들어있어요

차라리 그림 종류를 더 늘리고 어렵게 하는 게 낫지 않은가...

성인들하고 말고 초등학생들의 추리실력 키워주기엔 좋은 디덕션 입문 게임인 것 같아요

5. 쿠페레이션

드림캐쳐가 시간을 전혀 소모하지 않았다 수준이기에, 아직 식사가 안 와서 '이거 금방 끝날거 같은데요?' 하며 누가 해보고 싶다길래 꺼냈는데

이거 전혀 쉽지 않아요. 하면서 일단 시작했습니다.

에...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번 플레이랑 이번 플레이 합쳐 총 5회 트라이했는데 이 게임은 깨라고 만든 게임이 아닌거같아요

멤버중 몇몇은 나름 아레나에서 트랭퀼리티로 다져진 짬밥이 있었는데

이거 깼다는 글을 못본 거 같아.....

다음에 좀 각잡고 해야겠습니다. 매번 뉴비가 끼어있어서, 나름 브레인버닝겜인데 뉴비가 하기엔 조금 빡센 감도 있고 멤버를 좀 타는듯.

리트하기엔 밥이 와서 그냥 패배한채로 끝냈습니다

6. 퍼레이드

후반부는 결국 카드게임으로 마무리했네요. 7시쯤이었는데 보통 게임이 2시~8시 풀팟이라 종료시간이 아슬아슬했거든요

이것도 오신 분 중 한분이 고르셔서 했는데...

퍼레이드도 10년도 더 전에 대학 다닐 때 저에게 아그리콜라를 가르쳐주신 선배분이... 소개해주셨던 게임입니다

그래서 약간 저의 초창기 보드게임 추억이 서려있는 게임인데... 간만에 하니까 좋았어요

높은 숫자와 낮은 숫자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내려놓아야 하는 게임이다보니, 한번 생각을 놓쳐버리면

이거보다 낮은 숫자는 없지! 후후! -> 색깔 왜 안보셨어요. 같은 색 다 가져가세요

높은 숫자 냈으니 이만큼 보호되지!! -> 저 뒤쪽 낮은 숫자들 다 가져가세요

다들 숫자랑 색 중에 뭔가 하나씩 놓쳐가지고 우르르 벌점먹는 게 재밌었어요

퍼레이드도 정말 뉴비랑 같이 하기 좋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

보라에서 다른 분들이 쓰신 제가 앞으로도 못해볼 것 같은 고웨이트 게임들 글들로 대리만족합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후기 많이 써 주세요.

저는 저같은 1~2.5점대 게임 하시는 분들이 보실만한 게임들 후기를 종종 올리겠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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