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틸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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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1 14:37

작성해두고, 올리지 않은 게임 후기들이 좀 있습니다. 좋게만 얘기하지 않아서 솔직히 눈치 보여서요. 그 게임 팬 분이나 회사 관계자분이 보시면 속상하실 수 있잖아요.

2023년 출시 게임들 짧은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2023년 게임 중에 디스틸드가 있어서 디스틸드 후기 써둔 건 지금 올리려고요.

라마나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크 노바 6점 매긴 게 언급이 많이 됐는데,

코보게에서는 "그건 개인 평점일 뿐이고 아크 노바 좋은 게임인 거 자신들이 아니까 괜찮다"라고 하셨다고.

제 평도 개인 평일 뿐이고, 제 관점에서 저에게는 좋은 게임이 아닌 게임이 다른 어떤 분에게는 좋은 게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대단히 공들여 그렸다고 느꼈습니다. 하면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싼 식당엘 내가 와도 되나'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증류 시 덱의 맨 위에서 1장, 맨 밑에서 1장 빼는 건 테마적으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술로, 술을 돈으로 바꿔가며 자본을 굴려가는 게임인데, 그 매매차익이 많이씩 나지 않고

(흑자가 거의 안 납니다. 흑자는 기본 자원 구매 기회, 그러니까 효모/물을 살 수 있다는 것에서 납니다)

뭔가 확 얻는다는 느낌은, 라벨 보너스에서 느낍니다.

라벨 보너스가 한 번씩만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어떤 보너스는 어떤 때에는 별로 쓸모 없을 수도 있어서, 결국 라벨 보너스를 어느 순서로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증류주 대상은 셋업에 따라 불가능한 게 나오기도 하는데,규칙서에 '셋업 때 증류주 대상 중 불가능한 걸 뽑으면, 다시 뽑으라'는 말도 없습니다.

¶ 증류주 대상 타일 중 달성 조건이 '금/은/동색 하나씩 갖출 것'인 게 있는데, 마침 셋업된 제조법 모음집 카드는 금색 구획 자체가 없는 제조법 모음집 카드였습니다.

고급 시장 진열, 구매 단계에 차례 가 된 플레이어가 하나씩, 한 차례에 최대 3개까지 공개하고 구매 결정을 하도록 하는데

어차피 비싸서 못 사는 거라면, 첫 라운드에 버려지는(트럭으로 가는) 카드들은 그 진열이 무의미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번거롭다고 느꼈습니다.

진열에 맛없어보이는 게 많습니다. 특히 단순 할인 카드들은 '몇 라운드 남았으니 최대 얼마 뽑아먹을 수 있는데, 적자네'가 계산되면 그 카드를 절대 안 삽니다. 근데 그렇게 명확하게 계산이 되는, 그래서 절대 안 살 카드가 많이 보입니다. 플레이를 유연하게 해주는 '덱의 맨 위 몇 장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든가, '증류할 때 1장만 뺄 수 있다' 같은 건 후반에도 살 가치가 있지만 그런 카드는 별로 없습니다.

증류할 때 '물(또는 알코올), 효모(또는 알코올), 당 재료가 최소 하나씩 있어야 한다'는 조건만 확인하면

개인보드 오른쪽에 배치할 필요 없이 그냥 손에 들고 있어도 됩니다.

숙성고에 넣을 게 아니라면 그냥 손에 펼쳐 들고 있어도 됩니다.

돌려 놓는 게 번거롭습니다.

증류 후 더미로 모아두니, 판매할 때 병에 의한 수입을 깜빡하는 경우가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류를 차례에 하나씩 밖에 못하니, 결국 게임 중에 증류를 7번까지, 판매를 7번까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진로가 많이 제약된 느낌을 줍니다. 이 부분은 방향, 취향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노리기 시작한 마일스톤(증류주 대상)을 나도 뒤따라 노리면, 같은 라운드가 아니고 한 턴이라도 늦었으면 절대로 그걸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A카테고리 3개 판매'를 노리고, 갑이 A카테고리 판매를 하나 했으면, 을, 병은 같은 라운드에 시작 안 했으면 'A카테고리 3개 판매'를 절대로 딸 수 없다는 게 확실시됩니다. 갑이 마지막 차례 플레이어였다면? 을, 병이 절대 따라올 수 없게 A카테고리 판매를 하나 할 수 있습니다.

증류를 한 라운드에 하나씩밖에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서라도 증류 2개를 할 수 있다든가 그런 진로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있었다면 저의 취향에는 더 맞았을 것 같습니다.

용어도 이게 최선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고', '숙성고', '저장실', 증류실'. 이름만 들으면 넷 다 '술'을 놓을 수 있는 자리 같단 말이죠.

'창고'도, 창고라는 이름만 들으면 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되고.

그리고 구매 담당자 등 직원(업그레이드 중 전문자)이 있는데 사무실이 있으면 '직원'이 '사무실'에 배치돼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라면 이렇게 썼겠습니다.

창고(물품 놓는 곳) ← 물품 창고

저장실(재료 놓는 곳) ← 재료 저장실

업그레이드 ← 기술

증류실(업그레이드 놓는 곳) ← 기술 연구소

사무실 ← 소장실

증류업자 ← 증류소장

디스틸드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게임으로는 더 갤러리스트가 떠오릅니다.

돈을 작품으로 바꾸고, 작품을 돈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많이 얻기는 힘들고,

매매차익을 거의 못 얻어도 판매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허덕이며 자본 운영하는 느낌'으로는 또한 뤄양, 리그넘, 언페어, 푸체거도 들 수 있겠습니다.

푸체거는 허덕이면 그 원인이 원가가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가 더 싸게 팔아서'이고, '내가 비싼 직원을 안 고용한다'는 확실한 선택지가 있어서 다르긴 한데 증류주 대상 획득 규칙은 푸체거 마일스톤 획득 규칙과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