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런스 (Deliverance) 후기
안녕하세요, 리클러스입니다.
간만에 씐나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있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구원(딜리버런스)은 협력, 롤플레잉, 던전 크롤 게임이고, 천사와 악마의 싸움을 테마로한 게임입니다.
단판 게임인 스커미쉬 모드가 가능하고, 14개의 미션으로 이루어진 캠페인 모드도 있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하면 자세한 배경 설명도 없이 뜬금포 천사 강림, 악마 발견, 전투 돌입이라서 어리둥절합니다. 하지만 미션을 차근차근 진행해보니 시리즈 드라마의 느낌을 흉내내면서 배경 이야기나 의문의 사건을 살살 풀어나가려는 모습이 보이네요.
천사입니다. 비대칭 능력을 가진 천사들이 충분히 준비되어있습니다.
좌측에 스탯이 있고 우측에 스킬들이 있습니다. 스킬들마다 모래시계 그림과 고리 모양의 그림이 보이실겁니다. 구분이 잘 되실지 모르겠지만, 모래시계 그림 중에는 날개가 그려진 것들이 있습니다.
모래시계 모양의 토큰은 행동토큰, 고리 모양의 토큰은 (일종의 재화인) 용기토큰입니다. 행동토큰 하나를 뒤집어서 스킬 하나를 사용합니다. 천사들 공통으로 첫번째 스킬은 "이동", 마지막 스킬은 "기도"입니다. 중간의 스킬들은 천사마다 다릅니다.
날개가 그려진 모래시계는 행동을 소모하지 않는 프리액션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얻는 스킬이 있고 소모하는 스킬이 있습니다. 위력이 약한 스킬을 사용하여 용기를 모으고, 모은 용기를 소모하여 강한 스킬을 사용합니다. 두개의 행동 토큰과 용기토큰들을 잘 조율하여 최적의 플레이를 해내야합니다.
스킬을 사용하면 해당 스킬이 요구하는 스탯의 수치만큼 치료를 하거나 데미지를 주는 등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네, 기본적으로 스킬 사용에 운의 개입이 없습니다. 간혹 주사위 테스트를 하기도합니다만 변수가 크지는 않습니다. 게임의 과정도 상당히 빡빡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전반적으로 글룸헤이븐을 간소화시킨 느낌이 많이 납니다. (제가 이런 게임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통 스킬 중 "기도" 스킬을 사용하면 기도 카드를 받습니다. 이 카드는 이득을 주는 카드이고 제법 큰 변수를 창출하는 요소라서 중요합니다.
게임 영역은 크게 격자무늬의 모듈형 게임판과 어둠 게임판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둠 게임판에는 어둠 카드를 놓을 공간과 주도권 표시 공간, 그리고 경험치 표시 공간이 있습니다.
어둠 카드를 두는 공간은 다섯칸이 있습니다. 각 라운드를 시작할 때 천사 숫자(와 성자 숫자의 합)만큼 어둠 카드를 놓습니다. 더이상 놓을 자리가 없다면 이미 놓은 카드를 뒤집습니다. 그리고 뒤집어진 카드들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모든 카드가 뒤집히면 뒤집어야하는 만큼 천사들이 피해를 받습니다. 카드의 효과들은 천사들에게 불이익을 줍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도" 스킬을 이용하여 어둠 카드들을 버릴 수 있습니다.
캠페인 책자입니다.
스커미쉬 모드에서는 천사의 수만큼 모듈형 게임판을 연결하여 게임 공간을 만듭니다. 캠페인에서는 캠페인의 지시에 따라 게임 공간을 만듭니다. 위 사진은 캠페인 첫번째 미션입니다.
게임의 라운드는 어둠 카드를 놓는 어둠 단계를 진행한 후, 천사와 악마가 번갈아가며 순서를 진행합니다.
천사 1이 순서 진행 -> 주도권 트랙의 첫번째 악마가 순서 진행 -> 천사 2 -> 두번째 악마 -> ......
악마입니다.
악마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악마 카드의 내용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일반적으로 특수한 능력을 하나 발동한 다음 행동을 한 번 합니다. 행동은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에따라 지시하는 행동을 합니다. 주사위는 한번만 굴리고, 해당 타입의 모든 악마가 순서대로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전투 개시.
두번째 미션. 초반부터 난이도가 높아서 당황했습니다.
사진 좌측에 캠페인 책자를 펼쳐뒀습니다. 중간보스랄까요? 네임드가 등장하는데, 얘들은 캠페인 책자에 악마 카드를 따로 만들어두어서 저렇게 펼쳐 놓고 진행합니다. 미션 내용과 상황에 어울리는 스킬을 잘 구성해 두었습니다.
재미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일종의 미션 공략에 관한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미션들의 디테일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세번째 미션. 이런 던전 크롤에서 사실 스토리를 기대하진 않았는데요, 슬슬 궁금증을 자아내는 뭔가가 시작됩니다. 처음 스커미쉬 모드로 플레이할 때 전투 공간이 너무 심플해서 질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0개의 게임판을 이렇게저렇게 활용하여 재밌는 모양으로 잘 만들어두었네요.
악마들이 기본 능력치 이외에 추가 재능들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커미쉬 모드에서는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재능을 설정하고, 캠페인에서는 지시에 따라 재능을 할당합니다.
공통 스킬 외에는 세가지 정도의 스킬만으로 진행하는 게임이지만 생각보다 계획적으로 조합하고 사용해야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난이도가 상당하네요.
정말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한 네번째 미션.
마지막 한턴 싸움에서 기도카드 갓드로우로 승리. 운의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상황이 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매 미션마다 드라마를 만들더군요. 계획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맛도 있고, 유일한 변수인 기도 카드가 적절하게 드라마를 만들기도 합니다.
스커미쉬 모드에서는 게임 도중에 경험치를 얻어서 각 라운드의 마무리에 레벨업을 합니다. 캠페인에서는 미션 도중에는 경험치를 얻지 않고, 미션을 클리어하면 지시하는 보상을 받습니다. 경험치를 주기도 하고, 아이템을 주기도합니다. 경험치는 재능을 얻기 위해 소비하거나 스탯을 올리기 위해 사용합니다. 스커미쉬 모드에서는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캠페인을 진행해보니 천사들의 스탯이 미묘하더군요. 그래서 스킬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아이템과 스탯 올리기를 신중하게 진행해야합니다. 어설프게 올리면 캠페인 진행을 해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토큰 트레이. 요건 특별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네요. 요런 게임들이 보통 여러 종류의 토큰을 사용하죠. 이 게임도 적지 않은 토큰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정리가 가능한 트레이가 준비되어 있어서 통으로 꺼내놓고 진행하니까 아주 편하더군요.
아직 캠페인의 1/3 정도만 진행했을 뿐이지만 진도가 나갈수록 점점 인상이 좋아져서 설레발 후기를 남기게 되었네요. 처음 스커미쉬 모드를 진행하고 긱에 플레이 기록을 남기면서 평점을 8.5를 주었습니다만, 그 다음 기록에 8.8, 그 다음 기록에 9.0을 주었네요. 점점 더 재밌어집니다.
규칙의 난이도는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와 비슷한 정도로 느껴집니다. 클리어 난이도는 크죽죽이 더 높은 것 같지만 아사리판에 운빨뽕맛때문인 탓이 크기 때문에 차근차근 계획을 잘 세워야하는 딜리버런스가 오히려 클리어 난이도가 더 높은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고로 둘이 비슷한 난이도이면서 테이스트가 확연하게 갈리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나와준 것 같습니다.
- 이 부분은 아직 조심스럽지만...... 요즘 게임답지 않게 확장도 없어서 캠페인 14개 미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빠르게 식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만, 게임을 하면할수록 걱정이 점점 사라지네요. 4개의 천사 캐릭터를 굴려봤는데, 운영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네요. 빨리 클리어하고 다른 조합으로도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구성품이 좀 독특한 케이스입니다. 천사 피규어가 기본이고, 아크릴 스탠디가 옵션인 것 같아요. 피규어는 무난한 수준입니다. 디테일이 좋지는 않아요. 아크릴 스탠디는 멋집니다. 그런데 크기가 피규어보다 더 커요. 그래서 천사는 피규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본 구성인 판지 스탠디의 디자인이 상당히 깔끔해서 천사는 피규어로, 악마는 판지 스탠디로 사용하는 기본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캠페인 13,14의 일부 구성품이 작은 박스에 밀봉되어 있는데, 아크릴 스탠디는 이게 공개되어 있어서 스포일러입니다 -_-; 허허허허.
간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게임이라서 캠페인 끝내기도 전에 오바하고 가네여. 그럼 후기는 여기까지.
모두들 즐겜하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