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스

블로그

쪽지

얼티밋 레일로드 - 경쾌한 점수 폭주 기관차

1,605 조회

2023.09.29 15:50

러시안 레일로드가 형제들과 함께 얼티밋 레일로드로 돌아왔습니다!

얼티밋 레일로드는 기존에 발매된 확장이 모두 포함된 빅박스이며 새로운 아시안 확장도 추가되었습니다. 발매 당시 이슈가 좀 있었지만 구성물과 트레이가 알차서 첫인상부터 만족스러웠던 게임입니다. 우선 본판인 러시안 레일로드부터 시작해서 얼티밋 레일로드에 포함된 확장들을 리뷰해보자 합니다.

이 시국에 모스크바에서 키이우까지 철도를 놓는 테마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리뷰열차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게임 요약

배경

여러분은 19세기 러시아로 가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 상트 페테르부르크, 키이우로 가는 철도망을 개발해야 합니다.

플레이

러시안 레일로드는 일꾼놓기 게임으로 행동칸에 일꾼을 놓고 해당하는 액션을 수행합니다. 액션으로는 크게 선로 전진, 렌치 전진, 공장/기차 획득이 있습니다.

- 선로들은 노선 트랙에서 전진하며 라운드마다 주는 점수가 증가하고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고급선로, 새로운 일꾼과 아이디어(업그레이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렌치는 산업트랙에서 전진하며 라운드마다 주는 점수가 증가하고 설치한 공장의 효과를 받으며 아이디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공장을 얻으면 산업트랙에 배치하여 렌치가 더 멀리 전진할 수 있게 해주고 공장마다 특수효과를 줍니다. 기차는 노선에 배치하여 선로의 효과를 받는 범위를 증가시킵니다.

모두가 일꾼을 다 사용하면 라운드가 끝나고 노선이나 산업트랙에서 나오는 점수를 얻게 됩니다.

종료 및 점수

인원에 따라 7 혹은 6 라운드 진행 후 게임이 종료되며 매 라운드 획득한 점수를 종합하여 최종 점수를 계산합니다.

직관적이고 경쾌한 진행

러시안 레일로드는 전형적인 일꾼놓기 게임입니다. 각 행동들도 복잡한 효과가 없고 선로나 렌치를 몇칸 옮겨라 이런 효과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게임이 직관적이고 배우기가 쉽습니다. 룰마가 잘 챙겨준다면 전략 입문 게임으로도 가능할 정도에요. 득점 방식도 은근 포인트샐러드 느낌으로 선택하는 모든 것이 점수가 되어서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숙련자들과의 점수차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진행은 간단하지만 각 노선의 빌드나 한 행동으로 발동되는 콤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고민과 재미가 엄청납니다. 전형적인 easy to learn, hard to master죠. 또한 간단한 액션으로 인해 게임 템포가 엄청 빠릅니다. 한창 러시안 레일로드를 많이 할때는 3인이서 40분 컷도 해볼정도였죠. 여기에 나름 간단한 세팅까지 더해 러시안 레일로드는 부담없이 즐기기에 매우 좋은 중급 유로게임입니다.

점수 엔진 빌딩

러시안 레일로드는 점수 엔진을 만드는 게임입니다. 선로를 앞으로 보낼수록 매 라운드 주는 점수가 늘어나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노선에 있는 열차의 숫자와 일치하는 칸까지만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선로를 미는 것 뿐만 아니라 높은 수치의 열차도 확보해야 하죠. 영차영차 선로를 옮겨 엔진을 만들고 열차를 꽂아 시동을 걸어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점수와 쾌감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각 선로의 점수는 한칸씩 갈때마다 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하지만 X2 토큰이나 선로 당 득점을 올려주는 업그레이드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결국엔 득점이 곱연산으로 증가합니다. 때문에 총점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되죠. 첫 라운드에는 몇점 정도 나던게 마지막 라운드에는 백몇점이 나게 됩니다. 여기서 오는 점수 뽕맛은 다른 게임의 추종을 불허하죠.

물론 선로당 점수를 일일히 계산해야하기 때문에 살짝 번거로운 느낌이 있지만 득점하는 것은 즐거우니까 참고 넘어갈만 합니다. 하지만 숙련자와 초보자 간의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죠. 점수트랙에서 두바퀴 이상 추월당하며 마음이 꺽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빌드 짜는 맛

게임에는 세 가지의 노선이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노선은 느리지만 포텐이 높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노선은 애매한 점수지만 아이디어 토큰을 주고, 키이우 노선은 처음부터 점수를 빠르게 모을 수 있습니다. 세 노선에 더해 키이우 노선보다 더 빠르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산업트랙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공장으로 다양한 효과를 받아 다른 노선을 도와줄 수도 있죠. 이렇듯 각 트랙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트랙을 먼저 올릴지, 어디까지만 먹고 다른 트랙으로 갈아탈지 즐거운 고민을 해야합니다.

여기에 아이디어 토큰을 얻을 때마다 각 트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을 통해 각자의 테크가 갈리게 되죠.

이런 요소들을 모두 종합해서 초반부터 점수를 긁어모으는 저글링 러쉬를 할지, 후반 한방을 노리는 왕귀를 할지 등 자신의 빌드를 짜는 맛이 있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며 빌드를 더 갈고 닦게 되죠. 하지만 다음 게임에서 다른 사람들의 방해 속에 망해가는 빌드를 보게 되면 '한판 더'를 자동으로 외치게 됩니다.

이렇게 빌드를 깎는 재미가 있지만 정교해지는 빌드는 결국 고여 버리는 요소가 되어 전략 고착화나 초보자와의 실력차이로 나타납니다. 게임에 운의 개입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고임이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되죠.

숨겨진 폭탄과 부실한 해체 장비

뽕맛 엔진빌딩 게임 특성상 한 명이 너무 치고나가면 게임이 터져버릴 수 있습니다. 북적북적대서 자동적으로 견제가 되는 4인이나 자기 걸 잘 키워나가면 되는 2인이면 그나마 괜찮지만 3인 게임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3명 중 2명이 테크가 겹치게 되면 나머지 한명이 자유로운 새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죠. 따라서 게임이 터질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위기 감지를 했더라도 러시안 레일로드에는 직접적인 견제가 없습니다. 견제를 위해서는 상대가 원하는 행동칸이나 선점 요소를 빼앗아야 합니다. 그게 자신이 필요한 행동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견제를 해야하는 상황이 나오죠. 아직도 이러한 견제가 좋은 견제인가하는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러시안 레일로드에 더해 얼티밋 레일로드에는 확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확장들이 정말 다양한 만큼 각 확장을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느낀점들을 공유해보자 합니다.

맵 확장

1. 러시안 레일로드

확장은 아니지만 본판 맵인 러시안 레일로드입니다. 처음 했을 땐 뭘 해야할지 어느 노선을 타야할지 어리버리 했었는데 다른 지도를 하고 오니 담백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맵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많이 했다보니 고착화가 되는 경향이 있네요. 그래도 입문용으로는 가장 좋은 맵입니다.

2. 저먼 레일로드

모듈형으로 나만의 노선을 만드는 것이 저먼 레일로드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노선을 입맛에 따라 DIY하는 맛이 있고 상황에 맞는 것을 골라야하기 때문에 빌드 고착화를 막아줍니다. 따라서 가장 리플레이성이 좋아서 지도 하나만 남기라면 저는 저먼을 고를 것 같네요. 이에 더해 메인 노선 후반부에는 분기점이 있어서 후반 포텐이냐 적절한 타협이냐를 두고 나오는 전략적 판단이 재밌습니다. 수입 토큰이라는 운영을 편하게 해주는 요소도 추가되어 있습니다.

3. 아메리칸 레일로드

아메리칸 레일로드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주식이 추가된 것입니다. 선로가 특정 부분에 도달하면 주식 트랙을 올릴 수 있고 주식을 어느정도 올리면 원하는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도 주식 트랙 레이싱이 포인트로 먼저 주식을 올려야 이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공동 배당을 언제 받을 것이냐하는 타이밍 눈치 싸움의 재미도 추가되었습니다. 이 주식 요소 때문에 가장 이질적이었던 맵 확장이었네요.

또 다른 큰 특징은 산업 트랙이 두 트랙으로 나뉩니다. 빠르지만 리턴이 적은 트랙이 있고 느리지만 리턴이 큰 트랙 두 가지가 있어서 더욱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4. 아시안 레일로드

얼티밋 레일로드에서 새롭게 추가된 확장이니만큼 가장 요소가 많고 복잡하지만 가장 점수 포텐이 높습니다. 기차를 놓을 수 있는 칸이 다른 맵보다 많고 이에 따라 기차를 주는 효과들도 많아서 기차 계획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다 같이 사용하는 공용 산업트랙과 거기에 채워나가는 공장, 보수용 차량 시스템도 신선했습니다만 다른 맵들보다는 독특한 매력이 덜한 느낌입니다.

모듈 확장

1. 석탄 모듈

본판의 경우 아이디어 토큰 때문에 4기차 눈치싸움이 일어나서 게임이 늘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석탄 모듈에서는 보일러 공으로 4기차를 만들기 쉽게하여 이를 완화시켜 주었습니다. 다양한 효과를 주는 주조 공장도 새로 추가되었으나 이를 사용하는 재료인 석탄을 얻기가 은근 힘들어서 효과를 많이 쓰지 못하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모듈 확장중에 가장 추가되는 요소가 많아서 게임에 익숙해진 후 추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공장 열차 모듈

여러 효과를 주는 행동인 공장 열차가 추가되어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공장 열차를 추가하면 한 라운드를 덜 하게 되는데, 공장 열차가 주는 효과가 한 라운드를 뺄 정도인가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종 점수 뽕맛이 줄어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공장 열차 자체의 임팩트도 약해서 저는 앞으로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네요.

3. 획기적인 아이디어 모듈

게임을 하면 할수록 기존 아이디어 카드 중에서 가져오는 것만 가져오게 되는데 이 모듈을 추가하면 이러한 경향을 해소시켜줍니다. 기존 아이디어에 비해 재밌는 효과들이 많아서 바로 추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얼티밋 레일로드는 중독적인 빌드 닦는 재미와 점수 뽕맛에 게임도 빠르게 진행돼서 한창 돌릴때는 하루에도 몇판씩 했던 게임입니다. 적당한 전략성에 너무 헤비하지는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울끈불끈한 박스에 비해 본판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너무 겁내지 않고 도전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