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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대한 기계의 도시City of the Great Machine(2023)

1,614 조회

2023.09.20 03:11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리뷰 글을 남기네요.

원래 이 게임은 킥스타터에서 처음 펀딩을 할 때 관심이 있었습니다. 21년도 말이었는데요,

원래 스팀펑크 테마도 좋아하고, 1대다 게임도 좋아하고 하니까 당연히 들어갔었다가

한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모임도 못 하다 보니 고민하다 결국 펀딩 취소를 했었어요.

그러다가 리테일 버전이 나오고 나서 해구할 때 끼워서 사려고 위시리스트에 넣어놨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계속 품절이네요?

어라 하고 주로 구입하는 곳에서 리스톡 알림을 신청해놨는데, 알림 보고 당일에 들어갔는데 품절 나기를 두번 당했어요.

에이 그냥 다른거 사지..하다가 생각해보니까, 요즘시대에 보드게임 리테일판을 입고대기 광클을 해야 한다?

보드게임긱 확인해보니 평점도 괜찮네요. 현재 449레이팅에 7.9점.

아 이거 재밌나보다! 하고 다른 곳들을 뒤져서 확장까지 다 샀습니다.

(지금도 체크해보니 카드하우스에만 재고가 있고 제가 주로 이용하는 보드게임블리스, 쿨스터프, 민마에선 다 품절입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모임을 가져봤는데 재밌네요? 당일에 세 판을 했습니다.

근데 언어 요소가 좀 있네요? 그래서 제작사에 요청해서 자료를 받아 한글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근데 보드라이프에 보니까 게임이 등록도 안 되어 있네요?-_-;

만들어도 아무도 안 찾으실 것 같아서.. 일단 게임 소개부터 올립니다.

지구를 떠도는 거대한 비행선들 위에 자리한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는 이성의 도시City of Reason라는 곳인데, 19세기 인류 지성의 정수가 모여 지구상 최고의 도시를 만들고자 한 열망의 결실입니다.

이 도시의 심장은 위대한 기계인데, 이 도시를 관리하기 위한 통치체제로써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도시의 관리자입니다.

처음에는 기계는 시민들의 삶에 봉사하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를 발전시키고 인류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음.. 그러니까 위대한 기계를 작동시키는 규격화된 부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위대한 기계는 조작원들과 기술자들을 세뇌하고, 임플란트를 심게끔 합니다.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는 기계 임플란트들을 차례로 심어나가면서 그들은 인간성과 자유의지를 점점 잃어나가게 되죠. 이들을 기계의 하수인이라고 부릅니다.

다음으로는 시민들 차례입니다. 위대한 기계가 시민들을 대신해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사람들은 기꺼이 기계에게 결정권을 넘겨주고, 이 도시는 이제 이성의 도시가 아니라 위대한 기계의 도시로 불리우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 -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 은 어떤 계기를 통해 문제를 깨닫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은 기계의 통치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1대다, hidden movement 게임입니다.

1 부분을 AI가 대신하는(AI가 AI역할을 합니다!)솔로&협동 모드가 있긴 한데, 3인플까지만 지원해서 아직 못 돌려봤고요.

한 플레이어는 위대한 기계 역할을 맡아 원대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나머지 3인까지의 플레이어는 영웅을 맡아 기계에 맞서는 반란을 조직합니다.

위대한 기계의 승리 조건은 원대한 계획을 12단계까지 진행하는 것이고, 영웅들의 승리 조건은 9곳의 구역 가운데 3군데에서 항쟁을 성공시키는 것이죠.

기계는 매 라운드마다 일어나는 도시 이벤트의 조건을 충족시키거나 영웅들을 습격해서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고,

영웅들은 항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시민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도시에는 불만도라는 개념이 존재해서, 불만도가 증가하면 도시의 계층들이 차례대로 각성하게 됩니다. 예술가, 과학자, 상인, 사업가, 귀족 계층들이 차례로 혁명의 대열에 합류하는데요.

항쟁시 해당 구역의 각성한(게임 용어로 '활성화된) 시민들이 경비대와 배신자의 수보다 많다면 해당 구역 항쟁이 성공하게 됩니다.

문제는 게임 배치시 시민들이 뒤집어진 채로 배치된다는 거죠. 그래서 영웅들은 시민들과 접촉해서 계층(=성향)을 알아내어, 항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불만도를 올리기 위해 위대한 기계의 진실을 폭로하고(선동 행동), 중앙 광장에서 선전전을 벌이고(중앙 광장 특수 행동) 하는 식으로요.

당연히 기계는 이를 막기 위해 영웅들이 나타날 곳을 알아내서 습격, 체포해야 하는데요.

영웅들이 잡혔다면 해당 구역에 출입금지를 먹이거나, 자원을 몰수하거나, 아니면 영웅들을 이용해 원대한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습격을 벌였다가 아무도 잡히지 않으면 괜히 도시를 시끄럽게 했으니 시민들의 불만도가 올라갑니다.

이제 게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어느 정도 감이 오시지요?

매 라운드마다 영웅들은 동료들과 상의해서 자신의 목적지를 비밀리에 선언하고, 위대한 기계는 그 목적지를 예측해서 경비대를 배치하고 하수인을 보내 습격을 벌이며, 도시를 구성하는 비행선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동선을 방해합니다.

hidden movement 게임이기는 한데 인코그니토나 반지의 제왕 : 반지 추적과 같은 디덕션 게임의 속성보다는 낫 얼론과 같이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맞춰봐. 게임에 가깝습니다.

내가 예술 구역에 갈 거라고 생각하니까 거기다 하수인을 보내겠지?라고 생각할테니 과학 구역으로 보내야겠지?라고 생각할테니 예술 구역에 가야겠지?...와 같은 숨바꼭질 속성을 가지는거죠.

도시 이벤트에서 'A하지 않으면 원대한 계획이 전진합니다'라는 지시가 있으면, 영웅들은 A를 하러 갈까요, 아니면 기계가 이에 대비할테니 이참에 다른 공작을 벌이러 갈까요?

낫 얼론보다는 훨씬 복잡한 게임(웨이트가 3.68입니다)인만큼, 단순히 예상했으니 잡았다! 가 아니라, 모든 행동에는 자원이 소비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웅들은 시민들의 지지(신뢰)를 자원으로 쓰고, 기계는 시민들에게서 얻어낸 세금(채권)을 자원으로 사용합니다.

영웅들은 이동하려면 그들을 몰래 숨겨주는 사람들의 신뢰를 이용하고, 신뢰가 부족하면 감시원들을 따돌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주사위로 표현됩니다)

영웅들의 동선에 경비대가 집중되어 있으면 더 많은 신뢰를 소비해야 하고, 모자라면 위험에 처하며, 도착하더라도 도와줄 시민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죠. 시민들과 접촉도 해야 하고, 기계 경비대를 습격해서 망가뜨리기도 해야 하고, 시민들을 깨우치기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할 일이 많은데.

기계 역시 채권을 벌어야 하수인들 이동/행동, 경비대 이동을 수행할 수 있는데, 채권 수입은 특별한 법령을 발효시키지 않는 이상 거의 전적으로 세금에 의존합니다. 세금 수준은 불만도에 따라 올라가구요.

기본판에서는 이정도로 끝나지만, 확장에는 여러 모듈이 있어서 상급자용 특수 영웅/하수인별 특수능력 업그레이드/비행도시 위를 떠다니는 비행선 등 영웅과 기계 양쪽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룰들이 있습니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도입하거나,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적용해서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번외로, 긱 평점을 보면 1점을 준 우크라이나 게이머들이 종종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러시아인이기는 한데 미국에 정착한 지 오래고, 부인은 우크라이나 사람입니다. 전쟁으로 친구들을 잃었고, 우-러 전쟁에 반대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게임의 장점으로는 :

- 팽팽한 심리전. 숨바꼭질 게임이 주는 기본적인 재미인데, 눈감고 찍거나 플레이어의 성향을 예측하는 메타게임 요소보다 현재 상황에서 영웅들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행동들을 기반으로 심리전을 벌이게 된다는 점에서 +. 1대다 게임은 종종 1 역할을 하는 사람이 게임 마스터 역할이 되어버리는 접대게임 양상이 있는데, 이 게임은 진짜 대결입니다.

- 테마와의 연계. 특히 영웅들의 입장에서 시민들을 각성시켜서 항쟁을 일으키는 과정들과 룰이 잘 결합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기계는 '위대'한 것 치고는 이런저런 제약이 걸려 있는 편이긴 한데요(아니 하수인이 이동할 때 버스비 내고 다니냐!)...

- 좋은 룰북과 프로덕션 퀄리티. CrowD games는 오리지널 게임보다는 게임의 러시아어판 퍼블리싱을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이런 곳이 게임은 욕심껏 만들어놓고 룰북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게임 난이도가 낮지 않은데 이해하기 쉽게 룰북을 잘 만들었습니다. 협동 룰이 룰북과 참조책에 나뉘어 있는 점만 빼면요. 저는 협동은 아직 안 해봤습니다. 아, 한글화하다가 발견한건데 같은 의미의 문장을 서로 다른 카드에서 다른 문장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spend an action to.. /as an action, ...)

피규어는 영웅과 하수인들 합쳐 기본판에 9개, 확장에 6+1개 들어있습니다. 퀄리티 나쁘지 않습니다(도색은.. 한시간에 하나 칠하기 도전하다가 그렇게 됐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