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
사실 제 이야기는 아니고, 레딧 보드게임 스레드에서 몇개 옮겨봅니다. 그 스레드 분위기가 그러니까 그냥 반말로 옮길게요.
(https://www.reddit.com/r/boardgames/comments/a7abyq/most_memorable_moments_in_the_hobby/)
"딱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떠오르네.
5인플이었고 내가 파일럿이었어. 최선을 다했지. 그 게임 할때는 다 그렇게 주장하잖아. 근데 5인플이니까 사일런이 한둘은 있는거고.
좀 하던데. 누가 사일런인지 눈치채기 힘들었어. 그러다보니까 서로 다 의심하고.. 고발하고.. 어후.
어찌저찌 그러면서 적도 막고 점프도 하고 위기해결 다 하고.. 이겼어! 사일런이 진거지. 이제 신나가지고 자 나와라 사일런! 했는데...
사일런이 없더라고. 게임 셋업한 사람이 실수로 빼먹은거야.
아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원래 그 게임하다보면 좀 편집증이 오잖아. 근데 진짜 편집증이었던거지. 그게 너무 리얼해가지고 사일런이 없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뭐 그 실수 덕분에 진짜 재밌게 게임했지만. 아주 좋았어.
"크리스마스라고 집에 모여서 원나잇 얼티밋 워울프를 소개했어. 울엄마는 안 하고 싶다시더라고. 그런 류 게임은 진짜 안 맞는다고. 거짓말 너무 못해서 게임 다 망칠 거라고 하시더라고.
어쨌거나 다들 하기로 했으니까 엄마도 같이 하기로 하셨어.
이러시더라고. "내가 시어인데 쟤가 워울프인 거 봤거든!"
문제는 우리가 그 판에서 시어를 빼고 하기로 했던 거지. "엄마... 우리 이판에 시어 뺐잖아요...."
"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 엄마 이러시더니 음료수 가지러 가시더라고.
우리끼리 쳐다보고, "야 안되겠다. 일단 투표하고 엄마 빼고 다시 딜하자." 이러고.. 엄마의 빈 의자를 다 찍었지.
엄마가 태너Tanner셨더라고.
*역주 : 한글판에서 뭐라고 번역되었나 모르겠네요. Tanner는 '죽으면 이기는' 캐릭터입니다.;;;
"아들내미 친구들이 6학년인데 다 카톨릭 학교 다녀. 집에 자러 와서, 레지스탕스를 가르쳐줬지. 처음 몇 판정도 같이 해줬는데 완전 빠져들더라고.
저녁 내내 들리는 소리가 "야 쟤 스파이니까 저렇게 이야기하지!" 하고 "절대 아닌데!" 밖에 없었어.
다음날 애들 태우고 집집마다 데려다줬는데.. 부모님 한분이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하시더라고.
그 애가.. 활짝 웃으면서, "브리커 씨, 초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완전 거짓말쟁이시더라구요!"
그 부모님들의 이게 뭔 일인가 하는 표정이란.
* 후일담이 있습니다. 그날 초대된 아이들 중 세 집의 부모님이 연락해와서 그 게임 어디서 사냐고 물어봤고, 친구 가족을 포함한 게임 그룹이 졸업할 때 까지 몇년간 더 지속되었다고. 이렇게 테이블탑 선교에 성공했습니다. 저 아이가 Bluffing 잘 하시더라고요! 한 게 아니라 you are very good liar! 해 버려서 뉘앙스가....
"작년 이야기야. (*위와 같은 사람입니다.) 게임이 엄청 막 재밌었던 이야기는 아니고 게임에 몰입한 꼬마 이야기인데.. 아들이랑 황혼의 투쟁을 하고 있었어. 아들이 소련이었고.
아들한테 다 좋게만 풀리더라고. 아시아에서 초반 우세를 잡았고, 베트남 혁명에 유럽 봉쇄가 엄청 일찍 터지고.. 수에즈 사태에 나는 베트남전쟁 걸리고.. 와 진짜.
다행이도, 자비롭게도, 게임은 빨리 끝났어. 내가 본 것 중에서 최단기간 게임이었을걸.
아들이 완전.. 준비된 인간이더구만. 폰에서 Slav'sya, Otechestvo nashe svobodnoye("어머니의 땅에 영광 있으라, 소련 국가")가 울리더니, 어디서 러시아 스타일로 귀 덮는 모자를 척 꺼내 쓰더니, 벌떡 일어서서 자랑스럽게 서있더라고.
쪼그만 몬스터 같으니라구.
우리는 러시아 쪽이랑 혈연도 없고 개인적인 관계도 하나 없는데, 얘가 좀 연극적인 데가 있다니까. 암튼간에...
*여러분은 어떤 경험이 떠오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