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5월(2/2)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8,9차)

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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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27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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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라쓰입니다.

5월에는 매주 모임이 열려서, 지난주에 후기를 올리고 일주일만에 또 쓰게 되었네요. ^^

오늘은 지난 5월말 2회 동안의 모임 후기입니다.

* 지난 2021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8791&tb=community_post

* 지난 2022년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62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1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1869&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2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118&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3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555&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4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738&tb=community_post

* 지난 2023년 5월(1/2)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2952&tb=community_post

5월 19일. 금요일 밤.

명일 있을 모임에 들떠서 어떤 게임을 돌려볼까 고민하던 차에, 고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씨, 저 내일 아침에 병원좀 들렀다 갈게요. 구내염이 심하게 와서요.."

"오케이. 그럼 오전엔 3인으로 돌리고 있을테니 천천히 와요."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집주인 이씨와 곽씨, 강씨. 그리고 고씨로 4인 모임 예정입니다.

고씨가 언제즘 도착할지 모르니, 오전에는 룰 설명이 간결하고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은 게임이 필요했습니다.

곽씨와 강씨는 주인장 이씨가 고르는 게임은 일단 믿고 해보자는 주의로.

마치 오마카세 먹으러 가서 주방장의 다음 요리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아주 훌륭한? 분들입니다.

덕분에 여느 모임장님 분들께서도 느끼실 테지만, 게임 선정할 때의 두근거림이 있죠. ^^

5월 20일. 토요일.

아침 9시(10분전). 약속 시간도 최고로 잘 지키는 훌륭하신? 곽씨와 강씨가 같이 도착했습니다. ㅎㅎ

고심해서 선정한 이날의 첫 게임은 지난 파주 슈필에서 구입한 "엘 그란데" 입니다.

엘 그란데의 배경은 15세기 스페인(에스파냐)입니다.

여담으로, 에스파냐는 스페인을 자국민들이 일컷는 용어입니다.

Hispania(이베리아 반도;라틴어)에서 유래되어 H가 묵음 처리 된 것이 Espana(에스파냐어)이며, Espana의 'E' 는 영어로 'the' 를 나타낸다 하여 빼버린 것이 현재의 Spain(영어)이라 합니다.

아무튼, 15세기 당시 스페인은 지역별로 '그란데'라고 하는 고위 귀족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습니다.

보드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각각의 '그란데'가 되어, 스페인 각 지역에 자신의 미플들(카바예로 라고 하는 일꾼들)을 퍼트려서 영향력을 높이는 컨셉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차례에 하는 행동은 선부터 돌아가며 1~13까지 적힌 차례 순서카드를 내서(1회용) 행동 순서를 결정하고. 매 라운드 새로 열리는 행동카드 5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우 간단합니다.

행동카드마다 자신의 미플을 몇개까지 보드판에 배치 가능한지 나와있고, 추가로 어느 한 지역을 선택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미플을 빼버리게 만든다던지 등 견제 요소들이 적혀있습니다.

게임은 총 9라운드로 보드의 각 지역마다 점수가 표기되어 있는데요, 일정 라운드마다 지역별로 가장 많은 미플을 보유한 플레이어부터 1,2,3등 점수를 가져가게 됩니다.

"이거 게임은 쉬운데 엄청 고민되는 요소가 많네요. 와~C 너무 재밌다!"

"이야~ 이 게임 완전 제 취향이에요. 이씨 이거 얼마주고 샀어요?"

"이거 파주슈필에서 3만원에 샀던거 같아요. 음... 찾아보니.. 지금은 품절이네.."

드디어. 곽씨의 취향을 찾았습니다.

곽씨는 무자비한? 영향력 게임을 선호하더군요. 엘 그란데의 가격까지 물어보며, 심리전을 즐기는 곽씨의 표정이 매우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3,6,9 라운드를 마치고 각 지역마다 중간 점수를 얻는데, 그 때마다 플레이어들 간 점수가 엎치락 뒷치락 합니다.

곽씨의 역전극이 펼쳐지고 감탄과 환호가 터질때즘. 병원에 들렀다 온 고씨가 도착했습니다.

"와~ 이건 뭐에요?"

"자, 고씨 오면 다른게임 넘어갈라 했는데. 이거 너무 재밌어요. 일단 앉아요. ㅋ"

"캬~ 4인플? 대박 박터지겠다!"

강씨도 눈빛이 광기가 되어, 고씨에게 새로 룰 설명 해주는 동안 예시를 곁들이며 부연설명을 해주더군요.

그리고 이어서 엘그란데 4인플이 시작되었습니다.

4인플이 되니 정말 대환장파티입니다.

곽씨를 견제하면 강씨한테 견제가 들어오고, 자신을 공격하지 않은 고마움에 고씨는 강씨에게 시비를 걸어주는.. 다양한 개싸움이 여기저기 벌어졌습니다.

묘하게 무서운 미소를 띈 강씨, 곽씨와는 다르게 고씨는 게임이 너무 맵다며 힘들어 하더군요.

후반부 곽씨가 무섭게 추격해 왔지만 1등 점수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한 제가 우승하며 게임이 끝났습니다.

"와!!! 너무 재밌다. 진짜 고전 명작!"

"근데 이거 하면서, 그 티칼 느낌이 났어요."

"엇! 곽씨 예리한데요? ㅋ 이것도 티칼 작가이신 볼프강 크래머 할아버지가 만든 게임이에요."

엘 그란데는 고씨가 오기 전에 1시간 정도 떼우려 꺼낸 게임인데, 간단한 세팅은 물론 게임성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물론 고씨 취향은 아니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네요. ^^;

식사를 하고 이어서 오후에는 예정된 듄을 꺼냈습니다.

얼마전 '룡달'님께서 올려주신 자료로 알리에서 주문한 풀확장 매트가 도착했습니다. 정말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8759&tb=info_files

토요일 모임이 열리기 전날 회사에서 고씨, 곽씨와 모여 "듄 2:2" 팀전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었습니다.

하우스룰로 최대한 본 게임성을 해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 같은 팀끼리 책략카드 공유는 어떨까요.
- 전투시 개인전으로 한다? 팀전으로 한다? 보상은 어떻게 할까요.
- 행동칸에서 아군에게도 이득을 줄 수 있는 방향은 없을까요.
- 같은 팀끼리 자리 배치와 플레이 순서도 정해야 해요.

처음 시도해 보는 만큼, 최대한 밸런스를 망치지 않으면서 반 협동 게임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승리하는 기쁨은 두배로. 패배하는 슬픔은.. 아군탓으로 말이죠. ㅋㅋ

논의 끝에 몇가지 2:2 팀전 하우스룰을 정했습니다.

전투는 개인전이며 책략카드는 공유하고, 상단에서 돈 획득시 본인은 4원/아군은 2원/적군은 1원씩으로 조정. 각자 드레드노트는 1개만.

베네게세리트 선별 교배 행동시 아군도 카드한장 뽑는 메리트 추가. 게임은 누군가 12점 달성하면 끝나고 팀끼리 승점 합산 대결.

강씨가 듄 본판만을 너무 오래전에 해본터라, 룰 설명을 다시 하고 천천히 시작했습니다.

2:2 팀전은 강씨와 고씨가 한팀. 곽씨와 제가 한팀이 되어 진행했습니다.

게임 초중반 곽씨가 전투를 맡아주는 사이, 저는 스파이스를 모아 눈여겨 보고 있던 기술타일을 가져왔습니다.

- 기함 : 매 라운드 4원 내면 군사 3개 확보 -

"곽씨, 이제 이번 라운드는 내가 들어갈게요. 부대 충전하고 있어요."

"와.. 저쪽에서 지금 이씨가 병력이 많으니까.. (속닥속닥)"

"그럼 책략 카드 이거로??"

대충 동냥귀로 들어보니 느낌이 책략카드로 전투력을 보강하려나본데,'목소리' 카드로 '하이라이너'를 틀어 막으며 군사를 쏟아내자 강씨와 고씨는 전의를 상실하더군요.

이후 곽씨가 지속적으로 상단을 운영해 준 덕에, 매 라운드 익스 기술타일에 의하여 군사는 보충되었고.

전투는 저희에게 매우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강씨가 연구쪽으로 몰빵하며 점수를 내봤지만 너무 늦었어요.

결국 25:20으로 첫 게임은 곽씨와 제가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이거지! 이맛이지! ㅋㅋ"

"하아... 이씨, 책략카드는 각자 보유하는거로 해야겠어요. 팀 공유로 했더니 4장 넘어가면 뺏어갈까봐 더 먹질 못하겠어요."

"그게 맞는거 같아요. 뭐.. 지금 4시 넘었는데 강씨 하고 싶다던 팬암으로 넘어갈까요?"

"아니요! 듄 한번 더 하시죠! 리벤지 가야죠."

듄 풀확장 홀릭에 빠져든 강씨는 전의를 불태우며 '듄 한판더!' 를 외쳐댔습니다.

좋아. 도전은 받아주는 것이 인지상정!

빠르게 셋팅하고 팀은 유지한채 두번째 2:2 팀전을 시작 했습니다.

캐릭터 카드는 2장 받고 1장씩 고르는 것으로 했는데, 동시에 오픈해 보니 고씨는 '레토 아트레이데스', 저는 '블라드미르 하코넨'을 선택했네요.

아트레이데스 대 하코넨이라... 이때부터 뭔가 불안하기는 했습니다. ㅋㅋ

고씨가 선택한 '레토 아트레이데스'는 초록색 영역에서 비용 지불할때 1원씩 할인받는 능력이 있더군요.

이걸 이용해서 매 라운드 '멘타트'를 1원만 내고 가져가서 사용하는데, 정말 멘타트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판이었습니다.

"일단 저는 멘타트부터 가져가오겠습니다. 1원 내고~ 카드도 한장 뽑고~."

"아! 저 짓을 막아야 해요, 곽씨. 라운드 선턴 가져오면 우리도 멘타트부터 챙깁시다."

"그러기엔 2원이 너무 비싸요.. 아.. 그리고 저 이번 라운드 카드운 망했어요..ㅠ"

고씨는 멘타트에 이어서 불멸 확장 베네틀라이락스의 '뒤틀린 멘타트' 까지 챙겨가더군요.

- 뒤틀린 멘타트 : 이번 차례에 보낸 에이전트 회수 가능 -

다들 공개 차례를 마친 후에도 고씨의 에이전트 차례는 끝이 안납니다.

멘타트='추가턴' 으로 게임의 상황을 다 파악한 후에 조치를 취하는게 가능해지네요.

두번째 판은 완벽한 저희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다시 느끼지만 듄은 정말 게임성이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게임의 테마와 메커니즘 간의 개연성을 가장 중요히 생각하는데, "Paul Dennen" 작가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게임이 끝나자 저녁 8시가 넘었고, 와이프가 배고프다며 피자 시키라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ㅋㅋ

팀원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진행하다 보니, 플레이 타임이 3시간을 넘어가더군요.

강씨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곽씨와 고씨는 늦은김에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졌습니다.

정말 간만에 빡세게 달렸네요.

이날 밤에는 지난 후기까지 올려놓고 쓰러져서 다음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ㅎㅎ

5월 26일. 금요일.

이 날은 회사 노조 창립기념일이라 다같이 쉬는 날입니다. 다들 와이프들에게는 회사 출근한다고 하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ㅋ

아침 8시 30분. 가장 먼저 고씨가 도착했습니다.

"봤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에요. ㅋ 시간 엄수. 응? 곽씨 뭐 일찍 온다면서요. ㅎㅎ"

"곽씨 전화 안되요. ㅋ 걸어오느라 진동을 못 느끼나.. ;; "

"아이고. 이 양반 자고 있을수도 있어요. ㅋㅋ"

항상 일찍 오던 곽씨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때맞춰 곽씨와 임씨가 도착했습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오더군요. ㅎ

첫 게임은 빌리지입니다.

얼마전 아스모디에서 디자인 리메이크 빅박스로 다시 나오긴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고전 아트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몇 달전 '실망한 중대장'님께 중고 거래로 구했는데, 오거나이저에 상태도 너무 좋고 박스 안에 한글 요약룰까지 넣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빌리지는 2011년 유명한 브란트 부부(Inka Brand & Markus Brand)가 디자인 한 게임으로, 2012년 SDJ 독일 올해의 게이머 게임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갖춘 고전 명작입니다.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들 아시다시피 '미플의 죽음' 이죠.

동화같은 일러스트에, 게임은 우리 인생의 여러 면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테마를 갖추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죽음을 포함해서요.

플레이어는 가족 구성원 미플들을 운영하게 됩니다.

마차나 쟁기 제작소, 마굿간이나 양조장 등 다양한 공방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정부나 교회에서 직책을 갖기도 합니다.

아! 물론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여행도 떠나고 술도 마십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1세대 미플부터 차례로 사망하여 무덤으로 가는데, 무덤에는 2가지 종류가 있지요.

후손에게 이름을 남기게 되는 명예의 전당?과 일반 공동묘지입니다.

게임은 명예의 전당이나 공동묘지 자리가 꽉 차면 종료 트리거가 되는데요.

다양한 곳에서 승점을 얻을 수 있지만, 명예의 전당 무덤 점수의 비중이 꽤나 크게 작용합니다.

즉, 명예의 전당 무덤에 누워 있는 미플 갯수가 많을수록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요.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결국엔 승점 파이 나누기로 다른 플레이어보다 먼저 무덤 자리를 선점해야 하는 경쟁 요소입니다.

"흐음... 소랑 쟁기 있어야 농장 효과가 좋구나. 좋아 외양간에 취직할게요. ㅎ"

"저는... 음... 여행가려면 돈이 필요하네... 돈은 어떻게 구해요?"

"곡식팔아서요. ㅎㅎ 싸구려 선장이라도 데리고 떠나요~."

빌리지에는 돈/곡식/소/말/맥주/양피지/쟁기/마차 등 다양한 유형 자원과, 추가로 믿음/협상/기술/지식 등 무형 큐브자원이 존재합니다.

자원의 종류가 많은 만큼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이게 어디에 쓰이는 물건이고...'

그런데 이 모든 자원들은 다양한 액션에 서로 맞물려서 기가막힌 개연성을 만들어 냅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해당 액션과 필요 자원의 관계가 이해가 가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요.

그리고 한가지 더 재밌는 점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간' 이라는 자원입니다.

가령 소가 필요한 경우, 곡식 3개를 지불하여 소를 사올 수도 있지만 '시간'을 지불하여 외양간에 취직하면 소를 생산?해 낼수 있습니다.

어떤 비용이 더 이득인지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비용으로 '시간' 자원이 소모됩니다.

이로 인해 게임 초반에는 저를 포함하여 모두가 느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와C 쟁기 하나 생산했는데... 벌써 반도 더 살았어... ㄷㄷㄷ"

"와... 이렇게 금방 죽는거에요? 교환으로 사야겠네.."

"어차피... 죽어. 죽을거 명예의 전당으로 보내려면 죽을 장소나 봐두는게 나아요."

"아! 맞네. 그래 어차피 죽어..."

곽씨는 여행과 의회쪽으로 미플을 보냈고, 고씨는 교회만 집중했습니다.

임씨는 교회와 마켓에서 승점을 챙겨갔고, 저는 여행과 술집을 다니며 돈을 모아왔습니다.

각자 마을 곳곳에서 활동하며 승점 트리를 구성할 때, 곽씨의 미플이 공동묘지를 채우며 게임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점수를 계산하니 신기하게도 다들 다양한 곳에서 점수를 챙겨왔는데, 막상 점수 차이는 고만고만 했습니다.

우승은 장날이 열릴때마다 꾸준히 마켓에서 승점을 쟁여놓은 임씨가 가져갔습니다.

게임은 끝나자 2시간 정도 지나 있더군요.

"벌써 끝이에요? 와 너무 아쉬운데??"

"원래 이렇게 짧아요?? 이제 좀 뭔가 해보고 싶었는데..."

"하아... 난 여행에서 가져온 코코아랑 찻잎 팔지도 못했어요."

"와~ 근데 진짜 시간 워프다. 짧게 느껴지는데 우리 2시간도 넘게 했어요."

빌리지는 저도 와이프랑만 2인으로 해봤지, 이렇게 4인 플레이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게 구해온 코코아와... 찻잎만 팔았어도... 1등 했을거 같은데. 못팔고 끝나서 꼴지했습니다. ㅠ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이 기분.

빌리지 정말 명작이네요.

점심으로 다같이 햄버거를 시켜먹고 다음으로 꺼낸 게임은 요즘 홀려 있는 듄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후기는 듄이 메인이네요. ^^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듄은 당분간 디폴트로 모임마다 매번 할 거 같아요. 너무 재밌습니다.

임씨는 지난번 불멸 확장까지 껴서 한번 돌렸던 이력이 있어서, 간단히 룰만 리마인드 하고 바로 시작했습니다.

이번 팀전은 고씨와 곽씨가 한팀. 저와 임씨가 한팀이 되었습니다.

"지난번 강씨 있을 때 해보니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긴거 같아요."

"그러면 12점 말고 10점 도달로 줄여서 갈까요?"

"드레드노트도 각자 2개씩 다 쓰는거로 가죠."

그리고 시작된 첫 게임.

게임을 시작한지 2시간도 안 되서 엎치락 뒷치락 하며 올라가다가 고씨가 '스파이스는 흘러야한다' 카드를 사며 10점을 달성했습니다.

고씨와 곽씨의 갑작스런 승리로, 다들 어리둥절해 하며.. 감흥도 없네요. ㅋㅋ

"이건 아닌거 같어..."

"그... 그렇죠? ㅎㅎ 저도 10점 내면서 좀 민망하네요. ㅋ"

"12점 내기로 다시 가시죠."

바로 이어서 듄 2차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임씨가 선택한 캐릭터는 '아리아나 소르발드'로, 인장 효과로 인해 물을 얻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게임 초반 임씨는 '사이야디나' 카드를 구입하더니 이후 완전히 플레이 방향을 잡았습니다.

프레맨족의 여사제를 의미하는 '사이야디나'는 물만 있으면 승점을 낼 수 있는 카드입니다.

임씨는 보드판의 프레멘 '스틸슈트'나 '시치 타브르' 에서 물을 확보했고, 이후 사이야디나 카드가 손에 들어왔을때 승점으로 바꿔먹었습니다.

이걸로만 3점은 얻은거 같더라구요. 아군이라 다행이라 싶었습니다. ㅎㅎ

그 사이 고씨는 이전 모임에서 활약했던 기함 기술카드와 뒤틀린 멘타트를 챙겨가더군요.

이제는 다들 익스의 기술카드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능력인지 알 정도로 능숙해졌습니다.

게임 중 전투는 드레드노트 두개를 선점한 제가 거의 커버를 쳤는데, 매 라운드 승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제 병력이 약한 라운드에서는 임씨가 책략카드까지 다 써가며 공동 2등으로 상대팀이 1등 승점 보상을 못 먹도록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전략이 먹혔습니다.

못 이길 것 같은 전투도 제가 하이라이너를 선점하며 역전을 이뤄내자 임씨는 책상을 두드리며 기뻐하더군요.

'크~ 찐 아군이다!'

저와 임씨의 캐미가 터지는 동안, 곽씨와 고씨는 전략을 주고 받으며 진심을 다했습니다.

"저 상단 들어갈게요."

"엇! 고씨 상단은 제가 들어가면 안될까요?"

"아! 곽씨 필요해요? ㅇㅋ 내가 다른데 갈게요."

고씨 다음 차례는 곽씨가 아니라 임씨입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임씨는 고민 없이 상단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러자 곽씨의 한숨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아... 저 이제 에이젼트 갈 곳이 없어요... 아아... 공개할게요."

"응? 무슨 소리에요 그게?"

곽씨가 공개차례를 가지는데, 손에 쥔 카드가 전부 노란색 세모들입니다.

마지막 남은 노란색 세모 칸인 '상단' 칸은 방금 전 임씨가 들어가 버렸네요.

"아니 이 사람아... 여기 저기 들어갈 수 있도록 카드를 골고루 사야지. 비용은 높은데 다 노란 카드구만..."

"흐흐 나이스!"

곽씨는 매 라운드 덱빌딩을 잘못했네요. ㅎㅎ

이후 고씨와 곽씨는 정보가 새어 나간다고 카톡으로 대화를 하더만, 그렇다고 승패를 뒤집을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베네 게세리트 동맹을 챙겨가며 제가 12점을 달성했고, 23:14로 저와 임씨팀이 크게 이겼습니다.

듄은... 그냥 최곱니다. 현재 긱순위 10위까지 올라왔네요!

이제까지 보드게임 하면서 테라포밍마스, 브라스버밍엄, 벚꽃결투에 심하게 빠졌었는데.

요즘에는 불멸이후 듄에 완전히 홀릭상태입니다.

듄은 올해 11월에 듄 파트2 영화가 개봉 예정이고, 예고편도 올라와서 너무 너무 기대가 되네요.

게임이 끝나자 5시가 넘어서 곽씨는 먼저 일어났고, 오리지널 초창기 멤버인 고씨와 임씨는 오랜만에 남아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1박2일로 보드게임하러 여행가면 진짜 재밌을거 같아요."

"전략 돌리다 피곤하면 들어가 자다 나오고, 밤에는 밤새 티츄 돌리고? ㅋㅋ"

"흐흐 대박이다. 그러고 아침에는 라면!"

"엇! 그렇다면 또 설거지를 위한 2:2 듄?"

"와씨 진짜 피터지겠닼ㅋㅋㅋㅋ"

다들 유부남에... 남자들끼리 여행가기에는 하늘에 별따기겠지만, 상상만 해도 티키타카가 되어 너무 재밌네요.

6월에는 3일날 집모임, 5일날 톡방 안씨네 모임, 10일날 의씨가족 모임, 17일날 테니스 시합으로 매주 바쁠 예정입니다.

보드게임 모임이 자주 열리는만큼 6월 후기도 나누어 올리게 될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매번 긴 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재밌는 보드라이프 즐기셔요~!

추신)

듄 2:2 하우스룰에 적용할만한 아이디어 좀 던져주세요~ ^^

세레니시마는 확실히 팀전이란 느낌이 드는데, 듄은 아직 개인전 느낌이 강하네요. ㅠ

서로 협동될 수 있을만한 요소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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