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글로리 그래픽 제작 후기
안녕하세요 양봉꾼 잨씨입니다. (자꾸 직업이 바뀜...)
텀블벅에 올라가있던 허니글로리가 100% 펀딩이 되어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분이 워낙 컴포품질과 종이 제질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터라(EX: 무조건 꿀병이 정말로 들어 있어야 해요!), 펀딩으로 갈 수밖에 없으셨다고 하네요. 클라우드 펀딩판은 그 말마따라 컴포를 전부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계시니, 그 이후에는 그런 버전이 없을수도 있어요. (재판품은 목재로 바꿔 나오거나...) 그러니 관심있으신 분은 늦지 않게 꿀병을 얻으시는 게 좋겠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래픽을 작업한 본인으로, 몇가지 작업에 대한 여러가지 후기? 같은 잡다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게임은 양봉업이었는 데, 이미 수많은 테스트와 피드백 입력을 통해 게임이 다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이나 테마를 입히는 게 오히려 더 쉽더라고요.
친밀감을 올리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드렸는 데, (농장 동물을 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세-봉건시대의 동물 복식 등등)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 받아주시더라구요. 해서 여러모로 편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거의 모든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을 수작업으로 시작합니다. 샤프스케치부터 말이죠. 구식이긴 하지만 스캔을 하여 그 위에 색을 입히고,
연필선 등을 '일부로' 남겨두는 편입니다. 말랑말랑하고 탱글탱글하고 보드라운 살결...같은 작업보다는 그 작업 과정이 다 들어나는 그래픽을 선호하거든요.
때문에 제가 보통 만드는 그래픽들은 날카롭고 투박하기도 합니다. 거의 완성도보다는 개성으로 밀고나가는 거겠네요; ㅎㅎ;;
(주인공이었으나 자리에서 밀려난 고양이 귀족 캐시. 각각의 동물들에게 직업들과 배경 이야기들도 있다고 해요.)
동물을 그려드렸을 때는 정말 내외분께서 즐겁게 이야기도 만드시고 어떤 인물들일까 탐구하시는 게 정말 멋졌습니다. 나중에 페스타가서 이름까지 제대로 지어서 나온 걸 보니 그냥 '아 쟨 말이니까 야생마로 하자'식의 작명이 아닌, 정말 자식 이름을 지어주시는 것처럼 고심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특히 게임을 같이했던 꼬마 친구가 이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너무 좋아했던 터라 저 역시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네요.
게임 맵은 상당히 자세하게 만들었습니다. 전 중앙으로 2번 접히는 걸 예상하고 박스 크기 계산해서 만들었었는 데 뭔가가 안 맞더라구요 ㅋ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2번 접히는 게 병풍처럼 접히는 것이더라구요. 계산 잘못했다! 하면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들판에 상자들을 옮겼었네요. 맵을 보시자마자 바로 3D 프린터로 꿀상자를 만들어서 보여주시더라구요. (3D 프린터가 부러웠다.)
꿀상자가 왜 무슨 형태가 아니냐, 져형태가 맞냐...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 데, 그냥 저렇게 그렸습니다. 모델들도 꽤 많고, 뭔가 중세 느낌도 나야하는 데 토큰은 네모나야 하고... 하다보니 상자가 그렇게 나왔네요 ㅋㅋㅋ
날씨 카드를 그릴때만 해도 '이게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나...'했는 데 작가님말로는 비가 상당한 인터렉션과 방해공작을 준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인상 드럽게' 그렸죠.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 비 카드 때문에 제 양봉일이... (...) 약오를 정도의 인터렉션을 주는 비구름 녀석입니다. 카드로 나온 걸 보고 게임을 해보니 정말 녀석... 넌... 정말...
다음은 UI! 레이아웃 유저 인터페이스는 플레이어에게 해당 표식이나 설명을 보여주고 그 규칙과 게임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겠죠.
보드게임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죠.
설계도로 주셨던 부분입니다. 내용인즉, '시장에서 명성을 써서 꿀을 [구매]할 경우, 꿀 하나하나의 가치가 올라 전체 시세가 오릅니다. 가공품 1개를 팔아서 명성을 4 올려도, 꿀의 가치가 올라 전체 시세가 오릅니다'라는 거였습니다. 이걸 UI로 잘 살려야 했어요.
처음에는 1개만 알아듣고, '가공품을 1개 팔면, 명성이 4 오른다'라는 것만 넣었어요. 어차피 해당 박스 자체가 '시세오름' 박스라 시세가 오른다는 내용을 넣을 필요는 없었고요. 하지만 명성을 팔아 꿀(가공품이 아닌)을 사도 같은 상황이 된다는 걸 듣고는 다시 수정을 했습니다.
위의 상태로 말이죠. 여기 네모 박스에 있는 활동을 하면 '시세가 오릅니다'. 그 활동은 2가지로, 명성을 팔아 시세에 맞는 꿀을 사거나, 꿀 가공품을 팔아 명성4개를 얻는다...라는 것이죠.
이런식으로 UI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완전히 완벽해지지도 않고, 적당히 잘 처리해야 하는...;;
위는 박스 디자인입니다. 변태같은 사이즈죠 ㅋㅋㅋ 그래도 어차피 이 사이즈를 쓸 꺼면 잘 제작해보자, 기왕이면 이쁘게!
그런고로 박스도 엄청 신경써서 작업했습니다. 나무 벽 여기저기에 글씨도 적혀 있어요 ㅋㅋ (아마 같은 박스 크기 게임 4개를 모으면 일반 보드게임 1개를 타워형으로 세워놓은 높이랑 맞춰진다는 소리가...)
특히나 벌통을 열면 속에 꿀이 한가득하다는 컨셉이 재밌어서 즐겁게 작업했네요.
서둘러 게임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_+
이상 주저리주저리 그래픽 작업 후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