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3년 4월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오늘은 2023년 4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이야기입니다.
샤즈 오브 인피니티 (2인)
보라 글을 읽다보면 대부분 보드게이머분들이 덱빌딩 게임 하나 정도는 구비해두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카드로만 하는 덱빌딩 게임 하면 대부분 도미니언, 어센션, 스타렐름, 히어로 렐름 정도를 하실 것 같은데… 저희집에서 같은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샤즈 오브 인피니티 입니다. 스타렐름 / 히어로 렐름처럼 상대방의 체력을 먼저 깎아내서 승리하는 게임인데요, 큰 게임 플레이의 줄기 자체는 스타렐름과 거의 동일하구요, 캐릭터마다 경험치의 역할을 하는 마스터리 개념이 있어서 마스터리가 올라가면 카드의 효과가 올라가는 점, 그리고 마켓에서 카드를 구매해서 1회성으로 사용하고 게임에서 제거하는 용병 개념으로 다른 게임과의 차별점을 둔 게임입니다. 저는 확장도 전부 소유하고 있는데 “구원의 그림자" 확장을 끼면 협력모드로도 플레이 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다만 한글화가 안 된 게임이고, 아마 앞으로도 한글화 될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굳이 한글화까지 해서 플레이하기에는 이미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대체재가 많아서 보라에는 글도 많지가 않네요.
이 날도 아들과 1:1로 플레이를 했는데 지난번 게임에서는 빠르게 마스터리를 올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고효율 저코스트 카드로 초반부터 계속 공격한 아들에게 처참하게 졌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로 제가 공격 카드를 초반부터 구매하고 아들은 회복과 소환물 위주로 덱을 짰네요. 중반까지만 해도 제 자잘한 공격을 아들이 계속해서 회복하고 저한테 짤딜이 들어오면서 제가 밀렸지만, 덱이 적당히 완성된 후에 두 턴 연속으로 제가 크게 데미지를 넣은 덕분에 역전승으로 게임을 끝냈습니다.
캐스캐디아 (2인)
보드게임 얘기는 아닙니다만, 5월달에 슈퍼 마리오 영화가 나와서 대박을 쳤죠. 영화가 개봉한 주 바로 주말에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 + 엄마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저는 친구 집에 놀러가서 보드게임을 간만에 즐겼습니다. 오랜만에 게임할 생각에 들떠서 게임을 이것저것 챙겨갔는데, 친구가 아직 캐스캐디아를 플레이 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우선 친구집에 있는 캐스캐디아부터 2인플로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타일놓기 게임만 놓고 보면 캘리코가 더 취향입니다만, 그래도 둘 중에 뭘 콜렉션에 놓을래 하면 캐스캐디아를 고를 것 같아요. 캘리코는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과 즐기기엔 점수내려면 고민할 거리가 너무 많거든요. 지난달 후기때도 느꼈지만 아마 퍼즐형 타일놓기류 게임중에는 이게 제일 스탠다드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세팅도 간단하고, 룰이 너무 어렵지는 않아서 처음 하는 사람도 일정 이상 점수내기 좋고, 하지만 또 고득점을 내려면 머리를 더 써야하고… 저도 하나 구매해야 할까요?
필름을 감아 (2인)
이번에 놀러간 친구는 제가 보드게임을 먼저 소개시켜주고 이젠 본인도 작은 사이즈의 카드게임 위주로 보드게임을 모으면서 즐기게 된 케이스인데요, 캐스캐디아 플레이가 끝난 후에, 카드게임 중에서도 머리를 많이 쓰는 게임이 해보고 싶다길래 소개시켜 주려고 꺼낸 필름을 감아 입니다. 지난번에 아이들과도 플레이 해보고 이번에도 플레이 하면서 느낀건데, 처음에 룰 설명만 듣고 나서는 어떤 느낌으로 게임이 돌아가는지 바로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게임인 것 같아요.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4~5턴 정도 플레이를 해 보고 중간에 게임을 접고 다시 시작했어야 했네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감점카드에 고통받으면서 즐겁게 두 게임 연속으로 플레이 했습니다. 친구가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어 했었는데 아쉽게도 캐나다에서는 이제 또 재고를 구하기가 힘들어 보이네요.
스타트업스 / 덤불 속 (4인)
필감이 끝난 후에 비티컬처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셋업을 마치고 룰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룰 설명 도중에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과 엄마들이 집에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게임을 정리해야 했네요ㅠ 1월에 구매했는데 아직도 개봉노플인 비티컬처… 너무 하고 싶습니다ㅠ 요즘에 게임 할 시간이 줄다보니 게임 자체 플레이 숫자도 줄었지만 새로운 게임을 하기는 더더욱 힘든 것 같아요. 룰 성명까지 하려면 시간이 너무 들다보니 어느새 개봉노플 게임이 5개도 넘어가는 것 같네요. 한두번 플레이 후 오랫동안 플레이 못 한 게임들은 말할것도 없구요…
하여간 두 가족이 식사 후에 친구가 구매한 보드게임들이 있다면서 게임들을 들고왔습니다. 그런데 약 11개? 정도의 오잉크 게임들을 구매했더라구요. 오잉크 게임들이 작고 휴대성이 좋으면서도 게임성도 괜찮은 편이라서 저도 관심있게 보던 게임들인데, 이렇게 여러 게임을 한번에 보니 신기하더군요. 덕분에 저도 평소에 궁금했던 게임인 스타트업스를 해볼 수 있었고, 친구가 고른 게임인 덤불속 도 플레이 했습니다. 와이프들도 함께!
다같이 게임을 마친 후에 친구가 내린 평가는 “게임이 재밌긴 한데 본인이 생각한 만큼 머리를 써야하거나 빵 터지는 게임은 아니었다" 라는 평을 내렸네요. 제 평가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스는 포세일 대신에 접대용 게임으로 하나 들여놓으려고 고민중이었는데 이번에 플레이 해 보고 포세일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산토리니 (2인)
아들과 2인플로 산토리니를 즐겼습니다. 셋업부담 없이 빨리 플레이 할 수 있으면서도 추상전략답게 고민할 거리가 많고, 추상전략이면서도 게임 컴포가 너무 이뻐서 추상전략 느낌이 많이 나지않는 좋은 게임이에요. 이번에도 각자 신 카드를 3장씩 고르고, 한 게임당 신 하나씩 쓰면서 3판 2선승제로 플레이를 했는데, 마지막 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졌습니다..ㅠ 산토리니를 산지 3~4년 정도가 된 것 같은데 처음 구매했을 때는 아들과 열 게임을 플레이하면 적당히 플레이해도 거의 9~10판은 제가 이겼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플레이해도 이기기가 쉽지가 않네요. 이럴 때 아이들이 커가는 게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플레이 해야겠네요.
테라포밍 마스: 아레스 익스페디션 (2인)
아들과 협동모드로 테포마 아레스 익스페디션을 플레이했습니다. 아레스 익스페디션은 테포마 게임에서 메인 보드에 해당하는 액션을 대부분 제거해 버리고 카드게임으로 컨버전한 게임이죠. 처음 게임이 나왔을 때 테라포밍마스랑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섞은 게임이다 라는 소감이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너무나 유명한 게임들이지만 저는 아직 두 게임 모두 플레이를 해 보지 못해서 저에겐 이게 첫 테포마 경험이 되겠네요.
예전에 리뷰를 보기로는 엔진빌딩에서 오는 재미는 본판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협동모드로 플레이를 해 보니 제대로 엔진이 준비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더라구요ㅠㅠ 저는 작년에 솔로모드로 플레이를 해 본 후 두번째 경험이었고 아들은 초플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딱히 엄청나게 엉망인 플레이가 나오진 않았던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요… 바다 산소 온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바꿔보지도 못한 채 화성개발 계획은 처참히 실패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ㅠ 게임 자체의 플레이는 재밌었기 때문에 한번 더 플레이를 해 보고 싶은데 언제나 가능하게 될지는 의문이네요.
리빙 포레스트 (2인)
2022년 올해의 전문가 게임 수상작 리빙 포레스트입니다. 상당히 라이트한 전략게임인데 3가지 승리조건과 4가지 액션의 조화가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룰은 간단하지만 덱을 펼치는 과정에서 약장수처럼 카드가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파티성도 어느정도 있고, 잔룰을 다 쳐내고 직관적인 액션들이 서로서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참 좋습니다. 2인플 기준 한가지 승리조건에만 몰빵하지 않고 최소 2가지 승리조건은 초중반까지 깔짝거리면서 투자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플레이 전에는 화염토큰 모으는 승리조건이 강력하다고 들었었는데 저는 아직 얼마 못 해봤지만 아직까지는 나무 액션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화염토큰이나 연꽃 승리조건에 비해서 승리조건을 모으면서도 계속해서 패시브로 능력치를 추가해주는 나무가 좋은 것 같아서 나무를 적당히 지으면서 연꽃이나 화염토큰을 추가로 노리는 게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같은 액션을 두 번 수행할 수 있는 바람 액션도 게임을 하면 할수록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물론 저는 화염토큰을 모아서 이기긴 했습니다만... 나무를 열심히 모아서 패시브로 물과 바람 자원을 쌓아놓은게 정말 쏠쏠했네요. 2월에 해보고 두번째로 플레이해봤는데 저에게 아직까지는 느낌이 참 좋은 게임입니다. 첫째가 둘째한테도 게임을 가르쳐놨던데 3인플 이상으로 플레이를 해보고 싶네요.
랫어탯캣 (4인)
4월말즈음에 아이들의 한글학교에서 미술클럽이 있는 건물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학교에 조금 일찍 도착할 상황이 되어서 미리 가서 아이들과 랫어탯캣을 플레이했습니다. 보드게임 유전자가 강력한 지인분의 아들친구도 껴서 첫째 막내와 함께 4인플로 플레이를 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전략보드게임을 하는건 아이들이 부모들이랑 놀아주려고 하는건가봅니다. 간단하고 운요소가 엄청 강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아이들이 너무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별개로 지인분께서 아들이 플레이 후에 이 게임을 사달라고 하신다고 구매처를 물어보셨는데 지인분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시기 때문에 저는 페이퍼 사파리를 추천드렸네요. 아 갖고싶습니다. 페이퍼 사파리..ㅠ
2023년 4월에 플레이한 게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달에도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질 못했네요. 특히 아쉬운 점은 전략겜을 못돌려서 너무 안타깝고, 첫째랑은 종종 게임을 했는데 둘째 막내랑은 거의 플레이를 못했군요. 후기글을 남기면서 한 달을 돌아보면 이렇게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게 좋은 것 같아요. 평소같으면 바쁘게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기 바쁠텐데, 후기글을 남기다 보면 아이들이랑 더 시간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5월달에는 정말로 더 많은 보드게임을 즐기고 더 긴 후기글로 찾아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