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머신 리뷰 + 검증기 예시
최근 보드엠에서 출시한 보드게임 튜링머신 리뷰와 함께, 가장 헷갈리는 검증기에 집중한 플레이 방법을 적어봤습니다. 맨 마지막에는 세 줄 요약을 포함했습니다.
<출처: 튜링 머신 보드게임 긱 페이지>
1. 튜링 머신 이란?
튜링 머신이라는 단어 자체는 수학자 앨런 튜링이 고안한 가상의 기계로, 현대 컴퓨터의 시초격인 이론입니다. 테마적으로 검증기는 프로그래밍에서의 함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구멍 뚫린 검사지는 옛날 프로그래밍에서 사용하던 천공 카드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출처: 위키 백과>
2. 플레이 요약
튜링 머신에서 플레이어는 임의의 숫자 조합을 하나 만들고, 이를 각 검증기에 넣어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비교 결과는 항상 ‘참’ 혹은 ‘거짓’이 나오며, 모든 검증기에서 ‘참’이 나오는 하나의 숫자 조합을 먼저 찾는 플레이어가 게임의 승자가 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각 검증기가 정확히 어떤 조건을 검사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목표는 여러 숫자 조합을 시도하며 각 검증기마다 적혀있는 2 ~ 9 개의 조건들 사이에서 정확한 조건을 알아내는 것이 됩니다.
매 라운드 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숫자 조합을 1 ~ 3 개의 검증기에 시도해볼 수 있으며 여기에서 얻은 결과로 각 검증기의 조건을 정확하게 좁혀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정답을 알아내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며, 만약 동시에 알아냈다면 검증기를 가장 적게 사용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3. 게임 플레이
정답 숫자를 맞춘다는 점에서 숫자야구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게임의 진행 자체는 숫자야구나 여타 디덕선류의 게임들과 많이 다릅니다. 이런 부분이 게임에 익숙해지기까지의 허들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튜링 머신의 고유한 재미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검증기’를 맞추는 것 입니다. 검증기의 조건을 모두 안다면, 숫자 자체는 1 ~ 5 밖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대입 및 소거법으로 정답 숫자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떤 숫자 조합을 사용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검증기의 숫자를 찾을 수 있을지가 됩니다.
한 라운드에 시도할 수 있는 검증기는 최대 3 개 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숫자를 고를 때 정답에 가까운 숫자를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한 3 개의 검증기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숫자를 계산적으로 골라야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검증기는 검사 결과에서 ‘참’이 나올 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는 정답에 가까운 숫자 조합을 많이 포함해야 하는 운 요소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운 보다는 최적의 답으로 가는 길을 계산하는 게임에 가까워집니다.
4. 장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튜링 머신의 고유한 매커니즘 입니다. 숫자를 조합하면 빈 칸이 생기고, 해당 칸을 대입하면 풀고 있는 문제의 정답이 나오는 부분은 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앱을 사용하는 디덕선류 게임들이 많은데,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또한 이러한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튜링 머신 이라는 테마와 잘 어우러집니다.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요, 게임의 베스트 플레이 인원이 1인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간의 인터렉션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서도 게임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 개수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혼자 스도쿠나 퍼즐 풀이 등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단점
일단 많은 분들이 꼽으시는 세팅의 번거로움 문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각 문제를 풀 때마다 검증기 카드와 비교 시트를 합쳐 최소 8 장 이상의 카드를 더미에서 골라내야 하며, 문제의 난도를 높일 수록 세팅 시간도 늘어납니다. 문제가 끝난 후에도 다음 플레이를 위해 다시 순서대로 있던 자리에 넣어야 하는데 플레이가 허무하게 끝났다면 세팅 및 정리의 괴로움도 커집니다. 몇 번 하다보면 그냥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튜링 머신은 검증기의 조건을 찾는 게임이기 때문에 논리 추론 퍼즐을 기대했던 제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변형 규칙도 결국 검증기의 조건을 더 찾기 어렵게 하는데서 그칩니다. 검증기의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도 추리나 논리 풀이 보다는 경우의 수를 줄이는 소거법에 가깝습니다.
6. 검증기 예시
만약 1 ▵ 2 ☐ 3 ◯을 위 검증기에 넣었을 때 결과가 ‘참’ 이 나왔다면 현재 입력한 숫자가 검증기의 조건에서 ‘참’ 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검증기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둘 중 하나가 됩니다.
그 다음은 2,3,1 같이 두 조건 중 하나에만 해당되는 숫자를 대입해 해당 검증기의 정확한 조건을 하나로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2,3,1의 결과도 ‘참’ 이라면 검증기의 조건은 ‘세모가 네모 보다 작다’ 가 될 것이고, ‘거짓’이라면 해당 조건이 제거되고 소거법으로 정확한 조건은 ‘세모가 동그라미 보다 작다’ 가 됩니다.
만약 처음 1,2,3을 대입했을 때 ‘거짓’이 나온다면, 반대로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조건만 제거됩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어떤 숫자를 넣는 지에 따라 제거할 수 있는 조건의 수가 달라지므로 운 요소가 있습니다.
검증기 결과에서 중요한 점은 제거한 검증기의 조건은 정답과는 무관 하다는 점 입니다. ‘세모는 동그라미와 같다’ 라는 조건을 검증기에서 지웠지만, 정답은 세모와 동그라미의 숫자가 같을 수 있습니다. 해당 검증기가 그러한 조건을 검사하는게 아니라는 뜻일 뿐 입니다. 따라서 지워진 검증기의 조건은 아예 계산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7. 세 줄 요약
1. 모든 검증기에서 ‘참’이 나오는 숫자 조합은 반드시 존재하고,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2. 숫자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검증기의 정답을 찾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3. 1 인플 베스트라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