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게임들 간략 후기
안녕하세요? 리클러스입니다.
- 언락 1-4
언락 1-4편을 작년에 합본 세일할 때 구매해뒀어요. 언제 시작하냐?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라며 그 동안 계속 간만 보다가 대략 한 달 정도 전에 시작을 했습니다. 부지런히 한다고 했는데 4편까지 12개의 시나리오를 모두 진행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네요. 아, 언락은 플레이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시간 제한이 있기도 해서 사진 찍을 여력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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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나보다 잘 찍는데?)
저와 아내, 그리고 아이까지 모두 재밌게 플레이 했습니다. 아이는 추리를 거의 도와주지 못했지만 긴박하게 카드를 찾고, 펼치고, 지시를 따르고, 어플을 만지는 그 무드가 되게 좋았나봐요. 그리고 카드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쓰인 숫자들을 정말 잘 찾더라고요. 저와 아내는 둘 다 노안이 와서 잘 안 보이더군요 으으으. 특히 천일야화 시나리오 중에 한 장은 아예 안 보이던데요?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알고 보는데도 아예 보이지가 않아요. 이 정도면 토비콤을 함께 넣어주셔야...... 아무튼 아이가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언락하자고 조르더라고요.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저희가 뽑은 가장 재밌었던 시나리오는 오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물 속에서 탈출하던 시나리오도 재밌었습니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제외하고는 만점을 받은 시나리오는 없었고, 힌트 없이 클리어한 시나리오도 없었네요. 시간제한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지나치게 길어지면 한계를 인정하고 힌트를 보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어플 작동은 아이가 맡아서 했어요. 암호를 누르거나 장치들을 작동하면서 되게 즐거워하네요. 자신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나봐요. 게임하는 동안 너무 귀여웠어요.
5-6편 특가를 놓쳤는데 어찌할까 고민 중입니다. 열심히 달렸으니 조금만 쿨타임을 가지고 다음 행사를 기다릴까봐요:)
- 펭귄 얼음 깨기
룰렛이 없어져서 요즘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홀수는 하얀 타일 하나, 짝수는 파란 타일 하나를 깹니다. 아이의 손끝도 점점 야무지게 변해가는데다 하나씩 깨다보니까,
...... 제 차례입니다.
- 드래곤 스트라이프
심플하고 괜찮은 고전이죠. 아이와 하기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 상대에게 바톤 터치를 하는 요소가 있죠. 아이가 이 부분을 잘 조율하지 못하네요. 저희 딸에게는 쉽지 않은 요소인 것 같아요. 블러핑 게임을 하다가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울어버리는 아이를 본 경험이 있는데,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 라비린스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게임.
이 게임은 매번 할까말까 망설이는 게임입니다. 막상 시작하면 재밌게 합니다만 어려워하는 표정이 보여요. 그래서 몇개의 보물을 찾을지 미리 정하지 않고, 임의로 카드를 추가하면서 적당한 수준까지 진행하다가 으어어~ 하며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조심스럽게 의사를 묻고 중단합니다. 어려움을 느끼다가 길을 찾았을 때 보여주는 찐!만세의 표정을 보면 제가 다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이 스트레스로 변해 가는 과정이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잘 살피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내 마법 재료보다는 딸 아이의 마법 재료를 주의 깊게 살펴야하는 게임.
- 티칼
아내의 직장 동료 가족들과 함께 1박으로 봄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오래 전에 스플렌더를 소개했더니 꾸준히 재밌게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덕질을 한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이번 만남에서 다른 게임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어요. 좋은 기회죠? 꽤 고민을 했습니다. 어렵지 않은 규칙으로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면서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은 간단한, 티칼을 소개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저도 꽤 오랜 동안 플레이 해보지 못했기에 2인플을 진행하면서 규칙을 다시 익혀 두었습니다. 그리고 새삼 좋은 게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충분히 먹히겠다는 확신도 들었어요. 그리고 대망의 D-day.
규칙은 어렵지 않게 이해하신 것 같았지만 스플렌더 외에는 보드게임 경험이 없으셔서 게임이 이떤 식으로 흘러갈지 전혀 예상을 못하셨죠. 그래도 믿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첫 턴의 진행을 보여드렸습니다. 1포인트, 2포인트 천천히 세어가며 비슷하게 흉내를 내셨어요. 슬슬 포인트 사용에 익숙해질 무렵 첫번째 화산이 등장했습니다. 첫 점수 계산을 마치고 나서 표정을 살펴 보고는 슬슬 워밍업이 끝났음을 느꼈습니다. 이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캠프 설치와 활용만 남았죠. 제가 조금 이른 타이밍에 캠프를 짓고 탐험대가 캠프를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이러이러하게 길을 막거나 상대의 포인트 소모를 노릴 수 있다는 정도의 추가 설명을 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이 게임 먹히는구나!
마지막 화산!
게임 종료!
게임을 마치고 텅 비어 있던 보드에 무언가 함께 만들어 낸 광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 공감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보드게임이 이렇게 재밌냐는 말을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아내의 동료분이 이번 여행에서 티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도 하셨습니다. 워낙 평소에 시간이 잘 나지 않는 분들이라 자주는 못 보겠지만 그래도 종종 보드게임을 하게 될 것 같네요.
그럼 이번 후기는 여기까지.
모두들 즐겜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