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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퀼트에서 생태계를 거쳐 화원으로. 보타닉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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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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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21.157.***.***
2023-03-18 18: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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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닉 가든

 (2022)
Verdant
평가: 2 명 팬: 0 명 구독: 1 명 위시리스트: 3 명 플레이: 2 회 보유: 16 명

0. Verdant

 

식집사라는 신조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코로나 19로 인해 실내생활의 비중이 높아지며 식물에 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늘어났고, 공기 정화 등의 기능성 식물이 주목을 받으면서 집 안 혹은 농장 등에서 자신만의 식물을 키우는 유행이 번지게 되었죠. 그리고 급기야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집사, 줄여서 식집사 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릅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반려식물 활성화 조례 등을 발표하며 국가 차원에서 밀어주기도 하던데요, 비단 실용적인 기능 뿐 아니라 집안 분위기를 푸릇푸릇하게 바꿔주는 인테리어 차원에서도 꽤 수요가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가 각종 디자인 용품에도 그 영향을 끼쳐서 얼마 전에는 보태니컬 인테리어가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기도 했었죠.

 

▲ 바야흐로 대 식물 시대
 

당연히 이런 대세는 보드게임계에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작은 화원을 만들기 위해 건물에 방을 배치하고, 예쁜 물품들로 방을 꾸며야 합니다. 식물들의 생태를 파악하여 적절한 광량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한 편으로는 식물들에 비료를 주거나 물을 주는 등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봐주는 것도 게을리 해선 안되죠.

 

캘리코로 포문을 열고 캐스캐디아로 눈도장을 찍은 크리에이터 집단, Flatout Games에서 여러분들에게 야심차게 다시 한 번 퍼즐 게임을 들이밀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할 게임은 바로 Verdant, 코리아보드게임즈 유통명 "보타닉 가든" 입니다.

 

▲ 표지부터 이 게임은 식물 키우는 게임이라는 어필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1. 게임의 대략적 소개
 

보타닉 가든은 퍼즐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중앙 진열대에서 카드와 토큰을 짝지어 가져오게 되고요, 가져온 카드는 자신의 앞에 배치하게 됩니다. 번갈아 놓는 규칙은 크게 세개 인데요, 기존의 카드와 변이 맞닿게 놓아야 하며, 식물 옆에는 방이, 방 옆에는 식물이, 다시 말해 식물끼리 붙이거나 방끼리 붙이면 안됩니다. 그리고 어느쪽으로 뻗어나가든 상관없지만 전체 공간은 가로로 다섯장, 세로로 세장으로 제한됩니다. 이렇게 매 턴마다 카드를 가져오다가 모든 플레이어가 시작시 세팅해주는 두 장의 카드를 포함하여 총 15장의 카드를 가져오게 되면 게임지 종료되고, 점수를 계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의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 전작을 해보셨다면 이것만 보고서도 대충 어떤 플레이일지 가늠이 될 겁니다.

 

 

 

 

2. 전작들과 비교한 게임의 특징

 

플랫아웃게임즈, 꽤 하는데요? 전작인 캘리코와 캐스캐디아에 이어 보타닉가든을 출시, 퍼즐게임 3연타라서 혹시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가복제하는건가...싶었는데 세 작품 모두 비슷하면서 다른 맛이 있어요. 아줄 1-2-3이 그 비교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 아줄 시리즈에 비해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아이디어는 약해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희한하게 세 시리즈에서 플랫아웃 게임즈의 정체성을 은은히 풍기고 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기분이에요. 보타닉가든을 이야기하기 전에 플랫아웃게임즈의 전작들인 두 작품과 비교해가며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캘리코

▲ 이렇게 맞추기까지의 길이 한없이 가시밭길입니다.

 

캘리코의 플레이 감각은 "할 게 없어" 입니다. 캘리코는 굉장히 빡빡한 게임이에요. 진열대에 놓인 토큰 자체도 3개로 적을 뿐더러, 토큰을 배치할 수 있는 개인공간 역시 좁죠. 디자인목표타일이라는 고정점 때문에 안그래도 좁은 개인공간을 더 좁게 써야하고, 심지어 개인판 바깥쪽으로 컬러와 패턴이 프리세팅되어있습니다. 캘리코의 타일은 색상과 패턴 두 개의 요소가 타일 하나에 조합되어있는데요. 이 모든 요소가 합쳐서 캘리코는 각각의 타일이 자신들이 들어가야 할 위치가 대부분 명확하게 정해져있습니다. 색상 요구조건과 패턴요구조건의 교차점으로요. 그것도 디자인목표타일과 프리세팅된 개인판 패턴에 맞춰서 말이죠. 그러면서도 캘리코의 타일은 6색상 X 6패턴으로 36개가 존재하며 이 중 세 개만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나한테 딱 들어맞는 형편 좋은 타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 플레이하는 내내 "내가 원하는 타일은 없지만 저건 진짜 쓸모없으니 이거라도 가져간다" 라는 감각으로 임하게 되죠. 

 

2) 캐스캐디아

▲캐스캐디아는 조금만 신경쓴다면 선택지가 0인 경우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발매한 작품인 캐스캐디아는 오히려 반대로 플레이어들에게 길을 확 터줍니다. 토큰을 배치할 수 있는 공간에 제약이 없어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으며, 선택지의 폭 역시 3개에서 4개로 소폭 늘렸죠. 기존에 타일 하나에 두 가지 요소를 조합했던 것과 달리, 지형타일고 동물토큰으로 두 가지 요소를 두 가지 구성품으로 분리시켜버립니다. 대신에 그 조합을 "원하는 타일을 골라서 가져올 수 없게" 만드는 장치로 묶어버리죠. 하지만 이 속박은 솔방울 토큰으로 잠시 해제할 수도 있을 뿐더러(심지어 원치않는 토큰을 교환도 할 수 있고), 토큰과 타일을 따로 배치할 수 있으니 어느정도 분리해서 운영할 수가 있어요. 그렇다보니 캐스캐디아는 플레이하며 빡빡하다는 느낌은 크게 없습니다. 지금 당장 채워넣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크거든요. 캘리코가 밖에서 안으로 좁혀들어오며 끊임없이 최적화를 요구하는(그러면서 최적화 선택지는 주지도 않는) 퍼즐이라면, 캐스캐디아는 안에서 밖으로 넓혀나가면서 패턴을 조성해가는 퍼즐이에요. 

 

3) 보타닉가든

▲ 캘리코처럼 놓고, 캐스캐디아처럼 가져오되, 보타닉가든만의 조합식을 따릅니다.
 

그럼 보타닉가든은 어떨까요? 캘리코처럼 5X3이라는 공간으로 카드를 배치할 영역을 제한해두지만, 어느 시점 전까지는 캐스캐디아처럼 전체적인 그림을 변경해가면서 확장 가능해요. 캘리코처럼 방카드에는 햇빛과 종류, 물품타일에는 색상과 종류라는 두 가지 요소를 조합하고 있지만 캐스캐디아 처럼 이 둘을 따로 배치할 수 있어서 억지로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느낌은 덜하죠. 선택지의 폭이 넓어 어느정도 최적화를 위해 선택을 뒤로 미룰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7개와 8개의 방카드(혹은 식물카드)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종반에 다다를수록 선택지가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보타닉 가든은 캘리코와 캐스캐디아 그 가운데 어딘가즈음에 존재하는 게임이에요.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보타닉가든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볼게요.

언젠가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좋은 게임의 조건은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렵다" 라고 생각합니다. 보타닉가든이 초급에서 중급게이머들에게 딱 이정도의 포지션에 있는 게임이에요. 규칙이 굉장히 직관적인데, 카드 한 장을 놓을 때마다 식물에 바로바로 푸르름 토큰이 쌓이는 과정, 즉 퍼즐의 완성을 위해 한 조각씩 놓는 과정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규칙설명을 듣고 게임에 적응하기까지 그 텀이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 과정을 단순히 "토큰을 내려놓는"행위로만 고려한다면 고득점을 노릴 수 없는게 당연한데요, 보타닉가든은 그걸 깨닫기까지의 텀 역시 굉장히 짧은 편이에요. 한 게임의 중반이 채 되기도 전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토큰 뿐 아니라 종류도 고려해야하는구나"를 깨달을 수 있거든요. 기존에 스플렌더가 초보자들에게 좋은 게임으로 추천을 많이 받곤 했는데, 저는 보타닉가든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좋은 플레이"라는걸 스스로 깨닫기 쉽고, 누군가에 의해 휘둘릴 여지가 적다는 부분에서 스플렌더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존재한다 생각해요.

 


▲ 보드게임 30년차가 2년차에게 참패하는 게임입니다.

 

그럼 숙련자들에게 보타닉가든은 어떤 게임일가요? 일단 캘리코와 캐스캐디아를 재밌게 하셨다면 이 게임 역시 재미있어하실 여지가 충분합니다. 캘리코나 캐스캐디아를 해보셨다면 쉽게 공감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보타닉가든도 어느정도 점수의 한계점이 정해져있는 게임이에요. 그 과정에서 A를 선택하는 대신 B를 포기하는 이지선다를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하거든요? 이런 최적화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고 조합해나가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이런 퍼즐게임들이 상호작용이 직접적이면 게임하는 내내 갑갑함과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전작들처럼 진열대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정도로 제한이 되어있어 자신의 플레이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꾸며나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벽겜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한 판 한 판의 호흡이 짧기도 하거니와 이런 분들께는 제가 그랬듯 진열대에서 다른사람이 가져가서 새 카드가 깔리는걸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거고요. 게임에 숙달되었다면 목표카드를 도입해서 변주를 주는 부분도 좋았고요, 1인플레이를 지원하며 업적시스템이 있다는 점 역시 저에게는 보너스로 다가왔습니다.

 

▲ 단언컨대 이 게임 최고의 순간은 식물을 화분에 옮겨담는 순간입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테마를 절묘히 살렸다는 부분이에요. 특히 식물을 완성시켰을 때 획득할 수 있는 보너스 승점칩이 그 정점에 서있는데요, 대부분의 게이미들의 승점 칩은 그저 잘 어울리는 그림이 그려진 정도의 테마연관성을 보여주잖아요? 보타닉가든의 식물완성점수로 인한 보너스 승점칩은 화분모양인데, 완성한 식물의 그림 위에 화분을 올려놓게 됩니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있는 기믹이라고 해봤자 "완성한 카드는 뒤집어서 표현하고, 승점칩은 그냥 개인 공간에 보관한다" 정도일텐데 충분히 성장한 식물을 분갈이해주는 테마로 게임 아이디어와 굉장히 잘 어울리기도 하고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근래에 본 게임요소중 이만큼 테마를 잘 살린 부분은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런 요소요소가 모여 전반적으로 아트웍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저는 신기하게도 플레이버 텍스트들을 읽게 되더라고요. 알고있는 식물이 나올 때의 반가움도 신선했고, 카드들을 보며 이런 식물은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4. 마치며

 

여러분들도 선호하는 디자이너 한둘씩 있으시죠? 저에게는 비딸 라세다와 블라다 크바틸이 그렇습니다. 두 디자이너의 게임은 저에게 기본적으로 2루타 이상은 쳐주는 게임이에요. 굳이 게임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름만으로도 구매를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요. 그리고 이제 플랫아웃게임즈의 네 번째 게임이 나온다면 고민 없이 구매리스트에 올릴 것 같습니다.

 


 

공간들 확보 하셨죠? 지갑도 준비하셔야 할 거고요.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식물들이 여러분들의 책장에 곧 찾아갈거에요 :)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bg_gool_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lhyang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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